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합주


금요일, 토요일에 부산에서 하게될 공연 준비를 했다.
마지막 연습이었다.
특별히 준비한 노래들이어서 시간이 걸렸다. 멤버들이 한데 모여 연습할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서 합주의 기간이 길어졌다. 오늘의 소리도 괜찮았다. 어서 공연장에 가서 리허설을 하고 싶어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플렛리스 프레시젼을 주로 쓸 예정이다.
악기의 상태도 최상이다. 모든 준비가 잘 되었다.


공연 음향팀의 배려로 공연에 쓰일 악기들을 음향팀에게 맡기고 우리는 간편하게 기차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연습을 마친 후 악기들을 모아 내 차에 싣고 음향팀에게 전달했다. 자동차에 가득찬 악기들을 보니 (전부 내 것도 아니면서) 뭔가 배가 불러진 느낌이어서 한 장 찰칵.

어제 여주에서 어쿠스틱 기타 강의를 하다가 떠올랐던 노래가 입에 붙어서 오늘도 집을 나서며 계속 그 노래를 흥얼거렸었다.
개에 대한 노래였는데... 연습실에 도착을 했을 때에 마중나와줬던 개들이 있었다.


'백구'를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눈앞에 갑자기 백구가 한 마리 쨘.
햇빛을 즐기고 있었구나. 먼지 많지 않은 곳에서 놀으려무나.
차 조심하고.
주차하고 있는데 뒷 바퀴에 바짝 붙어 따라오는 바람에 진땀을 흘렸다.

연습 후 돌아올 때에는 다른 녀석이 큰 길 까지 따라나와서 배웅해줬다.
이런 바람직한 개들을 봤나. 어쩐지 네가 제일 잘생겼더라 했다.
다음에 올 때엔 뭔가 먹을 것이라도 사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초저녁에 악기를 실어 나르느라 하남에 들렀을 때에 거기에서도 개 한 마리를 만났다. 이 개의 집 앞에 (마음 속으로 양해를 구하고) 잠시 주차... 맘씨 좋게 생긴 개는 짖지도 않고 창문 열려있던 내 차를 봐주고 있었다.

오후 내내 무척 심심했으니 웬만하면 좀 놀아주고 가라는 꼬리짓을 못본체 하고, 손 흔들어 인사만 해주고 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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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더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바삐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 쓰고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갔다. 일요일 이후 일하느라 자전거를 탈 시간이 없었다.
금요일 부터 돌아오는 일요일 까지는 부산에 다녀와야하니까 또 시간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밤이 되면 뭐 어떠랴, 하며 자전거 타고 서쪽으로 내달렸다. 무슨 급한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보라색으로 물든 하늘 빛이 하도 고와서, 달리다가 사진을 한 장 찍어볼까 하고 잠시 멈췄는데, 아뿔싸 아이폰을 집에 두고 나갔었다. 전화야 뭐 잠시 없어도 되지만 아까운 광경이었는데 하는 수 없이 그냥 마음 속에 남겨뒀다.
능내역 까지 달릴 때에는 맨얼굴로 가는 바람에 길목을 지키고 날던 하루살이 떼들을 얼굴로 들이 받으며 달렸다. 먹고 싶지 않아서 입을 앙다물고 페달질... 그야말로 하루살이의 소나기를 맞았다.
깜깜하고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능내역에서 되돌아 집으로 올 때엔 가방에서 고글과 버프를 꺼내어 얼굴을 칭칭 감싸고 어디 한 번 다 덤벼보라는 듯 달려왔다. 집에 오니 아주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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