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2일 목요일

서울을 다녔다.


머리를 아주 아주 짧게 깎고, 오랜만에 서울 시내를 쏘다녔다.
동대문, 종로의 골목길들, 인사동, 악기상가, 안국동과 삼청동의 뒷길, 그리고 지랄맞은 청계천, 청계천.

어두운 한 밤중에 여러 대의 '추럭'이 남녀노소의 사람들을 가득 싣고 와서는, 아무 것도 없는 깜깜한 언덕에 쓰레기를 버리듯 부려놓고 떠났다. 그것이 개발을 위해, 수도 서울의 미관을 위해 청계천에 거주하던 가난한 빈민들을 강제로 이주시켰던 이 나라의 '추진력'이었다. 그놈의 개발이라는 것을 해놓고 사람들을 떠나보낸 것도 아닌, 사람을 먼저 데려다 놓은 후에 알아서 개발을 하고 살으라고 하는.... 선이주 후개발이라는 창의성 가득한 일을 벌였던 것인데, 이런 사실들을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는 거의 없다. 그들이 버려지듯 옮겨져야했던 곳은 경기도 광주, 지금의 성남이다.

20대의 시절에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인사동을 지나 종로길을 걸어가려면 보도에 까맣게 줄지어 앉은 전경들을 지나야했다. 말콤 엑스 책을 보고 마르크스라고 생각하여 가방을 빼앗아 검문했던 경찰도 있었다. 21세기의 서울 도심을 걸으면서 생각나지 않아도 좋을 그 시절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것이 답답했다.
오래된 골목 어귀에는 담쟁이가 늘어진채로 햇빛을 받으며 졸고 있었고, 대형 신문사의 전광판에는 끊임없이 정부의 광고가 비춰지고 있었다. 몇 시인가 싶어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오후 여덟 시에 청계천의 소라기둥에서 모이자고 하는 촛불집회 메세지가 도착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