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7일 토요일

혼자 사는 일.


요즘 집 밖에 오래 머무는 날이 몇 번 있었다.
바빴기 때문이었다.
어느 동네의 주차장에서 급한 이메일을 써보내기도 했고 낯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파일을 다운로하여 벼락치기로 연주준비를 하기도 했다.
25시간 만에 집에 돌아왔더니 혼자 있던 순이가 달려나와 떼를 썼다.
칭얼대는 고양이를 안고 달래주고 잘못을 빌었다. 어린 고양이는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내가 열어놓은 악기가방에 머리만 집어 넣고 까불기도 했다. 토라지거나 화를 내지 않고 나를 반가와해주니까 나는 더 미안해했다.
순이는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지금은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들었다.

혼자 사는 일은 랩탑 컴퓨터의 생활과 비슷하다.
언제든지 뚜껑을 툭 덮고 어디론가 떠나야할 일도 생기고, 어디에서든 충전만 대충 할 수 있으면 그만이므로 반드시 집에 들어가야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내가 없는 동안 불쌍한 고양이 순이가 그만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자고 있는 고양이 순이를 쓰다듬으며 한 번 더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순이는 나지막히 갸르륵, 하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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