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3일 토요일

대전

숙소에서 깊이 잠들었었다. 전날 긴 시간 운전을 하고 무더위 속에서 공연했던 바람에 그랬을 것이다. 알람을 맞춰두느라 아이폰 볼륨을 크게 해뒀었다. 이른 아침에 카카오톡 알림 소리에 그만 잠을 깨어버렸던 바람에 더 오래 잘 수 없었다. 스트레칭을 삼십여 분 하고,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냥 일찍 나가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났다. 
주유소에 들러 연료를 가득 채웠다. 대충 넓은 주차장을 찾다가 큰 쇼핑몰을 발견하고 그곳에 들러 작은 커피집에 들어가 앉았다. 지난 밤에 너무 졸음이 쏟아져서 쓰다가 말았던 것을 이어서 쓰고, 고속도로 운전 중에 음성메모로 남겨둔 것을 전사문을 보면서 베겨 썼다. 계획하지 않았던 좋은 휴식 시간이었다.

일기예보는 또 어긋났다. 올 여름 돌아다니던 중 가장 예쁜 하늘을 오후 내내 보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하여 취소될 뻔 했던 공연이었는데 그대로 진행하게 된 것이 다행이었다.
오늘도 나는 악기 하나만 사용했다. 차에 싣고 왔던 페달은 이번 이틀 동안 꺼내어 보지도 않았다.
하천 옆 공원은 아름다왔지만 역시 습도는 높았다. 열 곡 쯤 지났을 때에 손가락이 불어 제대로 연주할 수 없게 되었다. 어제와 오늘 공연 후반은 모두 피크로 연주했다. 얼굴 높이에서 가까이 비추는 조명이 곤란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왜 오늘같은 날엔 안경을 쓰지 않았을까. 내가 하는 일이 늘 그렇긴 하지만.


고운 하늘 아래 푸른 잔디 위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틀 동안의 출장을 잘 마치고 집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아파트 주차장에 빈 자리도 있었고, 고단하긴 했어도 이 정도면 거뜬하게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졸음을 참으며 짐을 풀어 정리하고 비로소 침대에 눞자마자 고양이 깜이가 뛰어 올라와 베개 옆에 자리를 잡고 그르릉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