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나와서 공연장소인 사찰을 향해 운전했다. 도중에 저수지인 대동제에 잠시 멈추어 산길을 따라 걸었다. 다람쥐가 발 앞을 가로질러 뛰고, 머리 위에서 도토리가 툭툭 떨어졌다. 도갑사에 도착하여 무대가 설치된 대웅보전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열매가 떨어지고 있는 감나무 앞에서 멀리 보이는 화강암 절벽을 올려다 보았다.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산속으로 걸어 석조여래좌상을 보러 갔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미륵전 안에는 사람이 있어서 열린 문으로 허리가 긴 불좌상을 넘겨 보다가 나왔다. 그리고는 별 생각 없이 계속 산길을 따라 더 올라갔다.
2026년 9월 19일 토요일
월출산
숙소에서 나와서 공연장소인 사찰을 향해 운전했다. 도중에 저수지인 대동제에 잠시 멈추어 산길을 따라 걸었다. 다람쥐가 발 앞을 가로질러 뛰고, 머리 위에서 도토리가 툭툭 떨어졌다. 도갑사에 도착하여 무대가 설치된 대웅보전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다니면서 구경을 했다. 열매가 떨어지고 있는 감나무 앞에서 멀리 보이는 화강암 절벽을 올려다 보았다.등산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산속으로 걸어 석조여래좌상을 보러 갔다.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미륵전 안에는 사람이 있어서 열린 문으로 허리가 긴 불좌상을 넘겨 보다가 나왔다. 그리고는 별 생각 없이 계속 산길을 따라 더 올라갔다.
2026년 9월 11일 금요일
대전 호수공원에서
이틀 전 청주에 갈 때에 달렸던 중부고속도로 길을 따라 대전으로 갔다. 구월과 시월에는 하늘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을 다니는 기분이 든다. 아마 내가 덧없고 힘겨운 먼 여행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갑천생태호수공원을 산책하며 풀내음을 맡았다. 새들이 나무를 오가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몇 장 사진을 실패하고, 아무래도 새를 찍으려면 망원렌즈를 한 개 사야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26년 9월 5일 토요일
임진각 포크페스티벌
날씨가 좋았다. 아내와 함께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 갔다. 외곽순환도로에서는 터널마다 정체가 심했다. 일찌감치 출발한 덕분에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장소에 도착하니 드넓은 하늘에 흰구름이 아름답게 떠 있었다. 구월이 되자마자 성큼 다가온 가을이 느껴졌다. 언제나 여름은 길게 느껴지고 가을은 갑자기 와 있다.파주 포크페스티벌에 마지막으로 왔던 것은 2023년이었다. 그동안 몇 번 그곳에 갔었지만 공원 전체를 빙 돌아 걸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멀찍이 서서 무대쪽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고 걷기도 했다.
2026년 9월 4일 금요일
청계천에서
을지로 CKL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했다. 금요일 오후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길은 강변북로, 금호동 금남시장, 장충체육관을 지나 청계천을 지나는 경로였다. 도착하여 짐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푸른 하늘 아래 건물들 사이로 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건너편 동아빌딩의 유리 벽면에 빛이 닿아 다동빌딩 벽에 물결처럼 반사되고 있었다.광통교에 기대어 서서 풍경을 보며 가을이 좀 성급하다는 생각도 하고.
2026년 8월 31일 월요일
광화문, S Theatre
28, 29일에 세종문화회관 S Theatre 에서 이틀 동안 공연했다.
이틀 동안 펜더 엘리트 5현 베이스를 썼다. 이번에는 페달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악기를 공연에 쓴 것은 5월 광주 공연이 마지막이었다. 몇 달 만에 무거운 베이스를 메고 연주를 해보았다.
금요일엔 긴 시간 리허설을 하느라 공연 전에 힘이 빠져있었다. 그래서 토요일엔 무대 위에 의자를 놓고 앉은채로 리허설을 했다. 공연 후에 허리가 아팠지만 집에 와서 스트레칭을 한 후 통증이 사라졌다. 이제 내 몸이 묵직한 악기를 써도 괜찮은 상태가 되었다고 생각했다.2026년 8월 15일 토요일
영월에 다녀왔다
영월 관풍헌에서 열린 행사에 다녀왔다. 무척 덥고 습한 날씨였다. 리허설을 한 후에 악기를 무대 위에 그대로 두었더니 세 시간 동안 물기를 머금어 옷에 쩍쩍 달라붙고 있었다. 습기 때문에 손끝이 점점 아파오고 있었던 바람에 중간에 몇 곡은 피크로 연주했다.영월까지 가는 길은 도로정체가 심했다. 두어 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네 시간 넘게 운전했다. 운전하는 내내 하늘이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도착한 후 잠깐 하늘이 개었었다. 봉래산 별마로 천문대 쪽에서 동강 쪽으로 날아오는 패러글라이더들이 보였다.
