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9일 화요일

밤중에 경주에.


낮에 고민하다가, 공연 하루 전에 미리 경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공연을 마치고, 그 다음 날에는 여주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한다. 지난 주 대구에 다녀왔을 때에도 무척 피곤하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장거리 운전을 하고 밤 열 시를 넘길 공연을 마친 후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보다는 하루 전에 공연장 근처에 도착해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매니저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말하고, 해가 저문 후에 느긋하게 출발하려고 하고 있었다. 오후 늦게 매니저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내가 머물 숙소를 예약해 주셨다고 했다. 나는 내가 편할 때에 출발하여 내가 머물 곳을 알아서 잡아 하루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 인사를 하고 짐을 챙겨 운전을 시작했다.

밤 열한 시 직전에 한옥집의 외양을 흉내 낸 이상한 여관에 도착하였다. 어떻게 말해도 호텔이라고 해줄 수는 없는 곳이었다. 오랜만에 요를 깔고 바닥에 누워본다. 집에서 하던 일들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어폰을 잘 못 가져오는 바람에 에어팟을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역시 의자가 아니어서 몸 여기 저기가 무척 아팠다. 나는 아직도 양손이 저리고 허리와 목과 어깨에 통증이 있다.

내일 공연으로 바빴던 한 달이 지나간다.
오늘은 여유를 부리며 깊이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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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대구에서.


대구에서 공연했다.
보통의 공연에 비하면 절반 정도 분량이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내 차에는 멤버 분들의 악기가 실려있었다. 그들은 KTX를 타고 가기로 했고, 나는 직접 운전을 하여 가고 있었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에서 큰 정체를 겪었다. 약 한 시간 남짓 손해를 보았다. 알고 보니 큰 사고가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가 막 떠난 것으로 보였다.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조바심이 났지만,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악기가 내 차에 실려 있으니 사고라도 나면 오늘 공연은 망치는 것 아닐까 하였다. 올해 들어 나는 자주 과속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약속 시간에 정확히 도착하여 짧은 리허설을 하고, 공연을 마쳤다.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엔 느긋한 마음으로 밤길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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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2일 화요일

잠깐 가을.


오랜만에 이틀 동안 쉴 수 있었다. 어제와 오늘 동네에 있는 한의원에 다시 찾아가 치료를 받고 침을 맞고 있다. 다시 팔과 손이 저린 증상이 시작되었다가 그것이 심해져 손 끝에 감각이 없어진 정도가 되었었다. 토요일 인천 공연은 왼손에 감각이 없어서 지판을 자주 쳐다봐야 했다.

침을 맞고 진료를 받는다고 쉽게 낫지는 않는다. 그래도 시간을 낼 수 있을 때에 몸을 관리라도 해보려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동네 어귀를 느릿 느릿 걸으며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고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집 앞에 나무들은 잎의 색도 바꾸고 빨간 열매를 맺기도 하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어느 감나무 앞에 서서 탐스럽게 매달린 감을 올려다 보았다. 더러는 새들이 쪼아 먹기도 했지만 예쁜 색을 띠고 가지 끝에 주렁 주렁 달린 감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오랜 기간 힘든 일들을 겪어 왔다. 아직 아무 것도 더 나아지지는 않았다. 모처럼 쉴 수 있었던 이틀 동안 밤중에 갑자기 전화를 받고 응급실에 가거나 걱정을 가득 안고 도로를 달리는 일은 없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일 부터 다시 합주를 하고 공연을 하러 먼 길을 다녀오고 밴드 일정 때문에 미루어야 했던 수업 준비도 더 공들여 해야 한다. 몸이 저절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나면 치료를 받으러 다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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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인천에서 공연.


이번 주는 아길라 앰프를 크기 순서로 사용했다.
연주하는 시간만큼은 즐거웠던 한 주일이었다.


오늘 공연의 절반은 플렛리스로 연주했다.
플렛이 없는 재즈 베이스를 다시 한 개 가지고 싶어졌다.

긴 리허설 덕분에 공연할 때엔 좋은 소리로 연주할 수 있었다.
스물 한 곡이 순간 지나가버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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