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방송 녹화를 위한 공연을 하러 한강대교 아래에 있는 노들섬에 갔다. 비가 올 것이라던 이틀 전 일기예보가 맞지 않아준 덕분에 구름 많은 하늘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덥고 습했지만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왔다. 3년 전 3월, 선거 다음 날에 침울한 심정이 되어 이 장소에 있는 리허설룸에 와서 예정된 합주를 했었다. 그날의 기억이 하마터면 한참 더 마음에 남아 나를 괴롭힐 뻔 했었다는 것이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새 정부가 시작한 후에 다시 찾아온 노들섬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였다.이 인공섬에 많은 사람들이 놀러 가고 있다는 것을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알고는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보니 더 실감을 했다. 백 년 전에 일본인들이 매립하여 모래 위에 만든 섬. 내가 어릴적에 그 주변의 모래를 퍼가서 강변북로를 공사하는 데 썼던 일들을 붉은 노을 아래에서 거닐고 있는 젊은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들이 그런 것을 몰라도 되는 지금이 얼마나 다행인가, 라고 생각했다.공연 십 분 전, 무대 뒤에서 바라 본 객석 위엔 보름달이 조명처럼 켜져 있었다. 공연이 끝날 때까지 동그란 달이 구름에 가려졌다가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달과 관객들을 마주보고 연주하는 기분이었다.공연만 하는 것이었다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스페이스 공감 방송 녹화를 위한 공연이었기 때문에 리더님은 작은 실수가 생긴 곡은 한 번 더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 전에 이미 예상은 했지만 셋리스트에 있는 곡들을 다 한 다음 두 곡을 더 연주하고 공연을 마쳤다.편안하게 연주하고 공연을 잘 마쳤다. 습기 때문에 새로 감아놓은 베이스 줄 위에서 손가락이 자꾸 미끄러졌다. 주말에 두 건의 공연을 더 해야 하니까 손가락 끝을 조금 보호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두세 곡에서는 피크를 썼다.자동차에 악기를 싣고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북쪽으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들을 보며 서있었다. 자꾸 다른 것에 새로 관심을 두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오늘은 가지고 다니기 편한 좋은 카메라가 한 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