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7일 금요일

먼 곳의 친구.



Marci라고 하는, 알고 지낸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벌써 6년여가 되었다.) 한번도 만난적 없는 이탈리아인 친구가 있다. 처음 알게 되었을때에 그녀는 임신중이었는데 이제는 귀여운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낮에 자고 밤에 자는 생활로 돌아온(?) 까닭에 밤중에 메신저를 켜뒀다가, 몇 개월만에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친절하고 매력적인 그녀 역시 이탈리안이어서, 축구를 응원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내주며 월드컵의 결승에 이탈리아 팀이 올라간 것 때문에 몹시 흥분하고 있었다. 사실 뭐 어느나라 사람이었다고 해도 좋아하는 것은 당연할테지만, 마시는 "여기 이탈리아 사내들은 오직 축구 얘기만 한다고."라며 푸념하듯 혹은 인정하듯 말하며 웃고 있었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게임은 정말 재밌게 봤고, 당연히 그날밤 저 귀여운 아이들도 어른들과 함께 즐거워하며 기뻐했겠지. 그런데 경기를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자꾸 게르만족과 로마인, 나치와 파시스트들이 연상되어 우스웠다. 그들이 들으면 화를 낼지도 모르는 생각이긴하지만 깊은 지식이 없는 사람으로서의 외국들에 대한 이미지라는 건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유럽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들은 뭐 얼마나 다르려나.
우리나라팀의 실력이 늘면 늘수록 한국인들 역시 점점 그들을 닮아가거나 오히려 더 심한 기질을 부릴 가능성이 높겠지만, 지금 서유럽인들의 축구경기를 보면 집단적 강박마저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그 모양이 더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조카들과 그 또래인 Marci의 두 아들들이 자라나서 아이들이 모두 이십대가 되고 삼십대가 될 때엔 부디, 온 세상이 축구같은 것으로만 전쟁을 벌이는 시대였으면 좋겠다. 축구따위가 아무리 처절해지더라도 최소한 죽고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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