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24일 월요일

자코 파스토리우스


Jaco Pastorius는 베이스라는 악기에 정착하기 전까지 드럼, 색소폰, 기타를 연주했었다. 70년대 중반에 베이스 연주자로서의 그는 여러사람들과 연주를 하면서 많은 곡을 써주기도 했다. 마이애미대학에서 빅밴드를 위한 편곡악보를 써주기도 했고, Ira Sullivan과 Peter Grave의 빅밴드를 위해 곡을 써주기도 했었다. Peter Grave는 언제나 Jaco Pastorius가 베이스 연주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작곡자라며 칭찬해왔다. 그는 자코의 첫 앨범에서 직접 베이스 트롬본을 연주하기도 했다.
자코 말년의 빅밴드 활동도 함께 해줬던 피터 그레이브의 편곡은 자코라는 사람의 작곡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피터 그레이브가 프로듀스하고 직접 이끌고 있는 현재의 자코 빅밴드의 사운드는 자코가 생전에 원하던 빅밴드의 음악과 가장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자코의 작곡들 중에는 마치 그가 언제나 빅밴드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것처럼 들리는 곡들이 많다. 그의 곡들은 잘 설계되어있고 기발하지만 균형을 잃지 않는다. 사실 그의 베이스 연주들은 그대로 관악기 편성으로 옮겨도 좋을만한 것들이 많았다. 어쨌든 범접할 수 없는 수많은 음악적인 생각들이 그의 머리 속에 정리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굵직한 베이스 연주자들이 함께 했던 2003년의 첫번째 자코 빅밴드(피터 그레이브의 자코 빅밴드)의 음반이 크게 성공해서였는지 두번째인 이번 앨범에는 베이스 외의 다양한 연주자들도 참여해주고 있다. 대부분 자코와 함께 연주했던 사람들이다.

Word Is Out에 수록된 곡들은 나에겐 전작보다도 더 훌륭한 선물이다. 사운드도 좋고 음악들도 멋있다. 곡의 순서도 좋고... 피터 그레이브의 설명으로는 지난번 음반에서는 모두에게 친숙한 자코의 곡을 선정했었지만 이번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곡들을 골랐다고 했다. 그러나마나, 어떤 사람에겐 두 장 모두 낯설고 모르는 곡일테고 대부분의 자코의 팬에게는 모든곡들이 다 익숙한 음악들일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왕팬이라면 자코의 작곡인 곡과 아닌것을 단번에 구분할 수도 있어야 옳다.) 이 시리즈 음반이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아직도 새로운 빅밴드로 듣고 싶은 자코의 곡들이 많이 있다. 자코가 정상적으로 활동했던 시절이 겨우 십여년 남짓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귀한 음악들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수록곡들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 팻 메스니의 음악이었다. 팻 메스니가 그의 첫앨범에서 자코와 함께 연주했던 Sirabhorn이 그곡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팻 메스니의 1집, 자코의 1집, 그리고 자코가 참여한 웨더 레포트의 Black Market이 세상에 나왔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항상 즐겁다. 분명 76년 당시에 그들의 앨범들을 차례대로 사들고 행복해했던 사람들이 있었으리라. 이 음반의 Sirabhorn에서는 마크 이건, 마이크 스턴, 피터 어스킨이 함께 연주했는데 정말 아름답다. 자코와 팻 메스니, 밥 모제스의 트리오 편성이었던 단촐한 곡이 단지 간단한 소품일 뿐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이 곡에서의 마이크 스턴의 솔로가 좋다.

Gerald Veasley가 연주한 첫곡 Dania도 정말 반가운 곡이었다. 이 곡은 자코의 곡들중에서는 비교적 스탠다드 재즈에 가까운 곡인데, 정식으로 녹음된 음반으로는 그가 죽던 해인 86년에 피아니스트 브라이언 멜빈과 함께 했던 것 밖에 없다. 그런데 그 CD를 결국 구하지 못했다. 팔고는 있는지 궁금하다. 90년대에 자코의 뉴욕라이브를 엉터리 사운드로 녹음하여 시리즈로 팔았던 음반들 중에서 서너개의 버젼으로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ol.1 CD의 버젼이 꽤 좋다.)

Victor Wooten이 연주해준 Beaver Patrol도 마찬가지이다. 이 곡 역시 뉴욕라이브 시리즈에 끼워져있었던 곡이었다. 거기에서도 Hiram Bullock이 기타를 치고 있었는데 이 음반에서도 역시 그가 기타연주를 맡았다. 뉴욕라이브 부트렉에서도 내 취향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기타연주였는데 이 음반에서도 그의 연주는 역시 똑같았다.(뉴욕라이브 부트렉들을 들을때엔 마이크 스턴이 참여했던 No.5 CD를 꼭 들어보길 바란다. 다른 CD들은 모두 Hiram Bullock의 연주이다.) 어쨌든 8분의 11박자로 진행되는 펑키한 곡이다. 역시 피터 어스킨이 드럼을 맡았고, 정말 시원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부트렉에서는 Kenwood Dennard가 드럼을 연주했었는데, 그의 드럼은 듣기 좋았다. 그러고보면 나는 Hiram Bullock만 싫어하고 있는 것 같다.

Kuru / Speak Like A Child의 엔딩에서의 Jimmy Haslip의 장난(Portrait of Tracy)도 재미있고, Oteil Burbridge의 아르페지오로 시작하고 Jeff Carswell의 연주로 이어지는 Three Views of a Secret도 훌륭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Richard Bona가 혼자서 세 곡이나 - Cannonball, Blackbird/Word of Mouth, Good Morning Anya - 연주하고 있는것이 이 음반의 최고이다. (정말 편협한 감상자세이다... -_- ) 보나의 연주들은 설명할 것도 없다. 그냥 들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코가 살아있더라도 이렇게 잘 연주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지나치게 보나를 편애하는 것일까...)
Blackbird/Word Of Mouth에서의 Arturo Sandoval이 트럼펫이 좋고, Good Morning Anya에서의 스틸드럼주자 Othello Molineaux의 연주가 반갑다. 그는 자코의 1집부터 그의 빅밴드까지 줄곧 참여했던 친구였고 Good Morning Anya는 그가 녹음했던 곡이다.

마지막 곡인 Reza는 자코 생전의 녹음에 빅밴드의 연주를 덧입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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