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에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놓인 포장 봉투를 그대로 두고 자버렸다. 하루 전날 목포에 가고 있을 때 집으로 배송된 새 만년필 두 개가 거기에 들어있었다. 일요일 아침에 봉투를 열고 만년필에 잉크를 넣어 써보았다. 이번엔 무거운 황동으로 만들어진 것을 두 자루 샀다. 정말 무겁고 어딘가 좀 이상했다. 캡을 뒤에 돌려 끼우면 너무 길고, 뚜껑을 끼우지 않으면 너무 짧아서 쓰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펜의 무게에 적응을 하면 어느 순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다른 한 개도 무겁고 긴 펜인데, 앞의 것으로 연습이 되어버려서 이 펜으로 쓸 때엔 수월해져 있었다. 두 자루 모두 부드럽게 미끄럽게 잘 그어져서 이상한 재미가 있었다. 지금 나오는 10원짜리 동전은 구리와 알루미늄 합금이다. 그래서 가볍고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 과거엔 구리에 아연을 조금 섞은 것이었는데, 그 10원짜리 동전에서 났던 냄새가 있다. 그 냄새가 이 펜에서 나고 있었다. 손가락에 동전 냄새가 배어서 손을 몇 번 씻었다. 어째서인지 10원짜리 동전 냄새를 연상하는 순간 어릴적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 펜들은 값이 싼 것이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꽤 괜찮다고 느꼈다. 값어치와 관계 없는 가치라는 것도 있다는 건 맞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