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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일 수요일

합주.

 


거의 이태 만에 밴드 멤버들이 모여 합주를 했다. 약속이 정해진 후 나는 긴 목록의 셋리스트를 들여다보며 매일 다시 연습을 해보았다. 그동안 수백번 연주했던 곡들이었을텐데 전부 새롭게 느껴졌다. 휴업상태와 같았던 밴드활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서는 고마왔다. 마지막 공연과 합주가 아주 먼 옛날 일처럼 여겨졌다. 오랜만에 하는 합주를 나는 잘 하고 싶었다.

연주를 하지 못하며 지냈던 동안 내 연주에 나빠진 것이 있었다. 작년부터 허리통증으로 한참을 고생했고, 최근에는 왼손 검지손가락에 염증이 생겨서 한동안 악기를 잡아보지 못하기도 했다. 합주를 위해 혼자 연습하며 내가 박자와 비트감을 잃고 있는 것을 느끼고 일부러 모든 곡을 녹음하여 들어보았다. 두어 번 그 일을 반복하며 어느 부분에서 내가 부정확하게 손가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왼쪽 검지손가락의 통증은 엄지손가락의 위치를 적절히 바꿔주는 것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합주약속은 밤시간이었는데, 나는 일찍 가서 미리 연습을 더 하고 싶었다. 약속 한 시간 전에 내가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낯익은 자동차 세 대가 내 앞에 이미 주차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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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4일 토요일

여덟 달.

펜더 베이스 건전지를 교환했다.

 


지난 주 밤중에 오랜만에 합주를 했는데, 도중에 악기의 소리가 사라졌다. 급히 패시브로 바꾸고 연주를 계속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다시 소리가 나고 있었고, 그 다음 날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수업을 마칠 무렵 액티브 소리가 희미해지더니 완전히 사라졌다. 건전지를 다 쓴 것이다.

바로 다음 날 밤, 공연에서는 다른 악기로 연주했다. 연주를 시작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무대 위에 서있는 것이 덜 낯설어졌다. 무대에 오르고 공연을 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적이 먼 옛날의 일 처럼 여겨졌다.

오늘 아침, 열흘만에 여섯 시간 이상을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개운했다. 악기를 뒤집어 건전지를 새 것으로 교환했다. 액티브 악기에 건전지를 넣을 때에는 날짜를 써두는데, 적어둔 날짜를 보니 지난 번에 건전지를 넣은 이후 여덟 달이 지났다. 지난 2월에 건전지를 교환하고 악기를 정비해 둘 때에는 약속되어 있었던 모든 공연들이 취소될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전염병이 세상 사람들의 일상을 바꿔버린 것이 여덟 달이 지난 것이다. 그런데 마치 그 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이 지난 것만 같다.

내가 쓰고 있는 이 악기의 전기 부분이 특별히 건전지 소모를 덜 하는 것이어서 여덟 달 만에 건전지를 교환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올해 내내 그만큼 공연할 일, 연주할 일이 없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언제 다시 연주를 하러 다니는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이제는 알 수가 없다.

다음 건전지를 교환할 날짜가 금세 다가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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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잠깐 가을.


오랜만에 이틀 동안 쉴 수 있었다. 어제와 오늘 동네에 있는 한의원에 다시 찾아가 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있다. 다시 팔과 손이 저린 증상이 시작되었다가 그것이 심해져 손 끝에 감각이 없어진 정도가 되었었다. 토요일 인천 공연은 왼손에 감각이 없어서 지판을 자주 쳐다봐야 했다.

침을 맞고 진료를 받는다고 쉽게 낫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간을 낼 수 있을 때에 몸을 관리라도 해보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동네 어귀를 느릿 느릿 걸으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집 앞에 나무들은 잎의 색도 바꾸고 빨간 열매를 맺기도 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어느 감나무 앞에 서서 탐스럽게 매달린 감을 올려다 보았다. 더러는 새들이 쪼아 먹기도 했지만 예쁜 색을 띠고 가지 끝에 주렁 주렁 달린 감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오랜 기간 힘든 일들을 겪어 왔다. 아직 아무 것도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모처럼 쉴 수 있었던 이틀 동안 밤중에 갑자기 전화를 받고 응급실에 가거나 걱정을 가득 안고 도로를 달리는 일은 없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일 부터 다시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하러 먼 길을 다녀오고 밴드 일정 때문에 미루어야 했던 수업 준비도 더 공들여 해야 한다. 몸이 저절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치료를 받으러 다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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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4일 토요일

합주, 병원, 감기.


오랜만에 예정된 공연을 앞두고 낮에 밴드합주를 했다.
합주를 마치고 다섯 시가 넘어 세브란스 병원에 도착했다.
장인은 나흘 전 다시 입원을 해야했고, 그날 이후 아내는 다시 간병생활을 하느라 병원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서 아내를 만나 병원 밖으로 나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밤에 아내를 병원에 두고 혼자 집에 돌아왔다.

감기가 심해졌다. 몸이 많이 아프다.
고양이 깜이는 상자 안에 들어가서 장난을 청했다. 더운 물로 씻고 나와서 고양이들과 잠시 놀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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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6일 금요일

합주, 청소.


