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8일 화요일

거울 앞에 앉은 순이.



처음 이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했을때에 당황했던 일은 항상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고양이가 화장실에 따라 들어오는 일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사람과 함께 사는 모든 고양이들이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서서쏴'로 볼일을 봐야하는 나로서는 화장실에 미리 들어가 바로 앞에서 나를 지켜보는 시선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입장이 있는 것이다.
신통하게도 내가 화장실에 갈 것 같으면 잽싸게도 먼저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이어서 매번 녀석을 문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꼭 닫은 뒤 내 볼일을 보는 것으로 습관이 들었다. 칫솔질을 하러 갈때에도 어떻게 아는 것인지 늘 먼저 들어가서 저렇게 앉아있다. 한번은 고양이가 어디선가 자고 있다는 것을 잊고 나혼자 황급히 화장실안에 들어가 문을 재빨리 닫는 짓을 한 적도 있다.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혼자 창피해했다.
샤워를 해야할 때엔 오히려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 적당히 녀석의 얼굴에 물을 뿌려주면 나지막히 야옹거리며 나가준다. 순이는 섭섭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문 앞에서 똑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내일은 순이에게 줄 깡통을 사러 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