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창원으로 가는 고속도로 길은 많이 막혔다. 아침 일찍 출발, 다섯 시간 걸려 공연장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두 번 들러 커피를 샀다. 다른 분들보다 먼저 도착하여 오래된 창원 MBC홀 내부를 구경했다.공연 직전에 커튼 뒤에서 스트레칭을 계속 하고 있었다. 잠깐 생각해보니 예전처럼 허리에 통증이 있는 건 아닌데 습관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차 안에서 고양이와
작년부터 매달 동물병원에 다니고 있는 고양이 짤이는 오늘도 병원으로 가는 길에 쉬지 않고 하소연을 했다. 불만족, 걱정, 불안한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고양이나 개들이 하는 노력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안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고양이의 심장은 지난 달보다 조금 더 좋아졌다. 신장수치도 근소하긴 하지만 더 낮아졌고 체중은 거의 같았다. 평소보다 일찍 진료실에서 나온 고양이 짤이를 차에 데려와 뒷자리에 태우고 이동장 커버를 열어줬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시점부터는 고양이는 본래의 조용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집에 도착하여 물 한 모금을 마실 때까지 야옹 소리는 커녕 기침 한번 안 하는 거다. 오늘은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은 모양으로 짤이는 기분이 아주 좋아 보였다. 창을 열어줬더니 바람을 쐬며 바깥을 보고 앉아 있었다.
진료 시간은 이십 분, 차 안에서 고양이에게 먹일 한달치 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데 삼십여분이 흘렀다. 나는 피아노 음악을 낮은 음량으로 틀어놓고 차분해진 고양이의 모습을 곁눈질 했다.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고양이 이지는 당뇨를 이겨냈고 짤이는 심장병을 고쳤다. 함께 사는 노묘들은 나이가 많은 어린이라는 말이 잘 맞는다. 고양이들을 돌보느라 군인의 일과와 같은 하루를 수 년 동안 보내고 있는 아내의 마음을 잘 아는 두 나이 든 어린이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기대고 안기며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2025년 9월 22일 월요일
OS 26
새 컴퓨터로 맥미니를 사고 오래된 아이맥에서 자료를 옮기느라 지난 월요일 하루를 다 썼다. 컴퓨터 두 개 사이에 휴대용 외장하드 디스크와 SSD를 번갈아 연결하며 파일을 옮기고 나서 로직 프로를 새로 설치했다. 프로그램의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외장하드에 옮기는 데 또 시간을 다 보내고 있었다.
쓰고 있던 맥에서 마이그레이션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다음날엔 열심히 애플리케이션과 드라이버를 설치했다. 그랬는데, OS Tahoe 26이 나왔다. 나는 이제 막 맥 오에스 Sequoia 에 도착했는데... 그래서 그날은 또 새 맥 오에스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 TV 오에스를 OS26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날을 보냈다. 업데이트를 마친 맥미니의 시동음이 경쾌했다. 1초만에 열리고 빠르게 프로젝트를 로딩하는 로직 프로 화면을 들여다 보며 감탄도 했다. 새로 추가한 SSD에는 음악 파일들을 모두 넣어 놓고 문제가 있었던 5TB 하드 디스크는 새로 포맷했다. 기기들이 하나씩 업데이트를 마치자 뭔가 더 쾌적해진 기분이 들어 좋아하고 있었다. 애플이 원래 목표로 삼았던 온디바이스 AI로서의 SIRI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그들이 긴 안목을 가지고 추구해왔던 시스템의 통합을 보고 있는 것이 반가왔다. 처음 시스템 9에서 맥 오에스 X으로 넘어갈 때의 일이 추억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새 오에스로 모든 기기를 업데이트 했더니 외장하드 디스크에서 읽어오는 로직 프로의 사운드 라이브러리가 느리게 느껴졌다. 이러느니 맥미니에 연결한 Dock에 SSD를 추가하는 것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음날 1테라바이트 SSD를 주문했다. SSD는 목요일에 도착했다. 그것을 Dock에 설치하고 로직 프로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새 저장장치로 옮겼다. 이번엔 파일 복사 속도가 빨라서 시간을 오래 쓰지는 않았지만 나는 같은 짓을 두 번 하고 말았다.
