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Gig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Gigs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22년 4월 10일 일요일

피곤했다

 


아내가 깨워줘서 겨우 일어났다. 나는 알람이 울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계획했던 시각에 밥을 먹고 제 때에 출발할 수 있었다. 날씨 좋은 토요일, 일요일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원효대교를 넘어 여의도 그 동네에 도착했다. 정확히 이십년 전에 나는 그 동네의 지하 술집에 매일 밤 연주를 하러 다녔었다.

지어진지 42년이 된 방송사 건물. 어딘가 어수선하고 불안해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 건물이 낡은 것과는 관계 없었다. 이 장소에 나는 여러 번 왔었다. 그것도 이제 이십년 전, 십오년 전의 일이 되었다.

약속 시간 삼십분 전에 모두 모였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은채로 대기실에 앉아서 네 시간을 보냈다. 작은 일도 망설이고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몰라서 당황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방송사에는 항상 있다는 것이다. 오래 기다리는 것 쯤이야 방송사에서 일이 생기면 늘 겪는 일이다. 그것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원래는 Moollon 베이스를 사용하려고 수요일부터 그 악기를 꺼내어 연습하고 들고 다녔다. 새벽에 문득 어떤 생각이 나서 낮에 펜더 재즈로 바꿔 가지고 갔었다. 오늘 입은 셔츠의 색깔과 어울릴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당황했다. 악기의 상태가 나빠져 있었다. 네크가 많이 휘어 있어서 연주하는데 힘들었다. 그동안 귀찮아서 악기를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연주는 단번에 마쳤다. 나는 갑자기 취재를 위해 급히 달려가야 하는 기자처럼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왔다.

내일은 악기들을 닦고, 손질하려고 한다.


.

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밤중에 옥상 위에서.

 


부평에 있는 어느 극장의 옥상에서 연주했다. 부평 뮤직플로우 페스티벌이라는 새로운 음악 축제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연주하는 것을 촬영했다. 우리는 지난 해에 이정선 형님과 그분의 노래를 다시 녹음했었다. 오늘은 그분을 가운데에 모시고 두 곡을 연주했다.

금요일 저녁에 도로 정체가 심할 것을 각오는 했었다. 하지만 정말 막혀도 너무 많이 막혔었다. 한참 동안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부평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부터 약속장소까지 가는 데에 다시 한 시간이나 걸렸다. 두 시간 반을 운전하여 겨우 부평 문화센터에 도착했다.

무대를 마련하고 촬영과 녹음을 맡은 스탭들이 어두운 옥상 위에서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낮부터 계속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고 들었다. 옥상 위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나는 당연히 외투를 벗고 연주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웃옷을 벗었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벌벌 떨며 연주했다. 며칠 전 전주에서 야외공연을 했던 것보다 더 추웠다. 손가락 끝에 감각이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짐을 챙겨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이 장면을 찍었다. 춥고 손이 시려워 고생스러웠지만 연주하며 밤하늘에 떠있는 고운 달을 계속 볼 수 있었다. 달무리 주변에 별도 빛나던데, 하늘이 맑았던 모양이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어둡고 고요한 옥상 위에서 부지런히 정리하고 짐을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움직이는 그림자들처럼 보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강변북로를 따라 쾌적하게 달려올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작은 사고들이 많아서 다시 도로 정체를 경험했다. 그래서 돌아올 때에도 다시 두 시간 가까이 운전. 그런데 생각해보면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평범한 일상이었던 때가 있었다. 다시 악기를 싣고 운전하고 연주하러 다닐 수 있는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울산에 다녀왔다.


 오전에 서울역에 가서 기차를 타고 울산으로 갔다. 기차역에 내려 다시 사십여분 걸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가는 비가 계속 내렸다. 그리고 긴 시간 동안 리허설을 했다. 오랜만의 첫 공연을 우리는 잘 하고 싶었고, 한 시간 반 동안 거의 모든 곡을 전부 연주해봤다.


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을 오래 쉬었지만 몸이 음악을 기억하는 기분이 들었다. 듬성듬성 앉은 관객을 보며 다시 연주를 하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다시 기차역으로. 예전엔 일상처럼 했던 공연하는 하루의 일정이 부쩍 힘들게 여겨졌다. 악기도 무겁게 느껴졌고, 운전을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감이 심했다. 체력의 문제일까.

