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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엘에이 연주여행.


11월 13일.

새벽에 깨어났다. 옷가지를 챙기고 악기가방에는 에어캡을 잔뜩 채워넣는 정도의 일만 남았어서 준비는 너무 일찍 끝났다. 샤워를 하고 아내가 방금 익혀준 고구마를 먹고 커피는 두 번을 내려 함께 마셨다.

고양이 순이는 내가 가방을 싸고 옷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만 내가 멀리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어버렸다. 벽을 보고 앉은채로 서운함을 드러냈던 내 고양이.

로스 앤젤레스 공항에 도착했던 것은 13일 오전. 나 혼자 입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겨 경찰에게 앞장 세워져 격리된 채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세 사람의 직원에게 순서대로 똑같은 인터뷰를 하고 난 후 풀려났고 아직도 이유는 모른다. 아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첫날엔 엘에이의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서 짧은 공연. 홍보를 위한 것인지 단순히 초대받은 행사를 위해 봉사를 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고, 비몽사몽 간에 몇 곡을 연주했다.
그것을 마치고 났더니 밤 열 시 오십 분. 엘에이에서 샌디에고 방향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갑자기 등장하는 카지노 리조트 호텔, Pechanga에 도착했다.
피곤에 절여져서 배추처럼 늘어진 모습으로 샤워를 하고 만 이틀만에 옷을 갈아입고 편하게 잤다.

잠을 깨어 호텔 안과 밖을 돌아다녀 보니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11월 15일, 공식적인 첫 공연은 저녁 여덟 시.
일부러 좋은 케이블을 챙겨오길 잘했다고 여기며 안도했다. 이번 투어에 사용한 것은 이것이 전부였다.


2014년 3월 14일 금요일

부산 공연.


아침 출근시간 막히는 도로를 회피해주겠다며 네비게이션 언니가 과잉 의욕을 보이신 덕분에… 정말 처음 가보는 서울의 언덕과 골목과 주택가를 누비며 서울역에 도착. 솔직히 네비 언니 너 보다 내가 장하게 여겨졌다.

그 결과 겨우 삼십 분 전에 역에 도착.

기차에 앉아서야 숨을 돌리며 오늘 연주할 곡들을 살펴보고, 내일 트리오 공연을 위해 연습했던 음원을 다시 듣기 중.

주말에는 다음 주에 할 다른 공연의 셋 리스트가 또 바뀌어서 시간을 많이 들여 연습해둬야 한다.
다음 주에는 말일에 첫 연습을 시작하는 새로운 팀을 위한 연습…

두뇌의 용량을 보완하는 방법은 언제나 대신 손, 발이 바쁘면 되는 건가봐. 손과 발도 그다지 성능이 좋지는 못하지만.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부산.

부산에 도착하면 세련된 차림새의 예쁜 여자들과, 상냥하거나 억센 억양의 남자들이 따뜻한 날씨 속에서 바쁘게 걷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기다리던 자동차를 얻어타고 도로에 나가면 험하고 무섭게 끼어드는 차들이 여기가 부산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이것이 부산에 공연하러 올 때 마다 확인하는 부산 느낌.
그것은 기질이나 성향이라기 보다는 현상.

여유가 없는 일정이었지만 혹시나 시간이 된다면 만나고 싶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옛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주말 오후의 귀찮은 외출을 마다하지 않고 나와준다는 친구들의 문자메세지.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마친 후 그들을 만나 겨우 사오십 분 동안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잡담 몇 마디. 모자란 잠을 채우느라 대기실 의자에 기대어있었다면 얻지 못했을 따스함. 일부러 주문해준 따뜻한 와플은 절반이나 남긴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공연은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보느라 처음엔 어려워하며 시작했다. 하지만 고맙게도 악기팀이 캐비넷을 두 개 준비해줘서 앰프 사운드를 즐길 수 있었다. 음향팀에게 부탁하여 모니터에서는 내 악기의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두고 묵직하게 앰프 소리를 맞춰두고 연주했다.

공연을 마치자마자 다시 부산역. 서울행 열차에 짐을 풀고 털썩 앉았더니 갑자기 밤이 되었다.
오늘 집에 가서는 도중에 깨어나는 일 없이 동이 틀 때 까지 잘 수 있다면.

