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요일

비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고속도로를 다섯 시간 반 달려 여수에 도착했다.

미리 주소를 전달 받은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 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우유를 사 왔다. 이미 근처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다시 운전하여 영업 중인 식당을 찾아가는 건 무리였다.

음식을 먹은 다음 허리에 감고 있던 벨크로 보호대를 풀어 놓고 일부러 가지고 온 전기 찜질기를 등 아래에 켜 둔 채로 한 시간 쯤 누워 있었다. 아이패드로 Jerry Mulligan의  Night Lights 앨범을 들었다. 짧은 앨범이어서 그 뒤에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 플레이리스트가 이어지도록 해뒀다. 뜨끈하게 허리 찜질을 하며 좋은 음악을 듣고 있으니 몇 시간 동안의 피로가 풀렸다.

다시 일어나 아래 층 커피 기계에서 종이컵에 에스프레소를 따라 들고 왔다. 오늘은 펜 파우치에 펜 세 자루를 담아서 나왔다. 조금 열어둔 창 밖으로 들어오던 빗소리가 잦아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몇 자 적고 있으니 작년 시월에 일본에 다녀와 안양과 광주에서 공연을 했던 닷새 동안의 일이 기억 났다.

그 때에도 피로하고 힘들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통증이 심하진 않았다. 다음 날 일정을 잘 해내기 위해서 음악소리를 작게 줄여 놓고 드러누웠다. 잠이 들었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했지만 허리를 따뜻하게 해두고 오래 누워서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