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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1일 금요일

세종 만년필

 

겸손몰 세종 만년필 스틸닙 두 자루를 받았다. 주문한지 일 년 만에 도착했다. 베럴이 정말 가볍다. 디플로마트, 파버카스텔 알루미늄 펜보다 더 가벼운데, 그립은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어서 아래쪽으로 묵직하다. 쓰는 데 안정적이고 손에 힘을 주지 않게 되어 편안하다. 아주 좋다. 피스톤필러도 훌륭하고 닙과 그립에 PVD 코팅을 한 것도 마음에 든다. 잉크를 넣을 때 닙 파트에 묻은 잉크가 쉽고 깨끗하게 닦인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만족스럽다.

2025년 9월 16일 화요일

황동 만년필

 

토요일 밤에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놓인 포장 봉투를 그대로 두고 자버렸다. 하루 전날 목포에 가고 있을 때 집으로 배송된 새 만년필 두 개가 거기에 들어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봉투를 열고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 써보았다. 이번엔 무거운 황동으로 만들어진 것을 두 자루 샀다. 정말 무겁고 어딘가 좀 이상했다. 캡을 뒤에 돌려 끼우면 너무 길고, 뚜껑을 끼우지 않으면 너무 짧아서 쓰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펜의 무게에 적응을 하면 어느 순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한 개도 무겁고 긴 펜인데, 앞의 것으로 연습이 되어버려서 이 펜으로 쓸 때엔 수월해져 있었다. 두 자루 모두 부드럽게 미끄럽게 잘 그어져서 이상한 재미가 있었다. 지금 나오는 10원짜리 동전은 구리와 알루미늄 합금이다. 그래서 가볍고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과거엔 구리에 아연을 조금 섞은 것이었는데, 그 10원짜리 동전에서 났던 냄새가 있다. 그 냄새가 이 펜에서 나고 있었다. 손가락에 동전 냄새가 배어서 손을 몇 번 씻었다. 어째서인지 10원짜리 동전 냄새를 연상하는 순간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펜들은 값이 싼 것이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꽤 괜찮다고 느꼈다. 값어치와 관계 없는 가치라는 것도 있다는 건 맞는 말이다.

2025년 9월 8일 월요일

외출용 만년필

 

HONGDIAN 만년필을 처음 사보았다. 미리 공부한 정보가 많이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펜을 받아서 잉크를 넣어보기도 전에 꽤 괜찮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스톤 필러 방식 N7은 아주 부드럽고 잘 미끄러져서 시원시원하게 쓸 수 있었다. 잉크창은 완전히 투명해서 배럴 안에 있는 잉크가 분명하게 보였다.

M2는 작아서 휴대하기에 좋다. 포스팅하면 13센티미터 조금 넘으므로 손에 쥐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다. 지난달에 미국에 가기 전에 이 펜을 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외출용, 여행용으로 쓰기 좋은 펜이다. 캡을 씌운 상태에서 무게중심도 좋다. 알루미늄 배럴의 감촉도 괜찮았다. 클립도 훌륭하다. 괜찮은 포켓펜이 생겼다.
N7은 그립부분이 묵직하여 쓰기에 편했다. 무게가 있고 시원하게 그어지는 펜들은 손에 힘을 주지 않게 되어 자꾸 빠르게 쓰게 되고 획이 날리듯 그어지기도 한다. 덕분에 피로감이 줄어서 좋다. 오후엔 이 펜으로 긴 글을 썼다.


2025년 9월 7일 일요일

일요일, 커피

 

비가 내리고 습하더니 하늘이 맑아졌다. 오후부터 흐려진다고 날씨 앱이 알려주고 있다. 사흘 전까지만 해도 일요일까지 비가 계속 온다고 했었는데. 기상예보를 하기가 어려워진 시대인가 보다.

오후에 공연하러 나가기 위해 악기 가방을 챙기고 커피를 내려 마셨다. 그동안 비가 오는 바람에, 개인 날엔 엄마를 모시고 운전을 하느라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십여 년 전 자전거에 미쳐있었을 때 나는 밤중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왜 그렇게까지 했는지. 나는 각종 중독에 약한데 그 무렵엔 거기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겠지.