2013년 11월 17일 일요일

새벽 부산행.

어두운 새벽, 알람이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깨었다.
생각했던 순서대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허리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몇 분 동안 스트레칭을 했다.
고양이들은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순이만 혼자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앉아 있었다.
바쁘게 나가는 길에 늘 편의점에 들러서 커피를 샀는데, 오늘은 집에서 내린 커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불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커피콩을 갈아두고 입고 나갈 옷을 찾아 놓았다.
커피를 내리면서 뉴스앱에 올라온 기사들을 흝어봤다. 세상은 변함없이 한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악기와 커피를 담은 병,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열차 출발 한 시간 전에 서울역에 도착했다.몇 달 동안 용산역 서울역을 자주 다니다보니 이제는 집 근처의 지하철역 처럼 여겨졌다.
서울역 앞에는 경찰들이 ’집회대비’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세워놓고 모여있던데, 보나마나 어설픈 군복차림인 무리들의 관제시위가 있었을 것이다. 이 시절에 경찰이 보호하는 집회란 그런 것들 뿐이고, 생각해보면 특별한 이슈가 만들어지지 않아도 왜 주말 마다 그들이 광장을 선점하여 모이는 것인지 알 것도 같다.
부산행 열차는 방금 출발했다.
잠을 못 자서 몸이 힘들다. 항상 이런 상태로 다니고 있다.
아버지의 요관암이 발견되고 수술 소식을 듣기 전인 수요일 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좋았었다. 내 삶은 도무지 쉴틈을 주지 않는다.
걱정이나 근심은 숨쉬는 것 처럼 자연스럽다.
마음의 상태가 고요하도록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에 도착할 때 까지 한숨 잠을 자야겠다.
열차 출발 전 부터 소리를 지르듯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은 아직도 전화를 하고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시라도 푹 잘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되겠지.

9:47 AM



2013년 10월 27일 일요일

제주도.


지난 번 늦가을 제주에 왔을 때에 바람에 흠씬 두들겨 맞았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오면서 '남들이 놀려도 좋아'라고 하며 겨울외투를 챙겨왔다.
제주의 바람은 과연 추웠다.
두꺼운 옷을 가져오길 잘했다.


평소 자주 마시지 않는 술을 먹었으니 그것도 기록해두자.
제주도 소주 한라산은 아주 좋은 술인가보다. 맛있고 깨끗했다.

공연은 계속 말썽을 부릴 것 같은 넥이 휜 재즈베이스와 물론 프레시젼으로.

그리고 햇볕이 가득 들어오던 애월 해변의 그 집.
그 볕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2013년 10월 26일 토요일

공연 후에.


공연 후 땀에 젖은 셔츠를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서 일단 이동 중.
노곤하다.
배고프다.
춥지않다.

Steve Gadd Band의 올해 음반을 아이팟에 담아 놓았으니 밤에는 귀에 그걸 꽂아두고 잘거야.






2013년 10월 5일 토요일

합천에서.


합천에서 이상하게 여겼던 것.

구겐하임 미술관의 내부를 옮겨오려고 한 것 같은 느낌이었던 과천현대미술관은 김태수의 작품.
과천현대미술관 내부의 Ramp Core를 그대로 베껴온 합천 대장경천년관의 내부는 함인선의 작품.
함인선은 김태수 문하에서 8년간 일하고 2000년에 독립.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래도 되는 건가? 그쪽 업계(?)에서는…?

그리고 산을 깎아 마련한 공간에 들어선 그 건물들과 배열이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동선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의도되고 있는지. 의도라는 것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 하나.

그곳을 걸으며 기분이 나빠졌다.



합천에서 만났던 개.


새벽 다섯 시에 잠들어서 여덟시에 일어남.
265km를 만만히 보았는데 도로정체로 무려 다섯 시간 걸려 합천에 도착. 휴게소에서 먹었던 라면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 뿌리며 온듯 배고파하며 공연 시작.

