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8일 금요일

실수


악기를 넘어뜨렸다. 그만 오래된 악기의 네크에 큰 흠집이 났다. 부러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렇게 해본다고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십여 년 사용해온 기타 스탠드가 모두 고장이 났다. 두꺼운 나사를 찾아 겨우 고정시켜 놓았었다. 어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에 허리 통증이 다시 심해졌다. 일찍 잠들었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내일 공연에 쓰일 악기들을 점검했다. 작은 렌치로 브릿지를 조정하는데 눈이 침침했다. 안경을 꺼내어 쓰고 방 안에 불을 밝혀야 했다. 아무리 자세를 고쳐 앉아도 허리가 아팠다. 여전히 어깨와 팔은 저리고 손가락 서너 개는 감각이 무뎠다.
나는 두 개의 악기를 모두 손 본 후에 스탠드에 악기를 세우려다가 그만 허리가 아파 악, 소리를 냈다. 그 때문에 몸을 움츠리다가 들고 있던 악기를 기타 스탠드에 제대로 걸지 못했고, 임시방편으로 고정시켜뒀던 나사가 스탠드에서 빠지면서 베이스가 그대로 넘어져버렸다.

낡은 것들을 미련 없이 버리고 새 것을 사뒀거나, 내 눈이 여전히 좋고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쓸모가 없다.
악기의 네크에 깊이 파인 상처를 나는 아무 소용 없을 줄 알면서도 손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어떤 생각이 새로 생겼다.
이제 지금까지 습관 들여 살았던 것 보다 더 조심해야 하겠구나. 무심코 하던 행동들을 더 주의하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상하거나 서운한 일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

내일 공연으로 분주했던 두어 달의 일정이 끝나간다. 내가 신경을 쓰며 악기를 점검하는 유난을 떨고 있는 이유는 지난 주의 공연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일 공연을 완벽하게 하고 싶은 것은 맞다. 그렇지만 콘서트는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사소한 것에 몰두하여 쓸데 없는 강박 같은 것은 가지지 말아야겠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은 고요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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