커피는 예전보다 많이 안 마시고 있다. 커피 중독에서는 벗어난 모양이다. 일요일 오전에 커피를 마시며 짧은 여유시간을 보냈다.

2025년 8월 23일 토요일

에보나이트 만년필

관심을 두고 있었던 Narwhal 만년필이 올해 바뀐 디자인으로 나와 있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지금까지 보았던 Nautilus 펜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깔끔하여 마음에 들었다. 이 펜은 내가 처음 써보는 에보나이트 재질인데,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 다만 정전기가 심하여 헝겊으로 문질러 닦고 나면 어느새 고양이 털이 붙어 있다.

일각고래 (Narwhal) 라는 명칭을 브랜드 이름으로 쓸 수 없으므로 고쳐 쓰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떤 법이든 누군가에게는 멍청하고 이상하게 적용되는가 보다. 그래서 이 회사는 이름을 아이슬란드 언어로 일각고래를 뜻하는 Nahvalur 로 바꾸었다. 브랜드 이름이야 뭐 그들의 문제이니까 알아서 잘 할 것이고, 생경한 언어로 단어 하나를 새로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펜은 처음 블루블랙 잉크를 넣었을 때 조금 실망했다가, 두어 시간 써본 후에 좋은 기분을 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펠리칸 검정 잉크를 담았다. 아주 잘 그어지고 느낌이 새롭다.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잉크, 고양이들

 


지난 주엔 울산에 다녀와서 파커 블루블랙 잉크를 다 썼다. 이번 주엔 울산에서 돌아와 다이어민 제트 블랙 잉크를 남김 없이 썼다. 글입다 잉크와 펠리칸 블랙 잉크 잔여분을 모아 놓았던 용기에 조금 남은 다이어민 잉크까지 같이 담았다.

울산에서 길고 지루한 대기 시간을 보내던 중에 아내가 집에서 사진을 보내줬다. 요즘 고양이 깜이에게 밥을 주려고 하면 언니 고양이들 두 마리가 금세 나타나서 깜이의 밥을 빼앗아 먹으려고 든다. 당뇨식과 신장을 보호하는 사료를 먹이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맛이 없는지 두 마리 언니 고양이들은 깜이가 먹는 사료를 자주 탐내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헌신적으로 고양이들을 돌보아 병을 치료한 덕분이다.


2025년 7월 20일 일요일

울산에 다녀왔다

 

18일 금요일에 울산에 도착하여 가는 비를 맞으며 리허설을 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가운데 야외무대를 만들고 준비했던 분들이 큰 고생을 했을 것을 생각하니 천막 아래에서 사운드체크를 하는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았다.

밤이 되어 숙소에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2년 전에 왔던 그 호텔 객실에 넓은 책상과 조명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엔 책상 위에 깔린 가죽보드가 더러워 보여서 무슨 일인가 하였다. 자세히 보니 말끔하게 닦고 청소를 한 상태이긴 했는데 누군가들이 훼손하고 더럽혀 놓았던 흔적이 남아 있던 것이었다. 외박할 때 숙소에 좋은 책상이 있는 것이 나에겐 소중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아닐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다음날 19일 토요일. 새벽에 요란한 소리가 들려 한 번 깨었다. 세차장 물줄기같은 빗줄기가 통유리를 때리며 내는 소리였다. 다시 잠들었는데 아침 일곱시부터 카카오톡 알림이 울려 다시 깨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태화강이 범람하여 야외무대 일대가 물에 잠겨버렸다는 소식이었다.
결국 정오가 되기 전에 일정 전체가 취소되었다. 하루 전엔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한번도 쉬지 않고 고속도로를 달렸었다. 이번엔 어차피 비를 계속 맞으며 갈테니 여유롭게 휴게소에도 들르며 가보자고 생각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구미를 지날 즈음부터 빗줄기가 약해졌다. 상주에서 잠깐 소나기를 만난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비는 맞지 않았다.
울산에 갈 때 챙겨 갔던 디플로마트 펜의 잉크가 그만 글을 쓰는 중에 닳아 버렸다. 두 자루를 가져간 덕분에 호텔방 책상 앞에서 글을 이어 쓸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조금 쉬다가 그 펜에 새로 잉크를 넣었다. 파커 블루블랙 잉크병의 바닥이 드러났다. 일년 넘게 알뜰하게 쓴 잉크였다. 새 블루블랙 잉크는 아직 뚜껑도 열지 않은 채 책상 위에 있다. 다음 번엔 이미 뚜껑을 열어 쓰고 있는 펠리칸 블루블랙 잉크를 쓰기로 하고, 새 파커 잉크는 좀 더 두기로.


