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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9일 금요일

공연.


병주와 함께 다시 지난번 장소에서 공연했다. 오늘은 잠도 적당히 자두었고, 컨디션이 좋았다.
지난 달에 겪었던 고통스러운 경험 덕분에 리허설 때에 내 귀를 괴롭히지 않는 각도로 스피커와 앰프들을 자리잡아 놓았다. 앰프의 게인도 적당히, 가능한 피로하지 않기 위해 스트랩의 길이를 몇 센티미터 줄였다.
즐겁게 했다. 아마 한 시간 반 정도 연주했던 것 같다.


2018년 12월 22일 토요일

인천에서 공연.


올해의 마지막 공연은 인천에서 했다.
짧은 리허설을 마치고 첫끼를 먹었다.
공연은 예정된 시각에 시작할 수 있었다.
지난 밤에 베이스에 새 줄을 감아뒀다. 악기의 상태도 좋았고 앰프 소리도 좋았다. 다만 내 몸이 문제였다. 손가락, 팔목, 어깨, 허리가 모두 아팠다. 진통제를 사먹는 것이 좋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역시 먹지 않기로 했다. 연주를 시작하면 통증은 잊혀질 것 같았다. 두통은 없었으니 괜찮았다.

아버지는 이틀 전에 퇴원했다. 나는 병원에서 닷새를 보냈다. 엄마가 시월 중순에 입원하여 42일만에 퇴원한지 보름만에 아버지가 입원했어야 했다. 아버지는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부모 두 분이 동시에 입원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내일은 아픈 고양이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와야한다. 나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재촉하던 건강검진을 올해에도 받지 못했다. 다음에 하면 될테지.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엔 도로가 막히지 않았다. 음악을 들으며 여유롭게 운전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울 때에 갑자기 자동차의 전조등 한쪽이 꺼지는 것을 보았다. 그동안 양쪽의 전구가 동시에 꺼지는 일은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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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7일 금요일

연주.


지난 화요일에는 작년 연말에 공연했던 곳에서 다시 연주를 했다. 평소보다 작은 무대, 객석이 가득찬 아담한 공간의 소리가 좋게 들렸다. 무대는 낮았고 관객의 얼굴 높이에 앰프와 캐비넷이 있었다. PA로 나가는 소리와 별개로, 무대 앞쪽의 사람들이 따뜻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연의 절반 이상은 엄지손가락으로 연주했다.

넓고 큰 공간에서 연주할 때의 즐거움도 있지만, 작은 무대에서의 공연은 언제나 좋다. 나는 좁고 작은 클럽에서 음악을 시작했다. 팔을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있는 관객들은 손가락이 줄에 닿는 감촉까지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하고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 살고있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어깨는 늘 무겁다. 다만 악기를 챙겨 무대에서 내려올 때까지는 잠시 일상의 시름을 잊는다. 더 나이를 먹어도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작은 공간에서든 어디에서든 자주 연주를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연을 마치고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에 찬 바람이 모질게 불고있었다. 바람때문에 더 빨리 타버리고 있던 담배 한 개비가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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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일 금요일

TV Live Show.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공연을 했다.
TV 생방송인줄을 하루 전에 알았다. 그리고 완공된지 몇 년이 지난 그곳에 나는 처음 가보았다.
전날 리허설을 할 때에도 뭔가 순조롭고 좋은 기분이었다. 생중계로 준비된 공연이었는데 음향과 진행 등이 모두 좋았다. 모든 것이 잘 되어있어서 어쩐지 생경한 느낌이었다는 것이 우스웠다. 원래 다 그래야 하는 것 아니었나 싶어서.

요즘 어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밤마다 병원에서 보내고 있는 중이다. 무대 위에서 뭔가가 불편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악기연습을 충분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인줄 알았다. 곡이 계속 진행되면서 불편했던 이유가 어깨와 허리 통증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 그러고보니 몸과 마음이 편했던 적이 아주 오래 전의 일처럼 여겨졌다.

더 많이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 연말까지 남은 공연은 두어개 뿐이다. 엄마가 회복하시고 가족들이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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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5일 토요일

춘천 공연.


오랜만에 잘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뿐하였다.
미리 챙겨둔 짐들을 들고 일찍 출발했다. 커피를 가득 담아 운전하며 마셨다.
일찍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공연장 부근에 있는 수제햄버거집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긴 대기시간 동안 멤버들과 근처 커피집에 모여 앉아 한적하게 잡담도 나눴다.