공연 후 식당에 들렀을 때에 즐거워하며 뛰놀던 개 한 마리. 얼른 앉아 불러보니 뛰어와 몸을 부볐다. 나이든 개의 목덜미가 차가와 한참을 쓰다듬었다.

말없이 배불리 밥을 먹고 근처의 호텔에서 하루를 머문다는 멤버들에게 인사하고 다시 집으로 세 시간 운전.


동네의 길 어귀에서 자동차를 아슬 아슬 피하는 고양이들을 보니 식당에서의 착한 개가 자꾸 생각났다.

2013년 10월 1일 화요일

전주에서 공연.


전주 KBS에서 마련해준 대기실 옆 옥상에 철퍼덕 앉으면 좋을 잔디가 있었다.
심지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재떨이도 준비되어 있었다.

아침 부터 리허설을 마칠 때 까지 먹은 것이 없다가, 전주 중앙동에 가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었다. 식사 후 대기실로 돌아왔더니 너무 노곤했다.

악기를 들고 나와서 주저 앉아 쉬려고 했는데 잔디가 조금 축축하여 그만뒀다.

민열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에 앉아서 기타줄을 갈고 있었다. (강하다...)



운전하지 않고 기차로 이동했던 덕분에 기차 안에서 잠도 잤고 피곤도 덜했다.

새벽에 집에 돌아와 허기를 참지 못하고 라면을 먹었다.

그래서 지금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책상 앞에 앉아있는 중.




새로 나온 엘튼 존 음반 좋다.


2013년 9월 27일 금요일

시골에서.



이틀 전, 남도 끝자락의 시골마을에 다녀왔다.
깨끗한 골목 어귀에 고양이들이 저녁을 먹고있었다. 버려진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분이 계셔서 비어있는 집을 아파트 삼아 많은 고양이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다들 깔끔하고 윤기가 흘렀다. 아내는 그분과 인사를 했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에서 노인들은 노인이 된 친구들을 만나 얼싸안아보고 얼굴을 쓰다듬었다.
삶은 고단했고 몸은 노쇠하였다. 멀리 도로를 걷는 사람의 기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한 마을에는 아픈 사람과 일찍 떠나버린 사람들의 자리만 남아있었다.
죽음으로 농담을 삼고 서로의 늙음을 놀음 삼으며 마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는 스무 시간 연속 운전을 하다가 정말 죽을뻔했다.


2013년 8월 6일 화요일

심야의 터미널.


공연을 마치고 늦은 밥을 먹은 뒤 심야의 버스터미널.

집에 가면 아침 다섯 시가 될 듯.



2013년 7월 23일 화요일

기차 안에서.


비가 쏟아지길래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서울역에 너무 일찍 도착. 주차장에서 삼십 분 졸았다.
한 시간이라도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차에서 안대을 나눠주고 있어서 냉큼 넙죽 받음.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일지도 모른다는 남쪽으로 달리는 중.




2013년 6월 11일 화요일

대전에 갔었다.

공연하러 대전에 갔었다.
집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다.
일찍 출발하여 여유롭게 달렸다. 

다친 무릎은 매 순간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낫고 있다.

리허설을 마치고 나무들이 잎을 벌여놓은 곳에서 개미떼들의 바쁜 움직임들을 구경하며 공기를 맡고 있었다.


녹색의 나무들 사이에 여전히 붉은 단풍이 곱게도 팔 벌리고 서있었다.
고요한 오후에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는 일이 평화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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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대구에 다녀왔다.


목요일 아침 여섯 시, 서울역.
집에서 다섯 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며 도착했다.

바람 불고 서늘한 기운에 사람이 없는 아침 공기가 스산했다.

전 날 밤에 잠을 충분히 못자서 몽롱한 상태로 십 킬로그램 무게 정도인 악기를 들고 가방 한 개를 더 들고 시내에 나왔더니 어릴적 생각이 났다. 언제나 악기를 어깨에 둘러메고 시내를 걸어다녔었다. 악기와 케이블, 두어 개의 이펙터에 악보들이 함께 들어가면 무게가 제법 나갔었는데, 덕분에 한 쪽 어깨에는 항상 붉게 상처가 나있었다.