그 다음날엔 내 부주의로 SONY NW-A306에 들어있는 SD 메모리를 맥미니에 연결한 Dock에 직접 꽂아버리는 바람에 메모리를 포맷하고 음악 파일 전부를 다시 저장해야 하게 됐다. 380 GB 짜리 폴더에 음악 파일이 수만 개 들어있는데 SD 메모리는 느리기 때문에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한숨을 쉬면서 메모리를 다시 워크맨에 꽂고 포맷하다가 이번엔 안드로이드 오에스를 업데이트 하게 됐다. 그동안 워크맨을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 쓰고 있었던 바람에 새 오에스가 나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은 과천 공연을 하고 돌아와 워크맨의 안드로이드 오에스를 업데이트 하고, 워크맨을 맥미니에 직접 연결하여 음악 파일 복사를 시작했다. 워크맨이 워낙 느리기 때문에 업데이트 하는 데에도 오래 걸렸다. 파일 복사는 더 심했다. 처음엔 22시간이 걸린다고 나왔다가 한 시간 쯤 지났더니 18시간으로 줄었다. 그게 토요일 아침이었다.
충주 공연을 하고 집에 돌아와 모니터를 켜보았다. 느리지만 아무 탈 없이 SD 메모리로 음악파일이 복사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제 한 시간 남았다고 화면에 표시되고 있었다. 처음 예정되었던 것보다 시간이 줄었다. 이윽고 일요일 자정을 넘겨서 워크맨에 모든 음악 파일이 다 저장됐다. 애플뮤직이 지금 새로 나오는 음악을 듣게 해주고 셀 수 없이 많은 유산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있지만, 그것은 이를테면 매달 돈을 내고 다니는 도서관 같은 것이다. 소니 워크맨에 열 다섯 시간 걸려 저장한 음악 파일들은 내 서재와 같다. 나는 그 음악들을 듣고 음악을 배웠다. 하루도 음악을 듣지 않고 지나가는 일은 없으니 좋은 음질로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기기들이 나의 일상을 돕는다.
컴퓨터와 휴대용 기기 등을 업데이트하고 재설치하는데 일주일을 다 써버렸다. 책상 위의 컴퓨터 환경이 시원해져서 좋다. 하지만, 이건 자주 할 짓은 아니다.
2025년 9월 20일 토요일
충주에서
2025년 9월 19일 금요일
과천에서
비가 오고 어둠이 내리면 멀쩡하게 보이던 사람들이 이상한 짓을 한다. 땀과 비에 젖은 옷을 말릴 틈 없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입에서 김이 나도록 일하고 있었는데, 행사 통제를 맡은 스탭 중 하나는 길을 묻는 운전자에게 건성으로 손짓을 하면서 자기가 지금 비를 맞고 있지 않느냐며 짜증을 부렸다. 또 다른 한 명은 주차해둔 자동차 사이로 들어가더니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고 있었다. 맞은 편 보도블럭 나무 아래엔 누군가가 두고 간 팔걸이 없는 의자가 비를 맞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연주하는 일 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관객 쪽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가는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닐옷을 걸치고 젖은 의자를 지키며 관객들은 마지막 곡을 마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관객들이 절반 이상 만들었다고 기억할 것 같았다. 결국 리더님은 또 셋리스트에 없던 곡까지 추가하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025년 9월 16일 화요일
여름을 보낸 고양이들
정말 더웠던 이번 여름에 이 고양이 두 마리는 언제나 뜨거운 햇볕이 쏟아지는 베란다에 나가서 찜질을 하듯 드러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다가 너무 더우면 잠깐씩 에어컨이 있는 집안으로 들어와 바람을 쐬다가 다시 굳이 양지를 찾아 베란다에 나가서 또 드러누워 쿨쿨 자곤 했다.이제 밤 기온은 섭씨 20도. 여름을 보낸 고양이들은 밤이 되면 벌써부터 푹신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가서 잠이 든다. 달마다 병원에 다니고 있는 중인 짤이와, 언제나 심심한 깜이가 사이 좋게 바람을 쐬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황동 만년필
토요일 밤에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놓인 포장 봉투를 그대로 두고 자버렸다. 하루 전날 목포에 가고 있을 때 집으로 배송된 새 만년필 두 개가 거기에 들어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봉투를 열고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 써보았다. 이번엔 무거운 황동으로 만들어진 것을 두 자루 샀다. 정말 무겁고 어딘가 좀 이상했다. 캡을 뒤에 돌려 끼우면 너무 길고, 뚜껑을 끼우지 않으면 너무 짧아서 쓰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펜의 무게에 적응을 하면 어느 순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다른 한 개도 무겁고 긴 펜인데, 앞의 것으로 연습이 되어버려서 이 펜으로 쓸 때엔 수월해져 있었다. 두 자루 모두 부드럽게 미끄럽게 잘 그어져서 이상한 재미가 있었다. 지금 나오는 10원짜리 동전은 구리와 알루미늄 합금이다. 그래서 가볍고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과거엔 구리에 아연을 조금 섞은 것이었는데, 그 10원짜리 동전에서 났던 냄새가 있다. 그 냄새가 이 펜에서 나고 있었다. 손가락에 동전 냄새가 배어서 손을 몇 번 씻었다. 어째서인지 10원짜리 동전 냄새를 연상하는 순간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2025년 9월 15일 월요일
새 컴퓨터
8년 동안 쓴 아이맥을 그만 쓰기로 하고 새 컴퓨터를 샀다. 아이맥에서 더 이상 무선 인터넷이 되지 않아 새 맥미니로 자료를 옮기는 데 애를 먹었다. USB로 유선 연결도 안 되었고, 마이그레이션 앱에서 와이파이 P2P를 시도하더니 도중에 아예 멎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외장하드와 SSD를 양손에 들고 일일이 자료를 복사해서 새 컴퓨터로 옮겼다. 그러느라 하루를 다 썼다.
