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0일 월요일

자전거 사고.


처음으로 낙차 사고.

오전에 밴드 합주를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온 상훈씨를 졸라 함께 덕소로 와서 자전거를 타고 양수역에 가는 길이었다.
사람이 많은 길을 빨리 지나느라 속도를 내고 있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는 작은 교차로를 만났다. 그곳은 평소에 자주 다니던 길이어서 나는 그만 방심했다.
휴일이라 차량이 많았다. 자동차를 피하다가 폐선로에 놓여 있는 레일과 보도블럭에 앞 바퀴가 끼어져버려서 그대로 허공에서 반 회전을 한 다음,  길바닥에 던져졌다.


신기하게도 바퀴가 걸리고, 자전거의 앞 부분이 강제로 멈춰진 다음 내 몸이 휙 뜨더니 땅에 꽂히듯 떨어지는 과정이 느린 화면을 보는 것 처럼 기억이 났다.
다행히 핸들의 바 테잎이 찢어지고 오른쪽 변속기 커버가 벗겨지며 플라스틱 부품은 깨져 버렸는데 겨우 무릎만 붓고 찢어졌다.
자전거는 조금 상태가 이상해졌는데, 우선 간단한 점검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로 다행히네 뭐, 하고는 다시 가던 길을 달렸다.
아내는 길 위에 엎어져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매우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왜 그랬대? 조금 더 누워있어~"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던 양수역의 카페 언니가 팥빙수를 듬뿍 담아줬다.
그리고 아내를 알아보고 다가와 온몸을 부비며 인사하던 고양이들은 맛있는 간식을 얻어 먹었다.  그것을 보신 카페 언니분은 고양이에게 간식을 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팥빙수에 과일을 더 얹어 넣어줬다.



무릎은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햇빝은 따가왔다. 그늘에 앉아 여름냄새를 맡으며 쉬고 있었다.

빠르게 달리다가 낙차를 하면 대부분 쇄골이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로 이어진다고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슴 안으로 숨기며 떨어지는 바람에 한쪽 무릎으로 모든 충격을 받아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손가락도 팔꿈치도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상훈씨를 일산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자책을 했다.
당장 매주 주말에 공연도 해야 하고, 늘 연주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을 만들었다는 것이 창피했다.
며칠 동안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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