2026년 6월 28일 일요일
세종시에서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다보니 세종시에 다녀오는 것은 가까운 거리로 여겨졌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공연하는 장소에 다녀왔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서 올려다본 하늘빛이 고왔다.공연 전까지 시간이 생겨서 너른 공원을 잠시 걸었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너무 더워서 땀이 많이 났다. 아내는 혼자서 먼 곳까지 더 걸었었다고, 나중에 들었다.
2026년 6월 20일 토요일
김해에서
김해로 가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자동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음질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아침에 비를 맞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이 좋았다. 출발하면서 프레디 머큐리의 1985년 솔로 앨범 <Mr. Bad Guy> 를 틀어놓았다. 열 여섯 살 봄에 막 새로 나온 그 앨범을 LP 로 사서 스테레오 앞에 쭈그리고 앉아 듣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커텐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던 햇빛과 품질 나쁜 턴테이블의 노이즈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난 후 한 시간 쯤은 음악을 듣지 않고 운전만 했다. 문득 프레디 머큐리의 나이가 내 엄마의 나이와 같았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다가오는 수요일은 엄마의 팔순이다. 조금 전 듣고 있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처럼 내 엄마도 그 무렵 참 젊었구나, 하고 생각했다.2년 만에 다시 가본 김해 문화의전당. 오후 다섯 시에 시작하여 두 시간 공연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 바람을 좀 쐬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 하늘이 밝았다. 사흘 전 대구에서보다 좀 더 긴 공연이었다. 극장도 좋았고 모니터 사운드도 좋았다. 즐겁게 연주를 했다. 잘 마쳤으니 기분 좋게 집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2026년 6월 18일 목요일
대구에서
꼭 24시간 전에 나는 대구에서 돌아와 이곳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세우고 짐을 꺼내고 있는 중이었다. 오전에 공연하여 한낮에 일을 마치니까 집에 돌아와 주차할 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어제처럼 에너지를 다 써버리고 온 날에 주차 공간이 없어서 또 아파트 안을 빙빙 돌고 있어야 했다면 아주 힘이 들었을 것이다.
어제에도 내가 힘들었던 원인은 수면 부족이었다. 잠을 잘 수만 있었다면 거뜬히 일정을 마치고 대구 시내를 걸으며 산책이라도 했을 것이다. 새벽 네 시에 출발할 때부터 이미 졸음을 견디느라 애쓰며 운전해야 했다. 돌아올 때엔 두 군에 휴게소에 들러 방전된 배터리를 급하게 충전하는 것처럼 짧게 잠을 자고 깨어나 다시 고속도로를 달렸다.
지난 달 광주에 갔던 날에도 새벽 네 시에 출발하여 하루 종일 극심한 피로에 힘들어 했다. 이런 짓은 삼가자고 지난 달 블로그 글에도 써놓았었다. 같은 짓을 또 했던 이유는 이번엔 오전 공연이었으니 일을 마치고 얼른 돌아와 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2026년 5월 11일 월요일
광주에 다녀온 이야기
새벽에 평소와 다르게 유난히 고양이 깜이가 소란스럽게 소리를 내며 다녔다. 두 번 일어나 먹을 것을 주고 겨우 잠들었으나 세 번째엔 자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야 했다. 고양이에게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서 새벽 네 시에 집에서 광주로 출발했다. 차라리 일찍 도착하여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연장 앞에 도착해보니 정해진 주차 구역엔 그늘이 없어서 볕이 내리쬐고 있었고 도로의 소음은 이어폰을 귀에 꽂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서 잘 수가 없었다. 뒤척이다가 바로 앉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차에서 내렸다. 자는 것은 그만 두고 밖으로 나가 5.18 기념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이른 아침, 긴 숲길을 따라 걸으며 초록으로 우거진 그늘 아래에서 공기를 들이 마셨다. 잠을 못자서 어지러웠던 것인지 갑자기 큰 숨을 쉬는 바람에 그랬던 것인지 살짝 몸을 휘청거리기도 했다.