2025년 6월 18일 수요일

제 자리로.


 서너 달 비틀어서 쓰고 있었던 만년필의 닙을 원래대로 돌려 놓았다. 설계한 그대로 만든 사람의 의도에 따라 쓰는 것이 맞았다. 고작 몇 년 펜에 잉크 좀 넣어 쓰고 있었다고, 대충 아는 주제에 내가 또 교만했던 것이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25/02/blog-post_43.html


베개 만년필 두 자루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잘 쓰고 있다. 어떤 날엔 쓸 것이 없는데 펜을 쥐고 그어보고 싶어서 아무 말이나 적어보기도 한다.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만년필 세척


 자주 쓰지 않는 바람에 다섯 달만에 새로 잉크를 넣게 된 아내의 펜을 세척했다. 예상대로 닦고 씻어내야 할 잉크 찌꺼기가 잔뜩 있었다. 물에 담그어 말라 붙어있는 잉크 흔적을 녹이고 컨버터는 분리하여 닦았다. 캡 안에도 컨버터를 연결하는 그립부의 나사산에도 잉크가 계속 묻어 나왔다.

새로 파커 블루블랙 잉크를 넣었는데 일부러 3분의 2정도만 채웠다. 그러면 너무 오래 지나기 전에 펜을 씻고 잉크를 담을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6월 11일 수요일

겸손 펜 케이스

작년 12월 31일에 주문했던 겸손 펜 케이스 '베개집' 두 개를 오늘 배송 받았다. 품질이 아주 좋고, 색감이 무척 예쁘다. 정말 공들여 만들었다는 것을 보자마자 느낄 수 있었다. 세세한 마감까지 꼼꼼하게 잘 제작했다. 훌륭하다.

먼 지역에 가서 하루 자고 다음 날 공연을 하는 일이 있을 때 나는 펜 파우치에 두어 자루 펜을 챙겨서 다녔었다. 숙소에 도착하면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런 일 외엔 펜 케이스를 가지고 다닐 일은 없다. 새 펜 케이스들은 펜을 세척한 후 넣어서 보관할 때에 쓰면 되겠다. 


 

2025년 6월 7일 토요일

잉크


 그저께부터 조금 전까지 아홉 자루의 펜에 잉크를 넣었다. 만년필을 여러 자루 돌아가며 쓰고 있으면 새로 잉크를 충전하는 시기가 한데 몰릴 때가 생긴다.

글입다 잉크는 흐린 색 농도이지만 묽어서 어프로치노트(라이트)에 쓸 때엔 굵게 나오고 많이 번졌다. 이제 클레르퐁텐 공책에서 쓰다 보니 잉크 흡수가 덜 하고 빠르게 마르는 종이 위에서 너무 흐리게 나오고 있었다. 눈이 나빠진 데다가 잉크 색이 연하게 써지고 있어서 쓰거나 읽을 때 안경을 쓰고 있어도 미간이 찌푸려졌다.

새벽에 펠리칸 M605에 남아 있던 글입다 잉크를 빼내고 10ml 용기에 펠리칸 검정색 잉크를 덜어서 글입다 잉크와 섞었다. 글입다와 펠리칸 잉크는 3:1 비율로 섞었는데, 작고 입구가 좁은 병이어서 펜을 담그어 잉크를 빨아들이기 위해 잉크의 높이를 맞추려다가 그렇게 됐다. 결과적으로 알맞은 진하기가 되었다.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잉크

 

아직도 한참 더 쓰고 남을 만큼 잉크가 있는 줄 알았더니, 다이어민 잉크도 한 개씩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파커 블루블랙도 거의 다 써버려서 닙을 담그어 잉크를 충전할 수 없게 되었다. 파커와 펠리칸의 블루블랙을 한 병씩, 펠리칸 블랙을 한 병 더 샀다. 브라운, 오렌지 잉크는 다이어민 말고 더 남아 있고, 녹색 계열 잉크는 카랜다쉬 잉크가 많이 남아있다.