새벽에 서울역으로 돌아와 주차장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고, 강변북로를 따라 집까지 오면서는 음악도 틀어두지 않았다. 가끔 차창을 열면 서늘한 공기가 마스크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사는 곳도 심야가 되면 주차하기가 어려워진지 오래됐다. 집에 도착했더니 지하 주차장에 좋은 자리가 한 군데 비어있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

2021년 10월 6일 수요일

공연을 위한 합주.


거의 두 해 만에 밴드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한 달 전에 사전 연습을 했었지만 공연을 며칠 앞두고 준비하는 기분은 새로왔다.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하여 악기를 튜닝하며 집에서 체크해뒀던 메모들을 다시 살폈다. 첫째날에는 여섯 줄 베이스를 가져갔다. 이 악기의 소리는 이번 공연에 적합하지 않겠지만 다른 악기들과 이 베이스의 사운드가 어떻게 섞이는지, 큰 음량으로 듣고 싶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프리앰프의 노브들을 모두 플랫하게 해두고 테스트 했다.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째날 합주에는 펜더 다섯줄 베이스를 사용했다. 역시 이 형태의 베이스가 우리 밴드의 사운드에 잘 맞았다. 패시브 모드에서도 배음이 잘 나와줬다. 액티브 상태에서는 기본 음량이 너무 세어서 오히려 볼륨 노브를 줄여야 했다. 이 달의 공연들은 이 악기와 원래의 재즈베이스로 해볼 생각이다. 울산과 전주와 부산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고 그 사이에 친구들과 함께하는 팀의 일정도 기다리고 있다. 얼마만의 일상인지, 모든 약속들이 귀하다.


합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야 애플워치에 표시된 알림을 보았다. 워낙 큰 음량으로 연주하다보니 소음 레벨이 109까지 올라갔었다. 아이폰에는 '일시적인 청각장애가 있을 수 있다' 라고 설명이 나왔다. 하루 종일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녔던 나는 이미 이십대에 귀의 성능을 일부 잃었을 것이다. 섬세한 음악을 틀어놓으면 내가 듣지 못하는 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

2020년 11월 8일 일요일

대구 클럽 연주

대구 클럽에서 연주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고속도로를 달렸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길이 많이 막혔다. 거의 다섯 시간 동안 운전을 하여 대구에 도착했다. 공영주차장을 찾아 차를 세우고 뒷자리에 누워 한 시간 쯤 잠을 잤다.

처음 가보는 대구의 라이브 카페 '시카고'에서 연주를 했다. 약속했던 시간에 친구들이 모두 모였고 잠깐 리허설을 해보았다. 계속 잠이 부족했던 나는 리허설을 마치고 다시 자동차에 가서 사십여분 동안 잠을 더 보충했다.

밤 아홉시에 시작하여 약 두어 시간 동안 공연했다. 잠깐 잠을 잤던 것 때문이었는지 피곤하지 않았고 집중이 잘 되었다. 무대 앞에 자리를 메워주신 관객들이 호응을 잘 해줬던 덕분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올해에는 김창완밴드의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다. 언제나 연말에 가까와지면 밴드 일정으로 분주했었던 것이 아주 오래된 옛날 일처럼 느껴진다. 대신 친구들과의 공연을 하나라도 더 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 다음 주 토요일, 그 다음 주 토요일에도 작은 클럽에서 계속 연주를 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새벽에 출발하여 집으로 돌아올 때엔 졸음을 견딜 수 없었다. 휴게소가 나타날 때 마다 차를 멈추고 잠시 시트를 눕히고 졸거나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했다. 아침 여덟 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주 푹 잠을 잘 잤다.



.



2020년 10월 16일 금요일

연주


 알람을 기기마다 오 분 간격으로 맞춰뒀었는데, 알람이 울리기 몇 분 전에 저절로 잠에서 깨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둘러 집에서 나와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샀다. 한참만에 편의점 커피를 먹어보았는데 아주 맛이 없었다. 그 사이 내 미각이 예민해진 것일까, 아니면 무뎌져서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부모 두 분을 만나서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 정문 앞에 두 분을 내려드리고 나는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는데 주차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한참 걸렸다. 정말 붐볐다.

예약시간 그대로 병원 일들을 마칠 수 있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저녁에 연주할 곡들을 반복하여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시 알람을 몇 개 맞춰둔 다음 잠들었다. 반듯하게 누워서 자려고 노렸했다. 한쪽 어깨의 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알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었다.

