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0일 금요일

에스컬레이터.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장을 보러 갔었다. 별 것 아닌 몇 가지를 구입하고 반찬거리 몇 개를 골라 넣었을 뿐인데도 지갑이 홀쭉, 금세 가벼워졌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 이렇게 느껴지는 것이구나.
자동차의 연료값도 올랐다. 거창하게 경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이제 상식처럼 안다. 석유값이 오르면 휘발유값, 교통비, 물가는 순서대로 함께 오르고야만다, 라는 것.

미국경제를 돕느라 바쁜 명박이님은 도착하는 나라에서마다 등신짓을 하면서도, 국제유가가 오르니까 물가도... 따위의 말을 하려는가본데, 국제유가라는 것이 언제 내려간 적이 있었나. 석유값은 언제나 '사상최고'였고, 지난 5년 동안에도 꾸준히 올랐었다. 조중동이 미친듯이 걸레처럼 씹고 물고 흔들던 전 정부 때에도 '기름값'은 폭등이었지만, IMF의 타격으로 등장했던 천 원 짜리 김밥은 십 여년간 천 원이었었다. 지금은 석달만에 이게 뭐냐고. 철학이 없는 녀석들에게 정권을 던져주고 고스란히 당하는 시민들, 쌤통이다. 그러나 명박이 뽑은 사람들, 아직도 안 미안하지? 몇 만 명이 애꿎은 양초를 들고 시내에 꾸역꾸역 모인 것을 보고도 그것을 손가락질하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명박이 정부 애들은 좋겠다, 좋겠어. 신나겠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인간들은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니까, 정유회사들도 함께 신나겠구나. 나라를 말아먹더라도 재산은 불리겠다는 것이다. 수도물 민영화에 뛰어들겠다는 코오롱의 임원중 한 명은 아마 명박이 친형 상득이라지. 코오롱의 전 사장 출신.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괜히 사고 싶은 것도 꾹 참고 에스컬레이터에 쭈그려 앉아있는가 싶어서, 아내의 손에서 무거운 장바구니를 빼앗아 굳이 들고 돌아왔다. 누구의 잘못이 되었든 같은 궤도 위에 올라타있는 것이니 '잘 되어지도록' 해야 옳은 일. 너덜너덜해진다고 해도 싸우고 싸워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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