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5일 일요일

일요일.


일요일인데, 두시 반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허리 통증이 극심해졌다.
지난 밤에 맛사지를 받았다. 몸이 나른해졌던 때문이었는지 거의 여덟 시간을 잤다.

커피 콩을 갈아 기계에 넣고 물을 담았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진공청소기를 들고 청소를 했다. 매일 청소를 하는데 매일 비슷한 양의 먼지와 고양이 털이 수집된다.
청소를 하면서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떠올렸다.
해야 하는데 하기 싫은 일은 없었다.
하고 싶은데 제약이 있는 일들 뿐이었다.

고양이들은 자다가 일어나 사료를 달라고 보채었다.
이지는 청소를 하는 동안에 세 번이나 사료를 먹었다.
꼼이와 까만 초등학생 고양이는 뛰어 놀고 있었다.
까치 한 마리가 베란다의 난간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갔다.
고양이 꼼은 바구니 안에 들어가 모처럼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 분명히 소리도 나지 않았고, 꼼에게는 보이지도 않는 각도였는데 까치가 날아오르기 직전에 고양이 꼼이 바구니에서 뛰어 나와 베란다로 달려갔다.
놀라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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