대화 중에 민열이가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했다. 그 바람에 각자의 군복무 시절 얘기가 이어졌다. 나는 무슨 말을 보태려다가 그냥 삼켰다. 춘천은 내가 근무했던 고을이었다.
그동안 춘천에 와서 공연을 여러번 했다. 제대 이후 처음 악기를 들고 춘천에 다시 왔을 때엔 기분이 묘했었다. 내 기억 속의 춘천은 밤샘과 야근, 고생스런 훈련, 음악을 듣고 싶어 외출시간 내내 쏘다녔던 중앙로터리 부근 골목길의 냄새들이었다. 2006년에 광석형님과 공연하러 왔던 여름이 기억났다. 몇 년 후부터는 지금의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러 왔다. 그 후 춘천에서 녹음을 하기도 했고 콘서트를 하기도 했었다. 간혹 누군가들의 세션을 하기도 했다. 오랜 친구들과 블루스 공연을 하러 이곳에 왔던 것이 불과 작년 11월이었다. 그것들이 모두 무척 오래된 일인 것처럼 여겨졌다.

오늘은 그런 감상들은 희미해지고 근화동 공지천 앞 습한 공기를 들이쉬며 줄곧 악기 생각만 했다. 짧은 공연이지만 시작 전에 연습을 하고 싶었었다. 한쪽 손목에 다시 통증이 생겨서 어제 하루는 악기를 손에 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기실은 무대 뒤 천막이었고 그곳은 대화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란했다.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연습용 장치를 굳이 구입해야 좋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정의 대부분들이 무뎌지고 시큰둥해진 느낌. 설레임도 불편함도 없는 기분이었다.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46번 국도를 타고 느리게 운전하며 음악을 들었다. 처음에는 팟캐스트를 틀어놓았다가 누군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피로해졌다. 가로등이 꺼져 어두운 곳이 많았다. 습한 기운에 앞유리에는 김이 서렸다. 새로 나온 옐로우자켓의 음반과 피아니스트 Shaun Martin 트리오의 앨범을 들었다. 집앞에 도착할 무렵에는 루빈스타인이 연주한 쇼팽을 듣고 있었다. 차분한 토요일을 보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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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화요일

울주 공연.


긴 하루였다.
이른 아침에 출발할 때에 자동차의 엔진오일이 부족해져있는 것을 알았다.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먼 거리를 달려 약속시간 전에 도착하려면 지금 꼭 출발을 하여야 했다. 일단 운전을 시작하며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경정비업체가 있었다. 그곳에 들러 우선 부족해진 엔진오일을 보충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보았다. 보충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일이 더 이상 줄어들지는 않았다.

계속 그것을 신경쓰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잠시 엔진오일이나 자동차에 대한 생각은 잊을 수 있었다.

원래 하루를 자고 다음날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어서 그 주변의 정비공장도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을 마친 후 곧장 집으로 출발했다. 자동차의 계기판에는 오일이 부족하다는 경고등도 들어오지 않았고, 달리는데에도 이상이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주차를 마친 후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날 하루동안 열 시간 반을 운전했다.

월요일에 정비업체에 가서 수리를 받았다. 필요한 소모품을 교환했고 이상이 있었던 오일팬과 필터들을 바꿨다. 일년만에 브레이크패드가 모두 닳아있었다. 그것도 교환했다. 자동차의 전체 주행거리는 21만 3천 킬로미터가 되었다. 내가 정말 운전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

울주에서의 공연은 즐거웠지만, 그보다 긴 시간 운전을 하며 들었던 음악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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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3일 월요일

합주.


그 이전에 세션을 했던 기간은 빼고, 밴드 이름으로 함께 해온지 십 년이 되었다.
그동안 어떤 곡들은 백번, 혹은 그 이상은 연주해본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항상 다시 처음부터 새로 합주를 하는 일은 기본이고 일상이다. 십여년 동안 수 없이 많이 연주해본 곡들이지만 언제나 새삼 새롭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매번 신기한 기분이 든다.

이틀 전에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몇 시간 밭일을 했는데, 삽질을 하던 중에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합주하는 동안 내내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 개강과 함께 운동을 하지 못했던 탓일 것이다.

합주를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면서 지난 십여년 동안 연주했던 몇몇 장면이 기억났다. 몹시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야외에서 연주할 때엔 왼쪽 손에 장갑을 낀 적도 있었다. 폭염이었던 여름날 공연을 마친 후에는 악기에 흘러내린 땀이 하얗게 굳어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초가을 날씨일 주말과 그 다음 주에 야외공연들이 약속되어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면 소리가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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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1일 토요일

공연 여행.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가서 하루를 자고 왔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 가서 주차를 하고 부산역에 도착하면 자동차에 실려 공연장으로, 리허설을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잠시 앉았다가 곧 공연... 이런 루틴은 언제나 똑같다. 공연 후에는 늦은 저녁을 먹고 다음 날 거꾸로 순서를 밟아 집으로 돌아오는 패턴도 항상 같다.
그러니까 이런 것도 여행이라고 말하기에는 군색하다.

