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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 화요일

울주 공연.


긴 하루였다.
이른 아침에 출발할 때에 자동차의 엔진오일이 부족해져있는 것을 알았다.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먼 거리를 달려 약속시간 전에 도착하려면 지금 꼭 출발을 하여야 했다. 일단 운전을 시작하며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 경정비업체가 있었다. 그곳에 들러 우선 부족해진 엔진오일을 보충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자동차의 시동을 걸어보았다. 보충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일이 더 이상 줄어들지는 않았다.

계속 그것을 신경쓰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말았다.

공연이 시작되고, 잠시 엔진오일이나 자동차에 대한 생각은 잊을 수 있었다.

원래 하루를 자고 다음날 집에 돌아올 예정이었다. 다음날은 일요일이어서 그 주변의 정비공장도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공연을 마친 후 곧장 집으로 출발했다. 자동차의 계기판에는 오일이 부족하다는 경고등도 들어오지 않았고, 달리는데에도 이상이 없었다. 집에 도착하여 주차를 마친 후에야 마음이 편해졌다. 그날 하루동안 열 시간 반을 운전했다.

월요일에 정비업체에 가서 수리를 받았다. 필요한 소모품을 교환했고 이상이 있었던 오일팬과 필터들을 바꿨다. 일년만에 브레이크패드가 모두 닳아있었다. 그것도 교환했다. 자동차의 전체 주행거리는 21만 3천 킬로미터가 되었다. 내가 정말 운전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

울주에서의 공연은 즐거웠지만, 그보다 긴 시간 운전을 하며 들었던 음악들이 더 기억에 많이 남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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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7일 목요일

오만과 습관.


몇 주 전에 나는 페이스북에 잘난 체를 했다.
윈도우즈 컴퓨터를 쓰다가 맥을 구입한 많은 분들이 맥 오에스 컴퓨터의 속도가 느렸져다던가 하는 이유로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오에스를 새로 설치하고 있다는 글들을 여러 번 읽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뭐라고 글을 올렸느냐면, '맥 오에스는 밀고 다시 깐다거나 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라고 했었다.

지난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깜박 잠들었다가 심야에 깨었다.
할 일이 많았다. 세수를 하고, 커피물을 불 위에 올려놓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이후 스무 시간 동안, 내 아이맥은 두 번 다시 로그인 윈도우를 보여주지 않았다.
7년 전에 구입했었으니 쓸만큼 쓴 것인가, 결국 새 컴퓨터를 사야하는 것인가, 생각이 복잡해졌다. 밤을 꼬박 새워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어떻게든 컴퓨터를 살려보려고 했다. 어떤 방법으로도 소용이 없었다.

간신히 내장 하드디스크에 있었던 폴더들을 임시로 백업하고, 한쪽에서는 맥북으로 부팅 가능한 외장하드 디스크를 만들어 오에스 하이시에라 설치파일을 담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아이맥을 포맷하고 맥 오에스를 깨끗하게 설치했다.

컴퓨터는 다시 살아났다. 나는 한 번도 맥 오에스의 타임머신 기능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내가 습관처럼 하고 있던 나의 평소 백업 방법을 너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오랜 동안 거의 매일 직접 파일과 폴더를 정리하고 백업해두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며 지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동안에는 바빴어서 제 때에 백업해두지 못했었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보지도 못하고 자고 일어나 아침에 나가야 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되살아난 컴퓨터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다시 설치하는 동안 타임머신 용으로 사용할 외장하드를 마련하고, 이제서야 그 기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킨토시만 사용해온지 20년이 넘었다고 말하며, 그동안 내가 너무 교만스럽게 시건방을 떨었던 것이었다.
혼자 창피해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컴퓨터와 내 자료들을 모두 잃어버릴까봐 만 하루 동안 전전긍긍했다. 겸손하지 않으면 언제나 댓가를 치르는 것이 내 인생인가보다, 했다.

가장 최근의 것을 제외한 나의 파일들은 모두 완벽하게 다시 찾아낼 수 있었다. 다만 여러 개의 미디어에 분별없이 습관적으로 백업을 해두었던 바람에 중복된 압축파일과 폴더들과 이미지 파일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었다. 그것을 모두 정리하여 내가 사용하던 모습으로 컴퓨터를 다시 정리하는데에 닷새가 걸렸다.

이제 아이맥과 맥북 모두 타임머신 기능을 켜놓았다. 이 기능만 작동되었더라도 최소한 시간 낭비는 덜 했을 것이다. 아주 많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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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의 일은 나중에 알고보니 결국 사용하던 아이맥이 그 수명을 다해버렸던 것이었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18/08/컴퓨터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