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30일 일요일

과천에서 공연을 했다.


덥고 습기가 가득한 기온 때문이었는지, 아담한 장소에 쏟아지던 강한 조명 탓이었는지 반음 낮춰 조율된 베이스의 4번줄이 자주 풀렸다.
아마도 하루 전에 새 줄로 교환했어서 그랬던 것인지도 몰랐다.
줄이 조금 풀리게 되더라도 연주중엔 살짝 음을 높여서 쳐주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

차분하게 집에서 출발해,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추억의 골목들을 걸어 보았다.
나는 이 곳에서 한 해 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정말 습하고 몹시 더웠던 날씨였다.
근처 편의점의 에어콘을 강탈하여 껴안고 있는 상상을 했다.
마치 공연장처럼 꾸며놓은 사우나에 들어와있는 것 같았다.


낯익은 그 자리에 빼곡히 사람들이 앉은 광경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공연은 정말 즐거웠다. 정희준이 사진을 찍어줬는데 사진속의 내 표정은 심각했다.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했어서, 집중하느라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무리 더워도, 공연이 즐거우면 힘들지 않다. 개운한 여름밤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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