2008년 8월 23일 토요일

아이팟


무려 5년여 동안 사용하고 있는 구형 아이팟. 
아내의 것도 내 것과 같은 모델이었다. 연애하는 사람들은 별의별 실없는 것을 가지고도 키득거리고 반가와한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아내와 나도 처음 만났을 때에 어,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네... 와 같은 말을 주고 받았었다. 
나는 수 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것을 지닌채 돌아다녔다. 낯선 곳에서 이어폰을 쥔 채 음악을 고르고 있었거나,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저것을 놓으며 큰 숨을 쉬었다거나 하는 행적이 묻어있다. 그래서 두 개의 아이팟은 두 사람이 만나기 전의 생활에 대한 냄새가 배어있다고 생각했다. 때도 묻고 흠집도 많이 났다.

아내는 가볍고 얇은 아이팟 터치만 들고 다니고 있어서 스피커 옆에는 항상 저렇게 두 개가 놓여지게 되었다. 마치 쟤들도 어쩌다가 결국 만나서 같이 살게 된 것 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