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2일 수요일

아프다.

정동.
망해버린 옛 왕조와 지배세력의 동네였던 곳.
백여년 동안 수도 없이 외세로부터 유린되어오고 있는 마을.
가을 냄새가 가득하다거나 진통제처럼 고요한 풍경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지랄맞은 관제행사들로 도회의 건물들 사이엔 쇠가 부딛히는 소음이 맴돌이 하고 있었고
외국의 이름으로 간판을 만들어 붙인 음식점들의 냄새만 골목에 가득했다.

리허설을 마치고 비어있는 너른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있는데
계속 어지럽고 뼈마디가 아파왔다.
이틀 새에 잇달은 訃告들 때문이었는지 그저 계절에 마음이 섞여 우울했던 것인지
잘 몰랐었는데
에잇... 감기몸살이었구나.

아침 일찍 일어나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타왔다.
오늘은 먼길을 달려가서, 기다려오던 공연을 구경하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몸이 아프니 마음도 맥이 풀린다.

병원에서 돌아와 식은 커피를 따라 두고 연달아 담배를 피웠다.
좋은 음악을 골라 나직히 틀어놓았더니 주사약의 냄새가 코에서 났다.
오늘 밤 좋은 음악을 한껏 마시고 돌아오면 몸살도 낫고
내 악기들의 소리도 다시 상쾌하게 들렸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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