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9일 금요일

과천에서

집에서 과천으로 가는 길은 고르기 나름이다. 남태령을 넘느냐, 아니면 분당 수서로 빙 돌아 남쪽에서 진입하느냐. 인연이 있는 동네여서 금요일 낮에 방배, 남태령 쪽이 얼마나 막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뭘 알어, 내가 그 기계보다 운전 오래 했다구. 그래서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잘 도착했다. 비는 멈출 것 같지 않았다. 시트를 눕히고 누워서 틀어놓았던 음반을 마저 들었다.

비가 오고 어둠이 내리면 멀쩡하게 보이던 사람들이 이상한 짓을 한다. 땀과 비에 젖은 옷을 말릴 틈 없이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입에서 김이 나도록 일하고 있었는데, 행사 통제를 맡은 스탭 중 하나는 길을 묻는 운전자에게 건성으로 손짓을 하면서 자기가 지금 비를 맞고 있지 않느냐며 짜증을 부렸다. 또 다른 한 명은 주차해둔 자동차 사이로 들어가더니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고 있었다. 맞은 편 보도블럭 나무 아래엔 누군가가 두고 간 팔걸이 없는 의자가 비를 맞으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를 맞으며 연주하는 일 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관객 쪽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가는 비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닐옷을 걸치고 젖은 의자를 지키며 관객들은 마지막 곡을 마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날 공연은 관객들이 절반 이상 만들었다고 기억할 것 같았다. 결국 리더님은 또 셋리스트에 없던 곡까지 추가하며 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집에 가는 길에 악기 가방을 활짝 열어놓고 에어컨을 틀어 젖은 악기를 말렸다. 오늘 우중공연은 인상 깊은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