이틀 동안 공연하러 다니느라 공책을 펴 보지 못 했다가 일요일부터 뭔가 보상이라도 원하는 것처럼 닥치는 대로 한참 썼다.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베개 만년필 18K


 지난 2월 7일에 베개 스틸닙을 받았던 것이니까 그 후 석 달 열흘, 꼭 백일만에 이 금닙 만년필을 받게 됐다. 주문한지 11개월만이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25/02/blog-post_8.html

파커 블루블랙 잉크를 넣고 처음 써보는 중이다. 깜짝 놀랄만큼 좋다. 묵직한데 가볍게 그어진다는 표현이 여기에 알맞다. 종이에 닿았다가 떼어지는 기분이 대단히 좋다.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서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게 된다. 석 달 전에 먼저 받았던 베개 스틸닙은 이 만년필의 보급형이었다. 정말 좋은 만년필이다.

새 펜에 잉크를 넣기 전에 책상 위에 줄 지어 누워있는 펜들을 보면서 잠깐 생각했는데, 블루블랙 잉크를 넣어보길 잘 했다. 이 잉크가 지금처럼 종이 위에 흘러 나오는 느낌을 처음 경험해 보고 있다. 일년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다.

2025년 2월 9일 일요일

궁금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만년필 '베개'의 닙을 조금 더 비틀어 돌려놓았다.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이 각도로 비틀어져 있는 것이 사각 그립을 쥐고 글씨를 쓸 때에 더 편한데, 나만 그런 것인지 다른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그리고 경험이 많고 전문가인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이 점은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나는 EF 사이즈 닙을 처음 써보는데, 아주 부드럽고 잘 그어진다. 잉크는 파커 블루블랙으로 시작했다. 펠리칸, 다이어민 잉크도 한번씩 넣어볼 생각이다.

 

2025년 2월 8일 토요일

새 만년필

 


지난 해 유월에 주문하고 결제했던 만년필을 오늘 받았다. 이름은 '베개'다. 스틸닙을 우선 받았고, 언제 올지 모르는 골드닙이 남아있다. 나는 지난 여름에 이 펜을 주문하는 것을 끝으로 더 이상 만년필을 사지 않았다.

순박하고 밋밋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다만 사각인 그립부분을 손가락 세 개로 쥐고 쓰기 시작하면 닙의 각도가 종이에 비스듬하게 닿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바르게 닿도록 하려면 각진 모서리에 손가락을 대어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닙파트를 붙들고 힘주어 돌려 보았더니 완벽한 각도를 이루게 됐다. 이제 손가락 안에 만년필 '베개'의 그립부분을 뉘이면 닙이 반듯하게 종이 위에 놓여지게 됐다.

아주 마음에 든다. 골드닙 버젼을 어서 받아보고 싶다. 아마 한참 뒤에나 받아볼 수 있겠지.

https://choiwonsik.blogspot.com/2025/05/18k.html

2024년 6월 18일 화요일

이탈리아 방식

이 만년필을 쓴지 한 달째 되었는데, 트림 링의 도금이 닳아서 벗겨져 있는 것을 알았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다 벗겨졌고 맞은 편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처음 사본 이탈리아 펜은 처음 쓸 때부터 일관되게 웃겼다. 잔뜩 멋을 부렸는데 허술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금색 칠이 완전히 지워져 허옇게 드러난 트림 링을 만져보면서 제일 웃겼던 건 이제서야 잉크가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웃긴 일도 생겼다. 이 펜과 함께 상자에 담겨 따라온 그 브랜드의 잉크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하얀 곰팡이가 피어 둥둥 떠 있었다. 도금이 벗겨지고 잉크엔 곰팡이가 핀 채로 유통되었다니, 나의 이탈리아 만년필 인상은 아주 나빠졌다. 품질관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
플라스틱 스푼으로 조심조심 곰팡이를 걷어내어 버리고, 잉크는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대신 다른 펜에는 넣지 않고 한군데에서 나온 펜에만 담아 쓸 생각이다.


