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8일 일요일

가을 밤 가을 낮


음악에 관련되지 않은 일로 밴드 멤버들이 모였다. 다음날 공연이 있어서 그냥 집에 올줄 알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주점으로 이동했다.
술을 먹지 않는 두 사람은 옆 식당에 들러 심야 모밀국수를 한 그릇 씩 먹었다.
요기를 하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갔더니 벌써 비워져 한쪽에 줄 서있는 술병들.
그리고 끊이지 않는 이야기들.

마침 오래 전 연주하던 클럽이 근처에 있어서 잠시 술자리에서 나와 그곳에 인사를 드리러 갔었다. 세월은 흘렀고 사람들은 나이들었다. 금요일 밤인데도 가게 안이 비어있었다.
불꺼진 무대 위에도 나이 먹은 악기들이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다른 분들의 소식을 전해 듣기도 하고 푸념 섞인 사장형님의 농담에 웃어도 보였다.
습기 머금은 바람이 여의도의 골목을 쏘다니고... 어쩐지 나도 잠깐 생각을 놓아두고 독주라도 한 잔 걸치면 괜찮을 기분이었다.


낮에 잠깐 타고 나갔던 자전거 덕분에 조금 마음이 안정되었던 것인지, 머리 속은 덜 복잡해진 느낌이었다. 혼자 아스팔트 잘 닦인 도로를 미끄러져 달리다가 오늘 같은 날씨라면 그 친구, 그 형도 어디에선가 자전거를 타고 있을지도 몰라, 했는데 과연 그랬었더군.

마른잎이 길 위에 뒹굴고 땀이 식으면 으슬으슬해지는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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