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0일 토요일

아내의 신발.


어머니의 입원이 점점 길어지더니 아직도 병실에 계신다.
그래서 구겨진 아내의 오래된 운동화도 여전히 그 병실에 함께 놓여있다.
입원 중인 다른 분들이 잠에서 깨어날까봐 신발을 벗고 뒷꿈치를 든 채로 다니기 때문이다.

익숙해진 심야의 병원 복도는 정이 들지 않는다.
나는 매일 아침 어지러워하며 운전하고 나가서, 매일 새벽 몽롱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고양이들에게 변명하듯 이런 저런 사정을 얘기해줬다.
등을 어딘가에 기대면 잠이 쏟아진다. 카페인에는 내성이 생겼는지 이제 각성도 되지 않고.


장모님은 많이 나아지셨다.
조금의 여유를 찾은 우리들은 이제 엄마의 퇴원 후의 일을 지레 걱정하고 있다.
기운을 차리신 어머니가 '이제 집에 가자'라고 하셨던 목요일, 오랜만에 비가 멎고 눅눅한 서울에는 햇빛도 다녀갔다.

다음 주에는 아내의 헌운동화를 몰래 내다 버린 후 손 잡고 신발가게에 들러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