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3일 일요일

훼방꾼.


밤중에 녹음을 하고 있느라 헤드폰을 쓴채로 열심히 집중하고 있었다. 같은 곡을 네 번째 다시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고양이들은 모든 종류의 줄에 유혹당한다.

매우 빠른 곡이었어서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데, 활발한 꼬마 고양이가 자꾸만 헤드폰의 가느다란 케이블을 잡아 당기고 있었다. 연주하면서 잠깐 내려다보니 양손을 허우적거리며 헤드폰 줄을 잡고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와 눈이 딱 마주쳤을때,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올려다보며 계속 놀고 있는 모습이 귀여워서 결국 녹음을 멈추고 악기도 내려놓은채 쓰다듬어줬다.

다시 다섯 번째 녹음을 시작하려는데, 내려다보니 이 녀석은 이미 내 발밑에 자리를 잡고 헤드폰줄에 한쪽 손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마치 음악에 맞춰 놀기 시작하겠다는 것 처럼. 그런 실랑이를 한참 동안 하였다. 그러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의 실수로 처음부터 다시 해야만 하게 되었다.
분명 내가 실수한 것인데 고양이의 방해로 그렇게 되었다고 우기고 싶어서 이 녀석을 붙들어 마구 괴롭혀줬다. 그러자 천진난만한 이 꼬마 고양이는 내가 드디어 작정하고 놀아주는 것으로 알았는지 갸르릉거리며 어깨에 올라타고 핥고 물고 야단을 떨었다. 이제는 도저히 신경질도 화도 낼 수 없는 상태가 되어지고 말았다. 급기야 꼬마 고양이의 소리에 잔뜩 궁금해진 어른 고양이 두 마리가 달려와 책상 위의 악보를 마구 짓밟고 바지에 매달려 야옹거리고... 나는 미칠뻔 했다.
종이 한 장을 공처럼 구겨서 내던졌다. 꼬마 고양이가 신이 나서 종이뭉치를 쫓아 달려나갔다. 겨우 고양이들을 내보내고 문을 걸어 잠근 후에야 하던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나와보았더니, 괴물처럼 날뛰던 고양이들은 따뜻한 담요 위에서 각자 널부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매우 피곤한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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