오후 네 시 반, 커피를 내리며 수면측정앱을 보았더니 오늘 모두 합쳐서 네 시간 동안 잠을 잤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커피를 보온병에 담고 악기 가방을 둘러메고 집에서 나왔다. 도로가 무척 막힐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오랜만에 옥수역도 지나가 보고 공덕역도 지나가 봤다. 악기를 등에 메고 그 동네의 길을 한참 걸어볼 수도 있었다. 여전히 어깨와 목에 통증이 느껴져서 조금 더 오래 걷고 싶었다. 몸을 많이 움직이면 나아질 것 같았다.

한 시간의 공연을 잘 마쳤다. 몇 달 만에 무대에서 연주를 하니까 몸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마지막 곡을 연주할 때가 되어서야 감각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무대 연주를 못하면서 지냈던 것을 체감했다.

오늘만큼은 아주 깊이 잠들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내일 모레 아버지가 입원하기 때문에 그 날부터 다시 한 주일 동안 나는 잠이 부족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쉽게 잠들지 않아 눈이 아파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

2020년 3월 16일 월요일

연주.


지난 주 금요일, 서교동 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이번에는 전날 밤에 합주를 할 수 있어서 연주하는데에 편했다. 합주라고 해봤자... 대충 한 번 맞춰보는 것이었지만.

감염병에 대한 소식은 넘쳐나고 한국의 언론은 여전히 마스크 타령인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공연을 보러 와준 분들이 많아서 뜻밖이었다. 사실은 무관중 공연이라고 해도 기꺼이 할 생각이었다.

하루 전 합주할 때에는 의자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스트랩이 조금 늘어난 것인지 내 체중이 조금 줄어버린 것인지 서있을 때에 악기의 위치가 약간 낮게 느껴졌다.
다음 주에 남아있는 한 곡이 마저 발표되면 또 공연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짧았던 공연 시간이 근래 석 달 중 제일 마음이 편안했다.


.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해를 마무리 하는 공연.


한 해를 끝내는 공연을 했다. 같은 장소에서 세 번째, 송년(送年) 공연.
이제 이 장소에서 공연을 마치면 또 해가 바뀐다는 기분이 든다.
이 날의 공연을 잘 마무리 하고 싶어서 준비를 많이 했다. 작은 공간이므로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이펙터 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앰프의 소리가 잘 들리기를 원했다.
연주할 곡들의 순서가 바뀌고 조(調)가 많이 달라졌다. 어떤 곡은 더 낮은 음역대에서 연주했다. 공연의 중간 부분에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를 할 때에는 평소에 연주하던 베이스 라인 그대로 하지 않았다. 마치 새로운 편곡처럼 들리게 하고 싶었다. 의도했던 대로 잘 연주할 수 있었고,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올해는 시작부터 마칠 때까지,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단하고 힘들었다.
불평을 하거나 투덜대는 짓은 그럴 수 있는 여력이라도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해 동안 나는 한숨을 쉴 생각도 할 여유가 없었다. 미워하고 싶은 한 해였다. 어서 지나가라고 떠밀고 싶었다.

공연을 마치고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테이블에 마련된 감자튀김을 먹다가 동료가 따라준 맥주를 마시기 시작하고 말았다. 조금만 맛을 볼 작정이었는데 맥주가 너무 맛있게 느껴져서 그만 몇 잔을 거듭 마셔버렸다. 마른 진흙처럼 몸에 붙어있던 여러가지 감정들이 맥주 몇 잔을 마시며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2019년 11월 4일 월요일

기운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서야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지난 주 수요일에 경주에서 공연을 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 나는 그날의 공연이 모두 순조로울 것으로 생각했다. 무대는 잘 준비되어 있었다. 친숙한 음향 팀은 완벽하게 소리를 만들어줬다. 전부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첫 곡을 시작할 때 부터 내 악기에서 예상하지 못한 소리가 나왔다. 아주 거칠고 메마른 소리였다. 나는 그것이 악기의 탓인지 앰프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모니터 스피커는 리허설을 할 때 보다 음량이 커져있었는데, 그것 역시 정말로 음량이 세어진 것인지 아니면 리허설 때에 내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악기의 줄을 건드릴 때 마다 신경이 쓰였다. 나는 위축되어서 악기의 볼륨 노브를 돌려보기도 하고 모든 이펙터를 꺼보기도 했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순서에 따라 악기를 바꿨을 때에도 몹시 당황했다. 갑자기 소리가 작아졌고 원하는 음색을 낼 수 없었다. 여전히 무엇이 원인인지도 나는 파악할 수 없었다. 가능한 연주 도중에 앰프나 이펙터의 노브에 손을 대는 것을 삼가려 했는데, 그 날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연주하는데에 편안한 소리를 내보려고 애썼지만 하나도 제대로 되어지지 않았다.
그럭 저럭 공연을 마치고, 나는 대기실로 돌아가는 대신 공연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나, 내가 너무 안일했던 것인가, 공연 직전에 손톱을 한 번 더 다듬었어야 좋았을까, 아니면 멤버들과 저녁을 먹을 때에 나 혼자 끼니를 거르지 않았어야 옳았나.

