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2일 월요일

여수에서 공연


 여수에서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한 시 사십 분. 네 시간 오십분 정도 운전했던 것 같다. 대여섯 시간 운전하는 것 정도는 거뜬하다는 걸 확인했다. 허리통증만 없었다면 중간에 잠깐 쉬지도 않았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까지 허리에 보조대를 착용하고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운전을 시작할 때 맨살에 감고 있던 것을 벗어 셔츠 위로 다시 감았다. 벨크로 복대에 땀이 묻어 있었다. 그것이라도 하고 있던 덕분에 두 시간 십오분 공연을 잘 서서 버텼다. 공연 끝에 무대 앞으로 나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는데 허리를 숙이다가 억, 하고 신음을 했다. 보조대 때문에 버티고 있었던 것이지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니었던 거다.

악기를 챙기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나오는 신음을 내지 않도록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적어도 누군가에게 들리게 하진 않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신음내기, 표정, 몸짓 등은 어떻게 보아도 남에게 보내는 신호다. 남이 알 이유는 없는거니까,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주변에서 알아차리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픈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크고 복잡하게 지어진 공연장의 긴 복도를 수레를 끌며 걸을 때 절룩거린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엄살은 떨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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