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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밤중에 경주에.


낮에 고민하다가, 공연 하루 전에 미리 경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공연을 마치고, 그 다음 날에는 여주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한다. 지난 주 대구에 다녀왔을 때에도 무척 피곤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장거리 운전을 하고 밤 열 시를 넘길 공연을 마친 후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보다는 하루 전에 공연장 근처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매니저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말하고, 해가 저문 후에 느긋하게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후 늦게 매니저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가 머물 숙소를 예약해 주셨다고 했다. 나는 내가 편할 때에 출발하여 내가 머물 곳을 알아서 잡아 하루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운전을 시작했다.

밤 열한 시 직전에 한옥집의 외양을 흉내 낸 이상한 여관에 도착하였다. 어떻게 말해도 호텔이라고 해줄 수는 없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요를 깔고 바닥에 누워본다. 집에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어폰을 잘 못 가져오는 바람에 에어팟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역시 의자가 아니어서 몸 여기 저기가 무척 아팠다. 나는 아직도 양손이 저리고 허리와 목과 어깨에 통증이 있다.

내일 공연으로 바빴던 한 달이 지나간다.
오늘은 여유를 부리며 깊이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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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5일 금요일

경주에서 공연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았다. 좋은 날씨였다. 나는 이것이 어제 발생한 멕시코의 강진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지진은 아마도 같은 판에 위치한 일본과 미국 서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었다.

그리고 열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경주였다.

공연으로만 말하자면, 보기 드문 최악의 상황이었다.
고분 앞에 무대를 꾸미고 용이라든가 꾸불거리는 것을 금색으로 칠한 조형물을 세웠다. 그것이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신라'에 대한 강박이 이상한 형태로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악기가 좋지 않았다거나 음향이 너무 나빴다는 것은 사실 부차적인 이야기이다.
연주자는 그냥 맡은 무대에서 연주나 하고 오면 그만일 것이다. 이러쿵 저러쿵 푸념을 해보았자 소용이 없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간 결과, 여전히 음악공연의 수준은 이십 년, 삼십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게 되었다.

모니터 스피커를 공연 도중에 완전히 꺼달라고 부탁한 후, 진동과 느낌만으로 연주해야 했다. 그것은 뭐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것은 기록해두기로 한다.
공연 중에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난입하여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선출직 공무원은 이제 그만 뽑아주는 것이 좋다. 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도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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