다른 사람들이 다 떠난 뒤에, 나는 힘이 빠진 채로 느릿 느릿 악기를 챙겨 차에 싣고 심야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뭔가 일을 바르게 해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졸립지도 않았다.

그 다음 날에는 학교에서 수업을 했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나는 계속 전날의 공연을 떠올리며 기초적인 연습을 다시 해봤다. 여전히 기분이 가라앉고 있지만 어쩌다 잘 되어지지 않는 날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하여 일을 망쳤다고 여겨질 때에, 나는 심하게 자책을 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뛰어나지도 완벽하지도 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긴 습관일 것이다. 엉뚱한 생각이 들어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악기들을 검색하여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나를 탓하기 싫으니 악기 탓을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지나고 보면, 내가 나를 책망하는 것이 나중의 일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주말 동안 먹고 자는 시간 외에는 계속 연습을 했다. 연습이 지나간 일을 보상해주지는 않지만, 비슷한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줄여주기는 할 것이다.

돌아오는 주말에 다른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그 공연을 아주 잘 해내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다.


.

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인천에서 공연.


이번 주는 아길라 앰프를 크기 순서로 사용했다.
연주하는 시간만큼은 즐거웠던 한 주일이었다.


오늘 공연의 절반은 플렛리스로 연주했다.
플렛이 없는 재즈 베이스를 다시 한 개 가지고 싶어졌다.

긴 리허설 덕분에 공연할 때엔 좋은 소리로 연주할 수 있었다.
스물 한 곡이 순간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

2019년 10월 17일 목요일

오랜만에 '공감'.


오랜만에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다.
일산 스튜디오에서는 처음 연주하는 것이었다. 이사오기 전 스페이스 홀 대기실에 있던 냉장고를 그대로 가져와 둔 것을 보고 웃음이 났다.

미리 부탁했던 아길라 앰프와 캐비닛이 준비되어 있었다. 어제 녹음실에서 사용했던 것은 300와트, 오늘 것은 500와트. 앰프 소리도 좋고 연주하기도 편했다. 다만 한 가지, 15년이나 된 음악 프로그램이라면 베이스 앰프에 마이크도 사용해주면 더 좋겠다.



올 가을 꾸며놓았던 페달들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연말까지 이 조합으로 계속 연주할 생각이다.
방송 녹화였기 때문에 연주할 곡이 많지 않았다.
공연이 금세 끝나버려 아쉬웠다.


.

2019년 10월 5일 토요일

운전, 연주, 운전.


정읍에서 공연했다.
새벽에 어떤 소음 때문에 잠을 깨어 결국 다시 잠들지 못했다. 겨우 두 시간만 잘 수 있었다.
아침 일찍 운전을 시작, 네 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렸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추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따뜻해 보이는 외투를 입고 있었다. 내장산 기슭의 바람이 매서웠다.

아직 여름 옷을 입고 다니는 나는 계절의 변화에 너무 둔감한 것 같다.
첫 곡을 시작했을 때에 낮은 온도에 악기의 줄이 점점 더 차갑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손이 시려워서 입에 손을 가져다 대고 후후 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바보같았을 것이다.

공연이 진행되면서 해가 지고, 기온은 더 낮아졌다. 악기의 음이 자꾸 미세하게 올라갔다. 가장 덜 변한 줄을 기준으로 삼아 연주를 하면서 수시로 튜닝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무대 위의 음향은 최근 몇 년 중 가장 최악이었다. 이미 리허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정이었을 때에 눈치를 챘다. 공연을 시작한 후 연주를 하는 도중에 헤드셋 마이크를 하고 있는 분을 불러 모니터 스피커의 소리를 아예 꺼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경우에는 무대 위의 사운드를 최대한 귀기울여 듣는 편이 언제나 더 나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왕에 시작한 연주를 할 때에는 더 이상 핑계를 대거나 부실한 음향을 구실 삼아 변명할 필요는 없다. 집중하여 잘 하면 그만이다.

