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2일 토요일

내 고양이, 순이.


고양이 순이.

내가 혼자 살 때에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지냈다. 외출할 일이 있어도 혼자 다니니까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오면 나는 말을 더듬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하려는 말을 머리 속에서 문장으로 떠올린 다음 그것을 소리내어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집에서 내가 말을 하는 유일한 시간은 고양이를 부를 때이다. 내가, "순이야" 라고 이름을 부르면 창가에 앉아있던 순이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조금의 낭비도 없는 동작으로 나에게 다가와 덥썩 안긴다. 내가 작은 소리로 두 팔에 안겨있는 순이를 한 번 더 부르면 고양이는 주둥이를 곱게 모아 소리를 내며 대답한 뒤에 내 어깨를 앞발로 꼭 움켜쥐며 그르릉 소리를 내곤 한다.

아침 일곱시. 일어나보니 침대 곁에 순이가 없었다. 이름을 부르기 전에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러 집안을 돌아다녔는데 고양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는 "순이야"를 반복하며 이 방 저 방으로 고양이를 찾아다니다가, 베란다 창문 블라인드 아래에서 햇빛에 비친 고양이의 실루엣을 보았다. 살금 살금 다가가 블라인드 틈을 살짝 열고 내려다 보았더니, 순이가 장난스런 눈빛을 하고 나를 올려다 보며 길게 "야-옹" 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고 끌어안아 어깨 위에 고양이를 태운채 커피를 내리러 주방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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