기운이 없고 몸이 좋지 않았다.
몇 달만에 밴드 합주를 했다. 다사다난한 세월을 보내느라 미리 연습을 할 수 없었다. 운전하며 합주하기로 했던 곡들을 머리속에서 순서대로 생각해보았다. 다섯 달 동안 쉬고 있었던 스무 곡 남짓의 음악을 두 시간 동안 합주했다. 순조롭게 잘 되었다. 손가락으로, 몸으로 모든 곡을 기억하고 있었다. 꽃잎 한 장이 악기가방에 묻어왔던 것인지 코러스 페달 위에 떨어졌다.
윤기형님의 드럼을 오랜만에 곁에서 들었더니, 새삼 그 소리의 힘이 강하고 굉장했다. 노련하다는 말은 그런 연주를 표현할 때에 쓰는 단어였다.

합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힘들었다. 도로는 온통 다른 차량이 붉은색 후미등으로 빨개져있었다. 한 시간 사십분 동안 운전했다. 마음은 도로처럼 혼잡했다.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니 고양이 털이 뭉쳐서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는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물걸레질을 했다. 깊이 잠들고 싶은데 잠이 들만하면 다시 깨어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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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17일 일요일

오랜만에 잠을 잤다.


몇 달 동안 부족했던 잠을 몰아서 잤다. 꿈을 많이 꾸었던 것 같은데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세수를 하고 고양이들의 그릇에 사료와 물을 채워줬다. 커피를 내려 의자에 앉아 했던 일과 해야할 일들을 정리했다. 문득 침대 위를 보니 어느새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고 쿨쿨 자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악기 한 개를 수리점에 맡기기도 했고, 불필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새로 준비하는 밴드의 합주와 하루짜리 공연을 위한 다른 팀과의 합주를 하러 다녔다.
목요일에는 하루 동안 열 시간 정도 베이스를 쳐야 했다. 손가락이 너덜너덜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피곤하여 감각이 과장되었을 것이다.

이틀 전에는 비가 오고 눈도 조금 내렸다.

진공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물걸레질을 했다. 고양이들의 화장실을 청소했다. 유리창을 열어 한참동안 환기도 하였다. 매일 여덟시간씩 잠을 잘 수 있다면 세상의 조금 더 평화롭게 보이겠구나, 하였다.

2018년 9월 3일 월요일

합주.


그 이전에 세션을 했던 기간은 빼고, 밴드 이름으로 함께 해온지 십 년이 되었다.
그동안 어떤 곡들은 백번, 혹은 그 이상은 연주해본 것 같다.
공연을 앞두고 항상 다시 처음부터 새로 합주를 하는 일은 기본이고 일상이다. 십여년 동안 수 없이 많이 연주해본 곡들이지만 언제나 새삼 새롭다. 그리고 세월과 함께 달라진다. 그런 것은 매번 신기한 기분이 든다.

이틀 전에 부모님의 일을 돕느라 몇 시간 밭일을 했는데, 삽질을 하던 중에 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합주하는 동안 내내 어깨와 팔꿈치에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학교 개강과 함께 운동을 하지 못했던 탓일 것이다.

합주를 마치고 악기를 정리하면서 지난 십여년 동안 연주했던 몇몇 장면이 기억났다. 몹시 추운 겨울 눈을 맞으며 야외에서 연주할 때엔 왼쪽 손에 장갑을 낀 적도 있었다. 폭염이었던 여름날 공연을 마친 후에는 악기에 흘러내린 땀이 하얗게 굳어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간다.

초가을 날씨일 주말과 그 다음 주에 야외공연들이 약속되어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면 소리가 더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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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6일 월요일

합주 중에.


다가오는 공연들을 위한 합주를 했다.
조용하고 편안했다.
유리로 되어있는 천장에서 햇빛이 밝게 들어왔다.
덜 추운 기분이 들었다.
밝은 빛 때문에 악기와 신발의 색상이 도드라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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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9일 화요일

녹색 컨테이너


수색역에 있는 녹색 컨테이너 건물에서 밴드 합주를 했다.
추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햇빛이 따뜻했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그 빛이 따뜻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합주를 마치고 레슨을 위해 한 시간 반 동안 운전을 했다.
그 시간은 언제나 길이 막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운전을 하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집에 늦게 돌아왔다.
집안의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까만 어린 고양이만 소리를 내며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고양이를 안아주고 세수만 한 다음, 가방을 끌러 정리할 생각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2016년 7월 6일 수요일

밴드 합주, 레슨.


겨우 합주와 레슨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다 보냈다.

알람을 맞춰두었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커피를 내려 마셨다. 아내가 갈아서 만들어준 토마토와 아몬드 등을 빵과 함께 먹었다.
그리고 아직 정오가 되지도 않았는데 꽉 막혀있던 도로가 생각난다. 산책하러 나왔다가 아내에게 달려들어 얼굴을 핥고 부둥켜 안으려 하며 좋아하고 있던 개 한 마리도 기억이 난다. 아내의 얼굴은 개의 침으로 범벅이 되었고, 그 개의 주인은 삐쳐버렸었다.

합주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달려와 고양이 순이를 돌보았다.
40분 동안 마루바닥에서 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 레슨을 하고 돌아왔다.
내일은 다시 정오에 블루스팀의 합주가 있고, 오늘처럼 저녁에 레슨이 있다.

하루에 겨우 두 개의 일을 하는 것으로 시간을 다 써버리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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