이른 아침, 기차시간 때문인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도 보이고 걸인 몇 분은 웅크려진 어깨를 펴지도 못한채 담배를 구하고 있었다. 사람 없는 광장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내려 앉더니 부리로 제 발을 콕콕 쪼아대고 있었다.

대구의 공연장소에 아홉 시가 다 되어 도착, 곧 이어 리허설, 점심을 먹고 한 시에 공연 시작. 대략 이런 분위기였던 무대와 객석이었다.



세 시에 출발… 네 시 조금 넘어서 다시 서울행, 다섯 시에 서울역에 다시 도착, 집까지 한 시간 반 걸려 돌아왔다.

기차에서 자고, 공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 졸고 다시 서울행 기차에서 또 자고 났더니 집에 와서는 정신이 들어 뭔가 다시 하루를 시작해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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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일 수요일

조용한 바닷가.


다섯 시간 자고 일어나서 (겨우) 여덟 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왔다.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뭔가 아주 괴상한 나쁜 꿈을 꾸고는 잠이 깨어 새벽을 보내고 있다.
낮에 들렀던 조용한 바닷가 사진을 열어 놓고 들여다 보았더니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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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0일 수요일

제주도 리허설.

제주도에 와있다.
두 시간 후에 공연이다.

나무들이 뭐라고 외치듯 흔들린다.
남쪽 끝에 아직 봄은 멀었다고 칭얼대고 있다.
바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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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1일 일요일

진주에 다녀왔다.

토요일에 진주에서 공연을 하고 한 시간 전에 집에 왔다.
지금은 새벽 두 시 오십 분.

금요일 저녁, 진주로 떠나기 몇 시간 전에도 재활을 위해 자전거를 탔다. 조금 따뜻한 날씨였어서 오랜만에 땀을 흠뻑 흘렸다. 개운해진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두 시간을 잤다.

지방도로를 달리다보니 가보지 않았던 곳에도 들러보게 되었다.

일몰을 보며 집에 왔다. 떠날 준비를 마친 것은 밤 아홉 시.
자동차에는 아직도 여덟 개의 기타들과 페달보드들이 잔뜩 실려있었다. 밤길을 달려서 진주에 도착했다. 예약해둔 숙소에서 푹 자고 싶었는데 어쩐지 잠을 이루지 못하여 고생을 했다.

토요일 아침 아홉시에 호텔에서 나왔다. 진주의 중앙시장 안에 있는 제일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맛있는 국밥을 한 그릇 먹으니 그제서야 잠이 쏟아졌다.
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한 시간을 잤다.
리허설을 위해 이동하던 오후에는 하면옥에 들러 진주냉면을 맛보았다.

나는 어릴적에 이것을 먹어본 적이 있었다. 잊고 있다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을 때에 기억이 났다.

공연장은 옛 진주성 안에 있는 진주국립박물관이었다.
리허설 시간에 맞춰 도착하느라 인근 커피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 미리 와서 박물관 구경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도착해서야 했다. 냉면집은 검색하여 찾아다닐줄 알면서 이런 것에는 무심했다니.
남강이 굽어 흐르는 주변 풍경이나 겨우 마음에 담아왔다.
정작 필요할 때에는 사진을 찍어둘 생각도 못한다.
오랜만에 진주에서 살고 있는 손정일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며 사진 한 장 찍어둘 것을.

해외의 리뷰에서 좋은 평을 받고 있길래 평소에 궁금해 했던 SVT-7 PRO를 만났다. 과연 좋았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앰프였다.

서늘해지는 밤공기를 맡으며 공연을 마쳤다. 커피 한 잔 더 마실 시간도 없이 짐을 챙겨 싣고 다시 집으로 출발해야했다. 고속도로를 쉬지 않고 달려 집에 도착했다.

이제 시월도 열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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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부산 공연.

악기를 미리 차편으로 보낼 수 있었던 덕분에 기차를 타고 부산에 갔다.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몇 년 만에 지하철을 타보았다. 갈아타거나 출입구를 찾아야 할 때에 바짝 긴장을 했다. 스스로 내가 멍청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 지레 겁을 먹는다. 그만큼 조심하게되 된다.

