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26일 토요일

고양이 순이.


나도 내멋대로인 나만의 기분의 주기가 있지만, 고양이의 기분상태는 좀처럼 가늠하기 어렵다. 함께 살다보니 적당히 행동을 예측해 볼 뿐, 고양이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은 아직 쉽지 않다.
밤중에 쓰레기봉투를 버리러 문을 나서는데 고양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 표정을 찡그리며 원망하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
내가 언제나 밖이 어두워지면 나가버리니 순이는 이번에도 내가 외출하는줄 알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이내 다시 집에 들어왔을때, 고양이의 당황하는 얼굴과 마주쳤다. (그 표정을 정말 사진 찍어두고 싶었다.) 서로 멈칫, 그 자세로 잠시 정적.
분명히 내가 집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뭔가 우울한 표정이었는데 이 녀석, 종이봉투들을 몇 개 끌어다놓고 신나게 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 내가 금세 돌아올줄을 몰랐던게지. 몹시 당혹스러워하더니 냉장고 위에 올라가 몸을 핥기 시작했다.
그렇군.... 역시 사람이든 고양이든간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닌거야. 내가 늘 집을 나선 뒤에 나를 바라보던 고양이의 눈빛을 기억하며 측은해했었는데, 속고 살았던 건지도 몰라.

따뜻해진 앰프 위에 올라가 나를 올려다 보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다시 혼자 남게 된 것인 줄로 알고 했던 행동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미안했다.
나는 순이를 한참 쓰다듬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