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6일 월요일

유태인 미술관.


유태인 박물관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지만, 나는 미술관으로 생각했다.

알렉스 카츠라는 화가의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수십년 동안 자신의 아내의 초상들을 계속 그려왔다고 들었다. 그는 그의 아내인 Ada를 두고 이렇게 말했었다고 한다. 
"Ada is woman, wife, mother, muse, model, sociable hostess, myth, icon, and New York goddess."

나는 Ada 라는 여인이 고단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내가 이 화가에 대해서 뭘 알고 있었다거나 관심이 있어서 찍어둔 사진은 아니었다. 

우리는 악기들을 취급한다고 광고를 해둔 Pawn Shop, 즉, 전당포의 주소를 찾아냈다. 그곳에 꼭 가보고싶다는 마음에 시계를 보며 부랴 부랴 그곳으로 갔었더랬다. 악기점 수색에 눈이 멀어있었어서 분명 그런 곳에도 뭔가 좋은 악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잔뜩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도착했던 곳은 맨하탄의 북쪽으로, 거리를 걸어갈수록 어쩐지 점점 싸늘한 공기가 건물 사이에 흐르고, 마치 무슨 일이 방금 끝났거나 아니면 곧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가득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든 상점의 문은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게 되어있었고, 피부색이 밝은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둡기 시작하자 무섭게 생긴 아프리칸-어메리칸들이 삼삼오오 거리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뉴욕에 와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위험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동양인 세 놈이 그 거리의 한 가운데를 너무도 당당하게 걸어다니는 것에 오히려 당황했다는 듯 처음에는 관찰만 하더니 슬슬 다가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기도 했었다. 급기야는 출근한 그 형들이 자세(?)를 잡고... 맞은편에서 어깨를 부딛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와 들이밀기도 했다.
우리는 뒤늦게 겁을 먹고 재빨리 택시를 붙잡아 탔다. 그리고 운전기사에게 행선지를 외쳤다.
"남쪽으로!"
그래서 그렇게 도망치듯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차에서 내린 곳이 유태인 미술관 앞이었다.

상훈씨는 한편, 전혀 그런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하고 연신 망원렌즈 달린 사진기로 거리를 찍고 사람들을 촬영해대고 있었다. 뒤늦게 택시에서 내려서야 우리의 설명을 듣고는 상훈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그 친구분이 했던 말은 다음과 같았다.
"총맞기 전에 어서 내려와!"
기억에 남을 일이었다.
사실은 아무 일 없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