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6일 토요일

맥북 추가.

어쩌다보니, 두 개의 맥북이 되어버렸다.
거의 새것인 맥북과 내 것을 번갈아 만지고 있다보니 내 컴퓨터의 트랙패드는 닳고 닳아 맨질맨질해져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채 일 년이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쉽게 닳아버렸다. 

아내의 큰 (그리고 비싼) 맥북을 열고 만져보았는데, 내것보다 오래되었는데도 심하게 닳아있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꼬, 생각하며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살펴봤다. 그럼 그렇지. 연주를 하느라 언제나 오른쪽의 두 개의 손가락에는 굳은살이 있었던 것이구나. 플라스틱 표면이 맨질거려질만 한 것이었다.

몇 개의 외장하드를 정리하고, 백업할 것들을 모아 DVD와 CD에 담았다. 다른 맥북에는 난데없이 이것을 보내온 사람이 급히 개인파일을 지워보겠다고, 난잡하게 삭제해버린 폴더의 찌꺼기가 담겨있었다. 포맷을 하고 새로 맥오에스 레오파드를 설치했다. 빌어쓰고 있었던 것이든 아니었든간에, 장터에 내다 팔거나 심지어 걸인에게 버리는셈 치고 줘버린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어먹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못되어먹은 짓을 자신의 내세울만한 개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행동은 으례 그렇게 나타난다.

여자들의 우정이라는 것에 대하여 몇 달 전에 써둔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런 것에 씁쓸해하기도 하고 괘씸해하기도 하는 것에 반해 아내는 언제나 담담하다. 나로서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 아량이 있는 것인지 타인에 대한 관용이 지나치다. 그래서 늘 나는 나쁜 녀석이 되고 아내는 뭔가 인격이 갖춰진 것 처럼 여겨질 때가 있어서 나는 억울해했다. 사실, 느끼는 것은 똑같지 않겠는가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