공연을 마치고 났더니 감기에 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읍 시내에서 따뜻한 국밥을 먹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는데, 저절로 두꺼운 이불이 덮혀지는 것 처럼 졸음이 밀려왔다. 두 번이나 중간에 쉬면서, 세 시간을 운전하여 집에 돌아왔다.

--

어제 저녁에 친구가 서초동에 함께 가겠느냐는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다.
지난 주 부터 다음 주까지 토요일 마다 공연이 약속되어 있어서, 나는 못 가는 대신 내 몫까지 해주고 오렴, 이라고 답을 했다.
집에 돌아와 금세 잠들지 못하고 사람들이 올린 사진과 글을 한참 읽었다.



.

2019년 9월 27일 금요일

공연 사흘 째.



밴드 1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이름을 붙인 나흘 동안의 공연, 사흘째 순서를 마쳤다.
연주하고 공연하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내 개인사는 편안하지 못했다.

연주하는 일이란 특별할 것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마음의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사흘 내내 공연 직전 혼자 스스로를 가라앉히고  정서를 유지하려 애써야 했다. 음 한 개, 박자 하나에 더 신중하려고 했다.

오늘 밤은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게 느껴졌다.
먹은 것이 없어서 그랬나 보다.
챙겨 먹고, 쉴 수 있을 때에 쉬어야 한다.

내일 남은 공연은 더 편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



.

2019년 9월 23일 월요일

공연 준비.


수요일 부터 나흘 동안 한 장소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주말에 악기에 새 줄을 감고 페달보드를 꺼내어 케이블 청소를 했다.
합주실에 조금 일찍 가서 소리를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몇 해 동안 이펙터를 들고 다니지 않았었다. 올 가을 공연들에서 연주할 곡이 특별히 더 많은 것은 아니다. 한정된 악기 편성에서 조금 더 다양한 음색이 필요했다. 보드 위에 붙어있던 것들을 모두 떼어 케이블과 잭을 닦고 꼭 사용할 것들을 새로 추렸다.
페달보드의 구성을 자주 바꾸다 보니 보드에 페달을 고정할 때에 사용하는 강력 테이프를 다 써버리고 없는 줄도 몰랐다. 급한대로 끈으로 묶어 가방에 넣어 이동했다. 아침에 테이프를 주문했으니 모레 공연 직전까지는 배송될 것이다.

긴 합주를 하는 동안 집중하느라 커피가 놓여져 있는 것을 그만 잊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악기를 챙겨 나오면서 식은 커피를 벌컥 들이켰다.
가을 하늘은 맑았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했다.



.

2019년 8월 25일 일요일

제주에 다녀왔다.


편안하고 순조로왔던 제주도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예정, 약속, 준비들이 잘 이루어졌고 초대해준 분들이 마련해준 숙소도 편안했다.
토요일 아침 기타를 하드케이스에 담다가 그만 허리에 큰 충격을 느끼고 그 자리에 쓰러져버렸던 일만 제외하면 모든게 좋을뻔 했다.

그동안 작은 통증들이 모여있다가 터져버린 것 같았다.
공항까지 운전하는 동안 통증이 계속 느껴지다가 비행기를 타면서 극심해졌다. 제주도에 도착할 무렵에는 아무데나 드러누워 쉬고싶을 지경이었다.


리허설을 마친 후에 가까운 곳에 정해준 숙소에서 쉴 수 있었던 덕분에 공연 직전에 어느 정도 회복을 할 수 있었다. 통증이 아니었다면 더 집중하고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었을텐데 아쉬웠다.
모두 열두 곡을 연주했다.  습기가 가득한 바닷바람 덕분에 새로 감아둔 기타줄의 표면이 거칠어졌다. 가까운 곳에 모여앉은 청중들의 소리, 한 곡을 연주할때마다 한번씩 하늘 위를 지나가던 비행기 소리들이 기억에 남았다.



.

2019년 8월 12일 월요일

제천에서 공연.


