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일 금요일

오래된 물건.

밤중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주말까지 휴가라고 했던 희준을 불러냈다. 오랜만에 아내와 아기와 함께 집에서 쉬고 있을 친구를 꼬드긴 입장이니까 (미안해서) 내가 그의 집 앞으로 가서 차에 태워 이동하기로 했다. 도착하면 다시 전화하기로 했는데, 그는 시간에 맞춰 미리 집 앞에 나와서 서있었다.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타자마자 내미는 것이 있어서 뭔가 했더니 캔 커피.
요즘은 깡통에 담긴 그 커피를 한 번도 사먹지 않고 있지만, 예전에 나는 하루에도 몇 개씩 캔커피를 사마셨다. 오래된 친구는 그것을 기억해준 것이라고 할까. 잊고 있던 음료 한 개를 받아 마시면서 뭐라고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소한 것을 기억해주는 것에 사람은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집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플러그인의 유저인터페이스로 볼 수 있었던 구형 리미터. 재근형님의 녹음실에 들렀다가 새삼 그것을 보고 반가와했다. 구닥다리 기계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훌륭한 물건이었다. 전에는 무심코 보고 지나쳤던 것이 반갑고 귀하게 여겨진다. 거기에다가 선배형의 스튜디오에 있는 프로툴은 무려 버젼 5.1.... 로딩하는데에 담배 한 개비 꺼내어 불을 붙이고 몇 모금 피워도 될 정도로 시간이 걸리는 매킨토시 G4... 그러나 지금도 TV 에 보여지고 있는 수많은 광고녹음들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의자를 끌어와 자리잡고 앉아서 궁금하던 것을 끝없이 묻고 배웠다.

최신형으로 바꾸시지 그러세요, 라는 말을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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