과거엔 이런 일도 재미있어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소모되는 것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서둘러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니까 차분하게 기다리며 도중에 재활용 쓰레기도 버리고 편의점에도 다녀왔다. 드디어 모든 것을 백업하고 써야 할 프로그램을 새로 설치한 다음 오전에 청소하여 비워두었던 책상에 다시 기계들을 설치했다. 그러느라고 또 몇 시간. 깊은 밤이 되어서야 다 끝났다.
하루 종일 새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하는 데 시간을 다 썼다. 오랜 친구에게 페이스타임으로 몇 번씩 모르는 것을 물어보았다. 그는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하게 잘 가르쳐줬다. 나는 최근 맥 오에스에 대해서도 컴퓨터 기술에 대해서도 아는 게 없는 상태였다.
책상을 정리하던 중에, 퍼스널 컴퓨터가 생겨나는 것을 목격했고 나중에 전설이 될 록밴드의 신보를 가슴에 안고 집으로 달음질칠 수 있었던 세대였어서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세대이거나 자기들의 시간대가 소중하겠지만 내 또래의 몇 십년은 참 괜찮았다.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대전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웠다. 대충 넓은 주차장을 찾다가 큰 쇼핑몰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러 작은 커피집에 들어가 앉았다. 지난 밤에 너무 졸음이 쏟아져서 쓰다가 말았던 것을 이어서 쓰고, 고속도로 운전 중에 음성메모로 남겨둔 것을 전사문을 보면서 베겨 썼다. 계획하지 않았던 좋은 휴식 시간이었다.일기예보는 또 어긋났다. 올 여름 돌아다니던 중 가장 예쁜 하늘을 오후 내내 보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하여 취소될 뻔 했던 공연이었는데 그대로 진행하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오늘도 나는 악기 하나만 사용했다. 차에 싣고 왔던 페달은 이번 이틀 동안 꺼내어 보지도 않았다.하천 옆 공원은 아름다왔지만 역시 습도는 높았다. 열 곡 쯤 지났을 때에 손가락이 불어 제대로 연주할 수 없게 되었다. 어제와 오늘 공연 후반은 모두 피크로 연주했다. 얼굴 높이에서 가까이 비추는 조명이 곤란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왜 오늘같은 날엔 안경을 쓰지 않았을까.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긴 하지만.
2025년 9월 12일 금요일
목포
2025년 9월 11일 목요일
고양이들
아내가 새로 사준 고양이 가구를 베란다 창가에 놓아줬더니 오후에 고양이 짤이는 볕을 쬐고 바람을 즐기며 그 위에서 낮잠을 잤다. 내집의 베란다에서 사진처럼 바다가 보일 리가 없다. 저 사진은 AI로 배경을 만든 이미지이다. 고양이 짤이가 편안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서 멀리 보이는 것이 높은 아파트 건물이 아니라 수평선과 하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양이들은 새 물건이 마음에 드는지 사이좋게 번갈아 올라가 놀았다.