2026년 4월 18일 토요일
안산에서
안산에서 공연을 했다. 사 년 전에는 여기 안산 예술의 전당 바로 옆 극장에서 공연했었다. 그곳은 달맞이 극장, 오늘 갔던 곳은 해돋이 극장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었다. 어차피 실내 무대이므로 해도 달도 보이지는 않지만 이름은 곱다. 오늘은 한 달 만에 펜더 울트라 II 재즈를 가지고 갔다. 지난 밤에 악기를 가방에 넣기 전에 스트링을 새로 교환하려고 했다가 무슨 일인지 상태가 좋아서 그대로 두었다. 십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악기의 스트링을 자주 갈아야 했었다. 연주를 마치면 언제나 악기를 관리하는 습관이 되어있기도 하고, 이제는 손에 땀도 나지 않아서 베이스 줄을 더 오래 쓰게 되었는가 보다.공연을 마치고 극장 바로 옆 종합병원 길을 지나면서 오륙 년 전 그곳 장례식장에 두 번 연이어 갔었던 기억이 났다. 그 맞은 편에는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있다. 이틀 전은 세월호 참사 12주기였다. 이 년 전에 10주기 기억문화제에서 공연을 했을 때 하루 종일 비가 내렸던 것도 생각났다.
2026년 4월 11일 토요일
익산에서
꽃이 가득 핀 봄날 토요일에, 오전 일찍부터 고속도로 정체가 극심했다. 나는 일부러 조금 더 먼 거리로 경로를 정했다. 경부고속도로보다 가는 길은 좀 길지만 시간은 덜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이 알려주고 있어서 중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 두 번이나 긴 정체가 생겨서 도착 예정시간이 자꾸 뒤로 늦춰지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엔 처음 내비게이션이 알려줬던 시각 그대로 약속시간 한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연인지 아니면 기계의 예측이 맞았던 것인지.
한 주 전 공연에 썼던 내 오래된 펜더 재즈를 다시 가져갔다. 지난 해 내내 새로 산 베이스를 치고 있었는데 그 악기의 넥이 아주 약간 길어서 그 사이 거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 바람에 지난 주에 연주 도중에 그만 순간적으로 프렛 한 군데를 잘못 짚고 말았었다. 이 악기를 나는 내 몸처럼 다루었었는데 이럴 수가, 했었다. 오늘은 실수 없이 잘 했다.
돌아오는 길은 경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 갈 때엔 거의 네 시간이 걸렸는데 돌아올 때엔 두 시간 사십 분 운전했다. 오늘은 고속도로에서 쉬었던 적이 없었다. 휴게소 라면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어쩐지 라면 생각이 나서 집앞 가게에서 라면을 사가지고 왔다. 아직 잠들지 않은 아내를 꼬드겨 라면을 나누어 먹었는데 뭐라고 할까, 아주 맛있게 먹었다.
2026년 4월 4일 토요일
용인에서
용인에서 공연했다. 잠을 잘 잤고 긴 시간 운전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겠지만, 몸 컨디션이 근래 들어 가장 좋았다. 64Audio 인이어로 듣는 소리도 아주 좋았다. 아픈 데도 없고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그래서였는지 첫 곡부터 기분 좋게 연주를 시작했다. 공연 후에 동료들이 눈에 띄게 즐거워 보였다고 말해줬다. 안 아팠기 때문이었던 것이었는데, 잘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에 몸 상태가 좋았던 것은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조금은 우울했을 거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새삼 생각했다. 몇 년 만에 함께 외출한 아내는 리허설을 마치고 와보니 그 사이에 대기실에 음식을 한 아름 차려 놓고 있었다. 멤버들이 모여 앉아 맛있게 식사를 했다. 나는 가지고 싶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 선물 같은 것은 준비하지 말아달라고 했었는데, 아내가 마음을 써주어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공연 후엔 친구들 부부와 저녁식사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여전히 생일이 부끄럽다. 십여 년 전에도 부끄러웠는데 아직도 그렇다. 더 나이가 든 다음엔 생일이 부끄럽지 않아지며는 좋겠다.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늘 묻고 있는데, 언젠가는 거기에 대답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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