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9일 금요일

고양이, 병원에서.


사진 속의 고양이는 집안에서 막내이다.
밤중에 혼자 깨어서 놀아주지 않는다고 칭얼대고 있었다.

오전에 고양이 이지를 병원에 데려가 수액을 맞추고, 오후에 수술을 받게 했다.
수술을 마친 이지를 보기 위해 병원 내부의 케이지에 다가갔다. 아내의 목소리를 듣자 담요 속에 고개를 숨기고 있던 이지가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작은 고양이가 큰 고생을 했다. 안스러웠다.

이지가 회복을 위해 다시 수액을 맞고 있는 동안, 나는 아내와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놓아둔 채 합주를 하러 가야 했다.

한밤중에 집에 돌아와 아직도 회복 중인 고양이 이지가 아내의 머리 맡에 꼭 붙어서 자고 있는 것을 들여다 보았다. 이것으로 아픈 것이 다 낫게 되면 정말 좋겠다.
이지의 나이가 아홉 살이 넘었다.
첫째 고양이는 이제 열 살이 넘게 된다.
고양이들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순이를 생각한다.
그 여름과 가을의 아프고 시렸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제일 어린 고양이는 칭얼거리다 지쳐 악기 밑에 드러누워 졸고 있다.
나도 곁에 다가가 바닥에 앉아서 고양이를 쓰다듬어줬다.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전주에서 공연했다.


길고 긴 하루였는데, 짧게 지나갔다.
고속도로 운전을 일곱 시간 했다. 다른 도로까지 합친다면 여덟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덜 피곤하였다.

날씨는 맑았다. 전주에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라는 곳은 몇 년 전에도 왔었다. 그 때에 함께 출연했던 신해철 씨의 팀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구경했었다. 야외공연장을 내려다보며 해철이형의 죽음을 떠올렸다.

리허설이 고단했다. 그곳이 잔향이 많은 곳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처음부터 앰프의 음량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그 때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결국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에 케이블 불량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 일을 겪었다. 긴 시간 동안 운전할 때에도 멀쩡했는데, 순간 갑자기 하루의 피로가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다급할 때에 도와줬던 스탭에게 다가가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분에게도 긴 하루였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케이블의 길이가 짧은 것이 늘 신경 쓰였었다. 한 달 전 부터 길이가 긴 좋은 케이블을 새로 구입하려고 했다가 그만뒀었다. 역시 한 개 사두어야 좋은 것일까 하는 고민만 하나 더 늘었다.

밤중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애플뮤직에 담아둔 새로 나온 음반들을 들었다.
운전하며 음악만 들었던 것이 하루 중 제일 좋은 일이었다.



2017년 9월 21일 목요일

일산에서 공연했다.


짧은 리허설을 마치고 긴 대기 시간 동안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오랜만에 만나는 다른 팀 친구들과 인사를 했다. 남을 만나 안부를 주고 받으면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자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보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다.

방송사 쪽에서 맡고 있는 음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난 주 경주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음향을 체크하는데에 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주문한다고 해도 마음에 드는 소리를 얻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모니터 스피커의 음량을 거의 줄이고 경주에서처럼 무대 위의 소리에 의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길 잘했다. 소리가 없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세 곡만 연주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기기운이 왔다가 갔다가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가만히 있다가 땀이 나도록 덥고 그러다가 갑자기 급히 추워지는 일이 자주 있는데 무슨 증상인 것일까. 나는 얇은 외투를 손에 쥐고 입었다가 벗었다가를 반복했다.

내일은 긴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가을은 아주 빠르게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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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0일 수요일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일년 가까이 아내도 나도 잠을 푹 자본 일이 거의 없다.
오늘도 좋은 잠을 잔 것이 아니라 몸이 지쳐서 혼절했다가 깨어난 기분이었다.

동네의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았다. 그곳은 갈 때 마다 내 이름을 묻고 뭔가 적립을 해주는 것 처럼 하는데, 그것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쓸 수 있는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벌써 열 번은 더 갔던 것 같은데 항상 이름만 물어볼 뿐 다른 말이 없다. 아마 매달 한 번씩 출석을 부르는걸까.

고양이 까미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동물병원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에 세 시간 정도 소요된다면 그 다음 일정에 무리가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꾀가 늘었다. 몇 번이나 이동가방의 지퍼를 열거나 틈새에 머리를 밀어 넣어 탈출을 하고 말았다. 현관 앞에서 진땀을 흘리며 고양이를 가방에 넣으려다가 결국 실패했다. 고양이 까미는 장난감 진열대 앞에서 드러누운 어린이처럼 벌러덩 누워서 시위를 했다.
결국 다시 집에 들어가 플라스틱 이동장으로 바꾸어 들고 나와 까미를 가두듯 집어 넣고 동물병원으로 갔다.

고양이를 집에 데려와 풀어놓고 나는 악기를 챙겨 다시 집을 나섰다. 자동차 뒷쪽의 문 덮개를 분리하여 그동안 나사가 풀려 덜렁거리던 번호판을 죄어놓았다.
문정동에 가서 볼일을 보고 돌아왔다. 도로가 당연히 막혔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세 시간이 걸렸다.

다시 동네로 돌아왔더니 이미 어두워져있었다. 아내가 집에 돌아왔고, 우리는 서로 아무 것도 먹지 않은채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했다. 고양이 이지에게 아내가 사료를 먹이고 난 후, 우리는 기운없는 걸음으로 동네의 식당에 가서 고기를 사먹었다. 평소에 고기를 자주 먹지 않는 나로서는 드문 일이었는데, 어쩐지 오늘은 고기를 먹고 싶었다.

배부르게 음식을 먹고 아내와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 골목 어귀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다. 한 놈은 앞의 친구를 따라오다가 멈칫 서있는 것 같았다. 그만 우리가 방해를 한 셈이 되어서 두 고양이는 각각 어두운 구석으로 숨어버렸다.
나는 순이 생각이 나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는데,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 날씨가 맑았는데 왜 금세 보이지 않았던 것인지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