2025년 9월 10일 수요일
강변에
미적거리다가 오후가 되어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햇빛이 많은 늦여름 오후였다. 하늘이 맑고 푸르렀다. 아니, 구월은 어쩌자고 벌써 열흘이나 지나간 거지. 유난히 더워했던 여름이 크게 한 바퀴 돌으러 가고 있었다.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맞는 바람이 선선했다.길 위에 사마귀 한 마리가 아주 느리게 풀숲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남의 삶에 불쑥 끼어들긴 좀 그렇고 그냥 두고 가면 다른 자전거에 깔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사마귀가 무사히 풀속에 들어가는 것을 본 후 다시 페달을 밟았다.조금씩 강도를 높이자고 생각하여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속도를 조금 내보았다. 도착하여 자전거에서 내릴 때에 내가 또 교만했다 것을 알았다. 한쪽 종아리에 쥐가 났던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쥐가 난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자전거 안장을 붙잡고 서서 스트레칭을 하는 체하고 있었다. 사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2025년 9월 8일 월요일
외출용 만년필
HONGDIAN 만년필을 처음 사보았다. 미리 공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펜을 받아서 잉크를 넣어보기도 전에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스톤 필러 방식 N7은 아주 부드럽고 잘 미끄러져서 시원시원하게 쓸 수 있었다. 잉크창은 완전히 투명해서 배럴 안에 있는 잉크가 분명하게 보였다.M2는 작아서 휴대하기에 좋다. 포스팅하면 13센티미터 조금 넘으므로 손에 쥐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다. 지난달에 미국에 가기 전에 이 펜을 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외출용, 여행용으로 쓰기 좋은 펜이다. 캡을 씌운 상태에서 무게중심도 좋다. 알루미늄 배럴의 감촉도 괜찮았다. 클립도 훌륭하다. 괜찮은 포켓펜이 생겼다.N7은 그립부분이 묵직하여 쓰기에 편했다. 무게가 있고 시원하게 그어지는 펜들은 손에 힘을 주지 않게 되어 자꾸 빠르게 쓰게 되고 획이 날리듯 그어지기도 한다. 덕분에 피로감이 줄어서 좋다. 오후엔 이 펜으로 긴 글을 썼다.
2025년 9월 7일 일요일
노들섬
일요일 오후, 방송 녹화를 위한 공연을 하러 한강대교 아래에 있는 노들섬에 갔다. 비가 올 것이라던 이틀 전 일기예보가 맞지 않아준 덕분에 구름 많은 하늘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덥고 습했지만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3년 전 3월, 선거 다음 날에 침울한 심정이 되어 이 장소에 있는 리허설룸에 와서 예정된 합주를 했었다. 그날의 기억이 하마터면 한참 더 마음에 남아 나를 괴롭힐 뻔 했었다는 것이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새 정부가 시작한 후에 다시 찾아온 노들섬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이 인공섬에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가고 있다는 것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더 실감을 했다. 백 년 전에 일본인들이 매립하여 모래 위에 만든 섬. 내가 어릴적에 그 주변의 모래를 퍼가서 강변북로를 공사하는 데 썼던 일들을 붉은 노을 아래에서 거닐고 있는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런 것을 몰라도 되는 지금이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생각했다.공연 십 분 전, 무대 뒤에서 바라 본 객석 위엔 보름달이 조명처럼 켜져 있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동그란 달이 구름에 가려졌다가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달과 관객들을 마주보고 연주하는 기분이었다.공연만 하는 것이었다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스페이스 공감 방송 녹화를 위한 공연이었기 때문에 리더님은 작은 실수가 생긴 곡은 한 번 더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 전에 이미 예상은 했지만 셋리스트에 있는 곡들을 다 한 다음 두 곡을 더 연주하고 공연을 마쳤다.편안하게 연주하고 공연을 잘 마쳤다. 습기 때문에 새로 감아놓은 베이스 줄 위에서 손가락이 자꾸 미끄러졌다. 주말에 두 건의 공연을 더 해야 하니까 손가락 끝을 조금 보호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두세 곡에서는 피크를 썼다.자동차에 악기를 싣고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북쪽으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들을 보며 서있었다. 자꾸 다른 것에 새로 관심을 두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오늘은 가지고 다니기 편한 좋은 카메라가 한 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일요일, 커피
비가 내리고 습하더니 하늘이 맑아졌다. 오후부터 흐려진다고 날씨 앱이 알려주고 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까지 비가 계속 온다고 했었는데. 기상예보를 하기가 어려워진 시대인가 보다.
오후에 공연하러 나가기 위해 악기 가방을 챙기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동안 비가 오는 바람에, 개인 날엔 엄마를 모시고 운전을 하느라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십여 년 전 자전거에 미쳐있었을 때 나는 밤중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나는 각종 중독에 약한데 그 무렵엔 거기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겠지.
커피는 예전보다 많이 안 마시고 있다. 커피 중독에서는 벗어난 모양이다. 일요일 오전에 커피를 마시며 짧은 여유시간을 보냈다.
2025년 9월 2일 화요일
다시 자전거
이 자리에 자전거를 타고 7년만에 와본다. 2018년 7월이었다. 이곳은 변한 것이 없었다. 자전거를 꼼꼼하게 손질하지 못하여 체인엔 붉게 녹이 슬고 라쳇 틈새엔 아직도 고양이 털이 끼어있었다. 페달을 밟으면서 허리를 많이 숙여보기도 하고 조금 경사진 곳에서 힘주어 달려보기도 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집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나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는 동안 잠시 잊게 되었던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물 두어 모금을 마시고 다시 안장 위에 올라 앉았다. 순이, 꼼이가 집에 없고 아내의 부모와 내 아버지도 세상에 없는데 강물은 오랜 세월 해왔던대로 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