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8일 월요일

오래된 친구들이 찾아왔다.


밤중에 갑자기 전화가 걸려오더니, 그들이 집에 방문했다. 나에게 내 집 근처로 올테니 밥을 먹으러 나오라길래 알았다고 대답한 뒤 옷을 입으려다가, 생각이 바뀌어 집으로 와서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부랴 부랴 음식을 만들어줬고, 친구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마침 떨어지고 없었던 계란이며 뭔가들을 사왔다.

같은 날 낮에는 학생들중 한 명이 손을 다쳐서, 내가 침을 맞으러 가는 길에 두 명을 함께 태워 침 놓아주는 집에 데려갔었다. 그리고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아직은 때묻을 구석이 때묻은 구석보다 많은 아이들이어서, 나는 그들끼리의 대화를 보며 문득 내 옛 친구들을 떠올렸다. 그런데 마침 그날 밤에 중학시절 친구들이 찾아올줄이야.
반갑게 만나고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꼬마 고양이는 우리 집에 잘왔다며 낯선 남자들에게 같이 놀자고 엉겨붙어 있었다.

나는 학교를 한 해 일찍 들어가서, 내 친구들은 나보다 한 살씩 많다. 나는 늙어진 그들을 보고 깜짝 놀라는데, 제 나이 먹는 것은 모르고 남의 모습으로 세월을 가늠하는 꼴이다. 
나이가 들어도 어릴 적의 친구들이란 낮에 만났던 고교 아이들의 그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시시콜콜한 어린 시절 이야기들을 끄집어내어 웃음지으면서도, 서로 다르게 지내온 이십여년의 세상 일들은 기억을 못하는 것일까. 나는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면 같은 시절을 같은 나라에서 보내온 것이 맞던가 하는 의문도 든다.
그들을 배웅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어쩐지 항상 나는 사람들과 깊게 어울리지 못했던 녀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시절 어느 친구들과도 조금씩은 물과 기름처럼 따로 부유하거나 가라앉는 태도로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그것의 격차를 줄여서 덜 외롭게 살아보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그저 사람을 반가와하면서도 곧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되어버리는 성격인가 보다, 했다.
큰 수술을 받고 있는 녀석이 쉽게 건강해지면 좋겠고, 언제나 후덕하게 살아가는 친구가 그 넉넉함을 잃지 않고 늙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제 집에 들어가 문을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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