리허설을 위해 공연장에 도착했더니 이미 모든 준비가 되어있었다.
완벽한 음향, 악기와 앰프와 모니터의 위치, 연주하는데에 필요한 것이 다 갖춰진 상황이었다. 이런 때에 매우 고맙다.

공연장에는 이런 것이 펼쳐져 있던 모양이었다. 다른 분이 찍어주신 사진이었다.

무대 위의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첫날의 리허설도 좋았다.


이번 부산행은 밀면집 투어를 했다.
첫날 도착 후 저녁을 밀면으로 먹었다. 공연 후 저녁은 냉면을 먹었다. 둘째날에도 두 끼 식사 중 한 끼는 밀면을 먹었다. 귀가하는 날 부산역으로 가는 길에 남천동에 들러 또 밀면을 먹었다.

부산국제영화제도 끝났다. 공연을 마친 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끝난 것을 늦게 알았다.
일하느라 좋아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며 지낸다.

첫날의 공연을 마치고 나왔더니 공연 시작 즈음 사직구장에서 지고 있던 롯데자이언츠가 그 사이 역전승을 했다고 했다. 부산 전체가 신나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시간도 많았고 렌트카도 있었어서 부산 시내를 돌아다닌다거나 심야 드라이브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급히 휴식이 필요했다. 호텔로 기어들어와 쓰러져버렸다.
다음날에도 그다지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값 비싼 호텔 사우나에서 급찜질을 했다. 맥을 못추고 침대에 쓰러져있다가 일어났더니 조금 살 것 같았다.

두번째 날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의 하늘. 하늘에 구름들이 흩어지고 모이길 반복했다.

공연을 잘 마쳤다.
성취감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만족스러웠다.
두어 시간 공연 중 한 시간 반을 플렛리스로 연주했다.
개운한 기분이었다.

콘트롤룸에서 찍어준 사진이었다.
어쩐지 공연 후에 내 얼굴이 좀 그을린 것 같았다. 사진을 보니 아예 조명으로 태닝을 시켜줬던 것이었구나.

부산역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멈추어 바람소리를 들었다.
이틀 동안의 공연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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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일 금요일

평창에서 소나기.



일요일에 평창에 갔을 때에 전날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채 잠도 못잤어서 비틀거리다가 민박집 방안에서 드러누워 Christian McBride의 음반 한 장을 들으며 한숨 쉬었다.
음악이 끝난 후 이어폰에서 계속 타악기의 소리가 나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이 눈을 뜨고 아이팟을 만져보기가 귀찮았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소리가 나고 있는 것을 듣고 그제서야 이어폰 밖의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것을 알았다.

잠깐 잠든 사이에 소나기가 내렸고, 그 소리는 빗물이 관을 타고 내려와 방울 방울 부딪히는 소리였다.

주말 전주와 평창을 다녀오면서 생활의 리듬이 바뀌어버렸다. 사흘 연속으로 일찍 잠들고 새벽에 깨어났다. 오늘도 다섯 시에 일어났다. 잠을 깨며 커피를 만들어 한 손에 들고 헤드폰을 쓴 채로 서너 시간을 보내버렸다.

이제 잠시 후엔 춘천으로 출발.

습기가 가득한 날씨가 참 마음에 드는 목요일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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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7일 금요일

제주도에 다녀왔다.

여러 사람들 함께 하는 소박한 행사에 참여하여, 밴드와 함께 제주도에 다녀왔다.
작은 학교의 낮은 담과 아기자기한 복도의 벽을 사진 찍어두지는 못했다. 그 장면들은 짧은 동화를 읽은 것 처럼 마음에 남았다. 잘 조율되어있던 업라이트 피아노 한 개와 군데 군데 건반이 고장나 소리가 나지 않던 교실의 디지털 피아노 소리도 함께 기억에 담았다.

그리고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니던 고운 어린이들의 풍선같은 웃음들.
전날 밤을 새워 아무 것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지쳐있었던 나는 어슬렁 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밤 새우고 비행기에서는 말도 없던 상훈씨는 어린이들과 공을 차며 한참을 뛰고 있었다. 평소에 남몰래 뭔가 대단한 것을 섭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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