내가 사는 동네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돌아다녔던 도로와 공연장 부근은 맑았다.
오후에 출발하여 이제는 낯익은 길을 따라 제천의 청풍호 부근에서 윤기형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약속시간에 맞춰 멤버들의 차량이 동시에 모두 모였다. 리허설을 할 때에 음향이 좋지 않아 오늘밤 공연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의 상태도 나빴다. 공연이 시작되었고, 역시 연주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무대 위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연주해야했다.
제천 영화제에는 이전에도 몇번 출연하여 연주했었다. 기억에 남는 좋은 공연도 있었는데 오늘은 실망스러웠다.

리허설 후에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호텔에 들어가 편안히 낮잠을 잤다. 고마운 숙소였다. 그 덕분에 피로가 많이 풀렸다.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아내가 두달 남짓 돌보고 있던 아기 길고양이 형제를 데려와 임시로 보호해줄 분에게 잘 맡겼다고 했다. 함께 보내온 사진을 보니 두 마리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집에 돌아온 후 눅눅해진 악기를 대충 닦고 스탠드에 걸어뒀다.
듣고싶어서 쟁여둔 음악이 많고 읽고싶어서 모아둔 책들이 많은데 하루가 짧다.
커피를 한 번 더 내려 마시려다가, 이제부터는 가능한 잠을 충분히 자두자고 생각하여 그만뒀다.



.

2019년 8월 3일 토요일

부산에 다녀왔다.


다대포 해변에서 공연했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는 중에 읽던 책의 나머지 부분을 절반 읽었다. 오후에는 리허설을 마치고 에어컨을 틀어둔 커피집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의 뒷부분을 마저 다 읽을 수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는데 흥미로왔다. 피터 싱어의 '더 나은 세상'이라는 책으로, 원제는 Ethics In The Real World 였다.
요즘 생각해봤던 주제들이 그 책 안에 많이 담겨있었다. 어떤 사람은 살아가면서 더 배우려는 태도를 지니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굳혀놓았던 생각이 사실과 위배될 때에 혼자 절망하는 모양이다. 절망만 하면 괜찮은 편인데 그런 감정은 쉽게 혐오와 분노로 튀어나온다. 피로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해도 어쨌든 대화는 해야한다.

화요일 밤부터 꼬박 하루를 못자고, 그 다음날에 조금 잤다가 어제 다시 한숨도 못잤다.
다대포 앞은 무덥고 습했다. 고운모래가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수면부족과 불면으로 몸을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무대 위의 음향상태도 좋지 않았다. 가능한 체력을 잘 안배해야했다.

밤중에 돌아올 때에 열차가 늦게 출발했다. 나중에 뉴스를 보니 너무 기온이 높아 선로가 가열되어 고속열차들이 여러 곳에서 지연되었다고 했다.
새벽, 서울역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엔 음악을 꺼두고 자동차의 유리문을 열어둔채로 달렸다.
긴 하루였다.


.

2019년 7월 21일 일요일

연주.


일요일 저녁 공연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팀과 함께 연주했다.
흐린 하늘처럼 가라앉은 기분으로 집에서 나왔었는데 연주를 마친 뒤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

2019년 5월 27일 월요일

잠깐 숨을 쉰 기분.


집안의 어려운 일들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지고 있다.
기대하는대로 되어지는 것은 없고 계속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힘겨운 일이 생길지도 몰라서 긴장하며 보내기도 했다.

연주를 하기 전에 잠시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밤공기를 쐬었다. 서울 합정동의 대기가 맑지 않았을텐데 가슴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더 오래 연주를 하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제의 공연은 잠깐 숨을 쉰 기분이었다.

2019년 5월 26일 일요일

비둘기와 고양이, 공연.


일부러 일찍 일어나 준비했는데 그만 리허설 시각에 맞춰 도착하지 못했다. 도로에 차가 너무 많았다. 홍대 앞에도 사람이 가득했다. 처음 만나는 에이퍼즈 밴드 멤버들에게 지각을 하여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다.

에이퍼즈 팀은 아주 좋았다. 유튜브에서 그들의 연주를 찾아 여러번 봤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는 그들의 공연을 보러 가고 싶어졌다.

연주를 마치고 자리에 남아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니 한 시가 넘어있었다.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의 다른 집 어딘가에 비둘기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비둘기가 자주 베란다에 찾아와 아내가 마련해준 먹이를 먹곤 한다. 오늘은 집안의 고양이들이 전부 새를 구경하느라 모여있었다.

가족들이 아프지 않고, 생활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자주 연주를 하고 고양이들과 뒹굴며 게으름도 피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직은 먼 일인 것 같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