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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5일 토요일

춘천 공연.


오랜만에 잘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뿐하였다.
미리 챙겨둔 짐들을 들고 일찍 출발했다. 커피를 가득 담아 운전하며 마셨다.
일찍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공연장 부근에 있는 수제햄버거집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먹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는 긴 대기시간 동안 멤버들과 근처 커피집에 모여 앉아 한적하게 잡담도 나눴다.

대화 중에 민열이가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했다. 그 바람에 각자의 군복무 시절 얘기가 이어졌다. 나는 무슨 말을 보태려다가 그냥 삼켰다. 춘천은 내가 근무했던 고을이었다.
그동안 춘천에 와서 공연을 여러번 했다. 제대 이후 처음 악기를 들고 춘천에 다시 왔을 때엔 기분이 묘했었다. 내 기억 속의 춘천은 밤샘과 야근, 고생스런 훈련, 음악을 듣고 싶어 외출시간 내내 쏘다녔던 중앙로터리 부근 골목길의 냄새들이었다. 2006년에 광석형님과 공연하러 왔던 여름이 기억났다. 몇 년 후부터는 지금의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러 왔다. 그 후 춘천에서 녹음을 하기도 했고 콘서트를 하기도 했었다. 간혹 누군가들의 세션을 하기도 했다. 오랜 친구들과 블루스 공연을 하러 이곳에 왔던 것이 불과 작년 11월이었다. 그것들이 모두 무척 오래된 일인 것처럼 여겨졌다.

오늘은 그런 감상들은 희미해지고 근화동 공지천 앞 습한 공기를 들이쉬며 줄곧 악기 생각만 했다. 짧은 공연이지만 시작 전에 연습을 하고 싶었었다. 한쪽 손목에 다시 통증이 생겨서 어제 하루는 악기를 손에 쥐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기실은 무대 뒤 천막이었고 그곳은 대화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소란했다. 이어폰을 연결할 수 있는 연습용 장치를 굳이 구입해야 좋을까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감정의 대부분들이 무뎌지고 시큰둥해진 느낌. 설레임도 불편함도 없는 기분이었다.

연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에는 일부러 46번 국도를 타고 느리게 운전하며 음악을 들었다. 처음에는 팟캐스트를 틀어놓았다가 누군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피로해졌다. 가로등이 꺼져 어두운 곳이 많았다. 습한 기운에 앞유리에는 김이 서렸다. 새로 나온 옐로우자켓의 음반과 피아니스트 Shaun Martin 트리오의 앨범을 들었다. 집앞에 도착할 무렵에는 루빈스타인이 연주한 쇼팽을 듣고 있었다. 차분한 토요일을 보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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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5일 토요일

블루스 공연.


친구들과 춘천에서 블루스 공연을 했다.
건축가 김수근의 붉은벽돌 건물이 있는 곳, 그동안 여러 사람들과 여러번 찾아와 공연을 했던 장소였다. 그 이전에는 이곳에서 마주보이는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 앞 군부대에서 군복무를 했었다.

공연을 마련한 분들이 준비를 잘해주신 덕분에 연주하는 것이 모두 편했다. 바깥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뒷풀이 장소는 신발을 벗고 다리를 접어 앉아야 하는 곳이었는데 그것때문에 조금 나아졌던 허리통증이 재발하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그곳을 빠져나와 안개가 지독한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왔다.

2016년 10월 9일 일요일

춘천에서 공연을 했다.


아침에 출발하면서 패딩 자켓을 챙겼다.
나는 춘천의 날씨를 아주 잘 안다. 해가 떨어지기 전 부터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날씨였다.
나는 하루 전에 자동차의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환했다. 타이어 네 개가 전부 마모선이 지워질 정도로 닳아 있었다. 타이어를 교환하면서 엔진오일도 교환했었다.
춘천의 공연장 앞에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려고 했을 때에, 자동차의 계기판에 '엔진오일 부족'이라는 경고등이 켜졌다.

하루 전에 교환했던 엔진오일이 부족하다니. 오일을 교환할 때에 찜찜했던 장면들이 떠올랐다.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출장서비스를 부탁하고 임시 조치를 했다. 리허설을 마친 뒤에 가장 가까운 정비소에 가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점검을 하고 부족한 엔진오일을 마저 보충해야 했다.


공연 시간 전에 여유있게 공연장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갑자기 잠이 쏟아졌다. 미리 챙겨갔던 두꺼운 외투를 덮고 몇 십 분 정도 차 안에서 자고 났더니 몸이 개운해졌다.
익숙한 장소에서 연주를 했다. 이곳에서 몇 번째 연주를 했는지 세어 뒀었는데, 이제는 그만 잊었다. 여름 이후 오랜만에 다른 친구들도 만나 무대 곁에서 손을 잡고 인사도 했다.

집에 돌아올 때엔 일부러 국도를 선택하여 음악을 틀어두고 느린 속도로 운전했다. 아파트의 주차장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끄기 직전에 비틀즈의 The Fool On The Hill 이 막 끝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