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토요일 오후.


내 창문에는 바람이 많아서 늦은 잠도 늘 설친다. (이 문장은 조동진의 노랫말을 훔쳐온 것이다)
아침의 수업을 마치고 아직 남아있는 오늘 일들과, 내일 나가야할 밴드연습 생각을 했다.
햇빛은 따사로운데 바람은 심통맞게도 분다.
아직도 자전거는 바람이 빠진채로 벽에 기대어 있다.

나는 그러니까, 무슨 사명감을 가졌다거나 큰 뜻을 지닌 교육자일리는 절대로 없다. 어쩌다보니 선생이라든가 하는 호칭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었을리는 없다. 겨우 악기 레슨을 오래 해오고 있는 딴따라일 뿐이다.

처음 부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지는 못했다. 해가 여러번 지나고 만나게 되었던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이 드디어 혼동이 될 무렵 부터인가, 다짐을 해뒀던 것은 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때에는, 그저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주려고 애쓰고, 내가 모르는 것을 마치 아는체 하려 들지 말도록 조심하고, 나의 사견이 마치 남에게도 이로운 이치인양 거짓말하지 말고, 내가 전달할 것을 벗어나 섣부르게 사람을 가르치려 나대지 않아야 하고, 학생이 머지않아 자기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도와야 한다.

그리고 꾸짖어야 할 때에는... 그것이 꾸짖어야 할 일인지 확신이 설 때 까지 생각하고, 굳이 나무라고 꾸짖어서 바뀌어질 수 있는 일인지를 다시 열 두 번 생각하고, 혹시나 단지 내가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곧 가라앉는다. 이런 경우에는 학생의 잘못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냥 내 성격이 둥글지 못하여 화를 내는 것이지.

생각을 여러번 하면 버럭 소리를 질렀던 하루를 일 년 동안 후회하는 일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이런 습관의 좋은 점은 화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말을 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논리적으로 따져 물을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점은, 이미 너무 냉정해진 상태가 되어버린 나머지 매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러고보면 참 정이 없는 사내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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