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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2일 금요일

전주에서 공연했다.


길고 긴 하루였는데, 짧게 지나갔다.
고속도로 운전을 일곱 시간 했다. 다른 도로까지 합친다면 여덟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덜 피곤하였다.

날씨는 맑았다. 전주에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라는 곳은 몇 년 전에도 왔었다. 그 때에 함께 출연했던 신해철 씨의 팀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구경했었다. 야외공연장을 내려다보며 해철이형의 죽음을 떠올렸다.

리허설이 고단했다. 그곳이 잔향이 많은 곳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처음부터 앰프의 음량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그 때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결국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에 케이블 불량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 일을 겪었다. 긴 시간 동안 운전할 때에도 멀쩡했는데, 순간 갑자기 하루의 피로가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다급할 때에 도와줬던 스탭에게 다가가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분에게도 긴 하루였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케이블의 길이가 짧은 것이 늘 신경 쓰였었다. 한 달 전 부터 길이가 긴 좋은 케이블을 새로 구입하려고 했다가 그만뒀었다. 역시 한 개 사두어야 좋은 것일까 하는 고민만 하나 더 늘었다.

밤중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애플뮤직에 담아둔 새로 나온 음반들을 들었다.
운전하며 음악만 들었던 것이 하루 중 제일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