무덥고 습한 날씨였다. 하지만 그늘이 없는 야외공연이 아니고 에어컨이 가동 중인 실내공연이었기 때문에 더웠다고 불평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공연 후에 혼잡한 상황에서 잠시 정신을 놓았다. 새 건전지를 넣어둔 보스 튜너를 그만 그곳에 놓아두고 와버렸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정리할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됐다. 언제나 흘리고 분실하고 다시 사기를 반복한다. '내가 그렇지 뭐.'


바다를 보며 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재떨이가 마련되어 있어서 눕듯이 앉아 담배도 피웠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생기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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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일 일요일

경기도 광주에서 공연.


경기도 광주에서 공연했던 사진을 꼬마야님이 또 찍어주셨다.
그 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갔다가 대기실에서 민열이와 하원이가 사다 준 샌드위치를 먹고 힘을 냈다. 그 샌드위치가 무척 맛있었는데, 다음에 한 번 그것을 사먹기 위해 저 공연장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좋은 컨디션으로 연주했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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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30일 토요일

공연 리허설.


곡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공연 길이는 짧지 않았다.
스무 곡 넘게 연주했던 적이 자주 있었어서 아마 오늘 정도의 공연은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에서 페달보드를 펼처놓고 케이블을 연결하다가, 역시 이번에도 꼭 쓸 것만 챙겨가자고 마음먹었다. 페달보드를 사용하지 않은지 아마도 일 년은 넘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잠을 잘 자고 일어났던 덕분인지 좋아하는 앰프가 준비되어있던 까닭인지 리허설과 공연 내내 전혀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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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28일 월요일

단양에서 연주했다.


미리 공연하는 장소를 지도에서 찾아보았을 때에 어딘가 낯설었다.
어릴 적에 친구와 여행했던 그곳이 아니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아무 일도 없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일을 위해 들렀다가 일을 마치면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었다.

산바람을 쐬며 연주하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오히려 공연시간이 짧아서 아쉬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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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6일 수요일

대전 공연.


대전에서 공연을 했다.
연주시간은 짧았지만 집에서 일찍 출발하여 리허설을 마치고 긴 대기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나는 맥북을 챙겨가서 대기실 테이블 앞에 앉아 대기하는 시간 동안 강의자료를 썼다. 준비해둔 것과 생각나는 모든 것을 다 쓰고, 다시 읽으며 불필요한 것을 빼거나 더 필요한 내용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한 학기 내내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사용했던 것들을 고쳐서 쓰느니 이렇게 다시 쓰는 것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사실 조금은 고생스럽다.

리허설을 할 때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연음향 일을 하고 계시는 엔지니어분들에게 이런 말 정도는 하고 싶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타인의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어느 쪽이거나 그 이유는 아직 당신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 때에 바로잡으며 자신의 실력과 경험을 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남의 말을 잘 들어보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통 자신보다 권력이 없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뭔가 만만해보이는 대상에게 고압적으로 군다.
우리가 무대 위에서 까다롭게 음향문제를 주문했던 이유는 '일을 잘 하기' 위해서였다.
그저 각자의 일을 똑바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기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로에 물이 고여 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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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3일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했다.


성남에서 오랜만에 밴드의 단독공연을 했다.
다른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있었다. 딱 한 가지, 내가 나흘 동안 잠을 잘 자두지 못했었다.
자꾸 몸이 붓고 졸리웠다. 공연 직전에 따뜻한 커피 한 컵을 입에 털어넣었다가, 공연 도중에 뻔뻔하게 화장실을 다녀와야했다. 내가 참여하지 않는 그 한 곡이 마쳐지기 전에 다행히도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상습적인 셈이다. 이런 경험이 벌써 몇 번째인가 싶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쿠스틱 기타를 몇 곡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일론 스트링 기타소리가 좋았다. 객석에서는 어떻게 들렸는지 알 수 없지만, 기타를 치고 있는 동안 나는 기분이 좋았다.

십여년 동안 좋은 사진을 매번 찍어주고 계시는 꼬마야님께 감사드린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그동안 우리가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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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0일 목요일

대구에서 공연.


대구에서 공연하고 돌아왔다.
넓은 회의장을 대기실로 내어줘서 긴 시간 동안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커피집 의자에 앉아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깐 졸기도 했다.
많이 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 악기를 가방에서 꺼내어보니 약간의 습기가 느껴졌다.
머지않아 곧 여름이 시작될 것 같았다.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하더니, 고속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정신이 말짱했었다.
잠시 이어폰을 귀에서 빼어두고 열차의 객실 밖에 나가서 창밖을 구경했다. 깜깜해서 구경할 것은 없었지만.



