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3일 토요일

고양이의 情


사람들은 함께 사는 개와 야옹이들에게서 작은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과연 있는지 모르겠다. 개와 고양이들은 함께 사는 사람들로부터 성가신 경우를 당할 때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샴 고양이 순이는 새벽 내내 곁에서 떠나지 않으며 졸거나 한다. 언제나 그렇게 해왔다. 푹신하고 편한 곳에 가서 잠을 자도 좋을텐데 자주 가까이에 붙어서 몸을 말고 잠들거나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거나 하고 있다.

이 고양이와 내가 이쪽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동안 저쪽 어느 방에서는 아내와 십여년 넘게 함께 살아온 언니 고양이가 아내의 곁에 바짝 달라붙어 잠을 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고 일어나는 주제에 잠을 깰 때마다 얼굴을 부비고 인사를 한다. 내 생각에 인간의 인사성이라는 것은 고양이와 비교하자면 허례에 지나지 않는다.

언제나 반복되는, 부정확한 시간에 막내 고양이를 선두로 하여 위험한 속도를 내며 집안을 달리는 때만 빼면 평온하기 이를데 없는 새벽이다. 악기들 사이를 통과하는 시합만 덜 해준다면 좋겠다.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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