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낮은 담과 아기자기한 복도의 벽을 사진 찍어두지는 못했다. 그 장면들은 짧은 동화를 읽은 것 처럼 마음에 남았다. 잘 조율되어있던 업라이트 피아노 한 개와 군데 군데 건반이 고장나 소리가 나지 않던 교실의 디지털 피아노 소리도 함께 기억에 담았다.
전날 밤을 새워 아무 것도 시작하기 전에 이미 지쳐있었던 나는 어슬렁 거리며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똑같이 밤 새우고 비행기에서는 말도 없던 상훈씨는 어린이들과 공을 차며 한참을 뛰고 있었다. 평소에 남몰래 뭔가 대단한 것을 섭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