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일 월요일

음악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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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생긴 것을 주머니에 넣고 하루 종일 귀를 이어폰으로 틀어막은채 지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어떤 날에는 집에 돌아온 다음 내가 무엇을 타고 어떤 길을 지나서 귀가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귀를 막으면 여러가지가 편했었던 시절이었다. 코는 막을 수가 없었다. 최루탄에 유난히 약했던 나로서는 그것이 고생스러웠다.


세월이 많이 지나왔는데도 음악을 듣는 방법은 여전히 똑같다. 미디어만 변했다. 그리고 이제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들으며 다닐 수는 없는 생활이 되었다.

예를 들어 주말이면 멀쩡히 설치해둔 오디오 기기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좋은 음반들을 처음 부터 끝 까지 몇 장씩 들어본다던가 하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 일을 위해서 늘 켜두고 있는 음악들 말고, 온전히 내 정신을 씻고 닦거나 할 수 있는 음악 듣기의 시간은 거의 없다.


가방 안에 카세트 테잎들을 담거나 시디를 수 십 장 넣어다닐 때에는 무거워도 힘들지 않았는데, 그리고 사실은 그 시절에 듣고 좋아했던 음악들 덕분에 지금의 생활이 있게 된 것일텐데 이제는 작은 기계에 몇 만 곡을 담아 다니면서도 뭘 들을 시간이 없다니.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음악은 다 들을 시기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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