 

2024년 6월 17일 월요일

ASVINE 만년필

2주 전에 주문했던 만년필이 도착했다. 할인하고 있는 중국 쇼핑몰에서 싼 가격에 구입했던 것이다. 가죽 파우치도 함께 도착했는데 가죽의 품질과 만듦새를 들여다 보기도 전에 고약한 화학물질 냄새가 풍겨서 햇볕이 드는 곳에 지퍼를 열어 놓아두었다.

만년필은 가볍고 예뻤으나, 중결링부터 캡의 윗쪽까지 세로로 날카로운 것에 긁혀서 난 흠집이 있었다. 품질관리를 잘 해줄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흠이 있는 물건을 받은 건 유쾌하지 않지만, 나는 이런 정도의 물건은 그냥 쓴다.

만년필은 예상했던대로 훌륭하다. 값이 싸서가 아니라, 잘 만들어진 펜이다. 가볍고 잘 써진다.

여섯배 쯤 더 비싼 펠리칸 펜과 나란히 놓아 보았다. ASVINE이라는 브랜드는 펜을 정말 잘 만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V126은 P20보다 더 부드럽게 잘 써지고 소재의 느낌도 더 좋다. 이런 브랜드가 좋은 재료를 써서 고급펜을 만든다고 해도 잘 만들 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부터는 베껴온 모양이 아니라 그들만의 생각과 디자인이 있어야 할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우리에게 좋은 국산 만년필이 없다는 게 많이 아쉬웠다.
파우치에서 나는 냄새는 쉬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가죽세정제로 여러번 문질러 닦고 오래된 Pot Pourri를 파우치 안에 담아 더 햇빛을 쬐도록 해놓았다.




 

2024년 5월 21일 화요일

이탈리안 펜

 

이탈리아 만년필을 처음 사보았다. 독일 펜들만 줄지어 놓인 맨 끝에 뚱뚱한 펜 한 자루가 함께 놓였다.

hard starting 이 심하여 신경이 쓰였는데, 내가 처음에 잉크를 제대로 넣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펠리칸 펜과 잉크 흡입구 위치가 달라서 닙을 더 깊이 잉크병에 담그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다. 사나흘 이 펜으로만 써보았다.

hard starting이라는 말보다, 펜을 쓰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우리말인 '헛발질'이 훨씬 느낌을 잘 전달한다는 생각을 했다.

2024년 3월 29일 금요일

실리콘 그리스

 

만년필 한 개가 피스톤이 뻑뻑해져서 실리콘 그리스를 샀다. 공기 비닐에 싸여 하루만에 도착했다. 지난 달에 저것을 사려고 동네 잡화점을 돌아다녔었는데 찾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문제가 생긴 펜은 작년에 중고로 샀던 M200 펜으로, 거래를 하고 펜을 집에 가져와서 보니 내부 상태가 아주 나빴었다. 아마 전주인이 한 번도 세척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피스톤을 힘주어 돌려야 겨우 움직였다. 점점 더 심해져서 이번에야 말로 그리스를 발라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닙파트를 분리하고 잘 세척하여 펜을 말린 후 배럴 깊숙이 그리스를 발라줬다. 이제 원래대로 피스톤은 부드럽게 작동하게 됐다. 만년필에 바르는 그리스 양은 아주 조금만 필요한데 내가 산 것은 85그램이나 되어 너무 양이 많다. 그리스를 다 쓰기 전에 아마 변질되어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나누어 덜어주고 싶지만, 주변에 피스톤필러 방식 만년필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24년 3월 7일 목요일

만년필


 이틀 전 주문했던 올해 첫 스페셜 에디션인 M200 Orange Delight 펜이 도착했다. 2월에 발매한다는 소식을 읽었던 것이 1월 마지막 주 일이었다. 수입사에서 드디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열흘 전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펜상점 웹페이지를 몇 개 띄워놓고 수시로 리로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화요일 오후, 펜가게에 상품이 올라오자마자 주문했다. 예상했던대로 색상이 밝고 촌스러우며 예뻤다. 만년필은 사진만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잘 담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