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6일 수요일

대전 공연.


대전에서 공연을 했다.
연주시간은 짧았지만 집에서 일찍 출발하여 리허설을 마치고 긴 대기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렇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나는 맥북을 챙겨가서 대기실 테이블 앞에 앉아 대기하는 시간 동안 강의자료를 썼다. 준비해둔 것과 생각나는 모든 것을 다 쓰고, 다시 읽으며 불필요한 것을 빼거나 더 필요한 내용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한 학기 내내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사용했던 것들을 고쳐서 쓰느니 이렇게 다시 쓰는 것이 깔끔하기 때문이다. 매우 비효율적이고, 사실 조금은 고생스럽다.

리허설을 할 때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공연음향 일을 하고 계시는 엔지니어분들에게 이런 말 정도는 하고 싶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면,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해달라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타인의 경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어느 쪽이거나 그 이유는 아직 당신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것을 제 때에 바로잡으며 자신의 실력과 경험을 더 좋은 쪽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남의 말을 잘 들어보는 것이다. 그것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통 자신보다 권력이 없거나 나이가 어리거나 혹은 뭔가 만만해보이는 대상에게 고압적으로 군다.
우리가 무대 위에서 까다롭게 음향문제를 주문했던 이유는 '일을 잘 하기' 위해서였다.
그저 각자의 일을 똑바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경기지역에는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로에 물이 고여 더 속도를 내지 못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음악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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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4일 월요일

꽃과 고양이.


고양이들은 꽃을 좋아한다.
번갈아가며 향기를 맡다가 어린이 고양이는 장난삼아 한 송이씩 뽑아내려고 시도를 했다.
어른 고양이는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했다.
가만히 앉아서 고양이들이 노는 것을 보다가 나도 다가가 향기를 맡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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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3일 일요일

성남에서 공연했다.


성남에서 오랜만에 밴드의 단독공연을 했다.
다른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있었다. 딱 한 가지, 내가 나흘 동안 잠을 잘 자두지 못했었다.
자꾸 몸이 붓고 졸리웠다. 공연 직전에 따뜻한 커피 한 컵을 입에 털어넣었다가, 공연 도중에 뻔뻔하게 화장실을 다녀와야했다. 내가 참여하지 않는 그 한 곡이 마쳐지기 전에 다행히도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거의 상습적인 셈이다. 이런 경험이 벌써 몇 번째인가 싶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쿠스틱 기타를 몇 곡 연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일론 스트링 기타소리가 좋았다. 객석에서는 어떻게 들렸는지 알 수 없지만, 기타를 치고 있는 동안 나는 기분이 좋았다.

십여년 동안 좋은 사진을 매번 찍어주고 계시는 꼬마야님께 감사드린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그동안 우리가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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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0일 목요일

대구에서 공연.


대구에서 공연하고 돌아왔다.
넓은 회의장을 대기실로 내어줘서 긴 시간 동안 편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커피집 의자에 앉아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잠깐 졸기도 했다.
많이 더운 날씨가 아니었는데 악기를 가방에서 꺼내어보니 약간의 습기가 느껴졌다.
머지않아 곧 여름이 시작될 것 같았다.

졸음이 쏟아지고 피곤하더니, 고속열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는 정신이 말짱했었다.
잠시 이어폰을 귀에서 빼어두고 열차의 객실 밖에 나가서 창밖을 구경했다. 깜깜해서 구경할 것은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