2018년 4월 12일 목요일

장충체육관


연주를 위해 장충체육관에 갔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주변을 걸어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오늘은 유난히 밴드의 기타 사운드가 좋게 들려서 기분 좋은 연주를 할 뻔 했다.
그런데... 다섯 시간 전에 도착하여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들이며 리허설을 한 보람은 별로 없었다. 정말 궁금하다. 공연이 시작되면 기껏 맞추어놓은 모니터의 음향이 엉망이 된다. 리허설을 하는 이유를 그분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너무 익숙해서 '다 그렇지 뭐'라고 여기게 되는 것.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그 동네에서 '국민'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장충체육관은 나에게 익숙한 곳이었다. 나에게는 아주 어릴적의 기억만 남아있고 몇 년 전에 그곳이 새로 꾸며졌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70년대에 장충체육관 건너편은 부자동네였다. 종탑이 달려있던 사각형 건물 장충교회는 반원을 양쪽으로 나눠놓은 거대한 건물로 바뀌어있었다.
어릴적에 체육관 옆 신라호텔 정문으로는 크고 검은 승용차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나중에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문은 경희궁의 정문이었던 흥화문이었고, 일제가 이토 히로부미 사당 정문으로 사용하기 위해 장충동 그 위치로 통째로 옮겨놓았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신라호텔 자리는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 박문사 博文寺 였다가 1967년부터는 영빈관이었던 곳이다. 지금은 체육관과 호텔이 함께 쓰는 주차장 출입구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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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6일 월요일

합주 중에.


다가오는 공연들을 위한 합주를 했다.
조용하고 편안했다.
유리로 되어있는 천장에서 햇빛이 밝게 들어왔다.
덜 추운 기분이 들었다.
밝은 빛 때문에 악기와 신발의 색상이 도드라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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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8일 일요일

평창의 행사에 참여했다.


평창 패럴림픽 폐회식에 참여했다.
하루 전에 가서 몇 번의 리허설을 하고 꾸며놓은 시설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무대의 한쪽 구석에서 객석의 사람들과 무대 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 일이 어떤 좋은 일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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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2일 월요일

녹음.


'어떤' 행사에 쓰일 음악을 녹음하기 위해 오전에 멤버들과 함께 모였다.
녹음은 빠르게 끝났다.
연주를 마친 윤기형님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나는 민열이가 기타 더빙을 할 때에 거기에 묻어 처음부터 다시 한 번 더 녹음을 해놓았다. 너무 빨리 끝이나서 약간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밤을 꼬박 새운 탓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만 졸기도 했다.
집에 도착하여 낮잠을 자고 다시 저녁에 깨어버렸다.
수면패턴이 뒤죽박죽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좋으니 중간에 깨어나지 않고 충분히 잠 자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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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31일 일요일

클럽 연주.


올해 마지막 연주는 작은 클럽에서 친구들과 함께 했다.
엊그제 금요일 밤의 일이었다.
아침에 악기 두 개를 놓고 고민을 하다가 플렛리스 프레시젼 한 개만 가지고 가기로 정했다.
기타가 네 명, 하모니카 연주자도 있었다. 화음과 멜로디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반주를 하고 싶었다.

감기몸살을 한참 앓았다.
겨우 회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몸이 다 낫지 않았었나 보다.
연주를 마친 후에 통증이 많았다.
새해엔 더 많이 움직이고 부지런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십 분 후에는 새해가 되어 달력이 넘겨질 것이다.
좋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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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송년공연


밴드와 함께 하는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했다.
작은 공간에 퍼지는 소리가 좋았다.
두 개의 악기를 가져갔는데 두 개 모두 악기의 상태가 가장 좋았다. 연주 도중에 그냥 마지막 곡까지 플렛리스로 해버릴까 하는 충동이 일었었다. 절반은 플렛리스 프레시젼으로, 나머지 절반은 재즈베이스로 연주했다.


이 밴드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한 곡 한 곡 모두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셋리스트였다.
어린 시절에 실시간으로 음반을 샀던 곡들을 십여년간 원작자와 함께 연주하며 보냈다.
열 몇 살 무렵 나는 훗날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독한 감기몸살로 온몸이 다 아팠다.
컨디션만 더 좋았다면 공연을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에 몹시 힘들었다.
병약하기도 하지, 해 마다 독감에 꼭 걸린다.

이제 이 달 말에 이태원에서 블루스 공연을 하고 나면, 올해가 지나간다.
세월은 무겁고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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