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4일 목요일

10월 시작


이틀 전 월요일에는 오후 늦게 집을 나와서 42km.
친구를 만나 커피를 마시고 쵸코바를 먹은 힘으로 한 번 아주 힘들게 달려보겠다고 열을 낸 덕분에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날 밤에는 다리가 조금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 달력을 보며 할 일들의 목록을 정리하다 보니... 이제 내일이면 쉬는 날 없이 음악 일로 달려가는 한 달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강화도, 부산, 진주, 그리고 매주 여주를 돌아다니고 나면 곧 11월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날씨 좋은 휴일을 집에서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출발, 어제 약간 무리를 했던 탓에 늘 아픈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심했다. 종합운동장 앞에서 재근형을 만났다. 가볍게 팔당을 지나 국수역 쪽이나 다녀오면 어떻겠냐는 형에게 나는 내 멋대로 분당에 다녀오자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잠깐 길을 잘 못 들어서 양재천을 지나 포이동 끝까지 가버렸다.
자전거 도로가 끊어진 길 부터 털털 거리며 더 갔으면 과천이었다.

다시 종합운동장 앞 까지 돌아와 이번엔 제대로 성남 방향으로 달려서 분당에 도착했다. 들러보려던 자전거점은 휴업일이었다. 배가 고파서 지도를 뒤져 냉면집을 찾아 각자 한 그릇씩 후다닥 비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그리웠는데 이미 날이 저물어서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커피집을 찾아다니기 싫어졌다.
정자동의 중앙공원 의자에 앉아 자동판매기 커피를 한 잔. 생수 한 병을 사서 물통에 담아두고 서울로 달렸다.
탄천 상류에 도착하니 야구장에는 밝은 조명과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고, 자동차 극장의 스크린 위에는 조금 일그러진 달이 휘영청 떠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물 한 모금 마시는데 공기가 차게 느껴졌다. 에잉, 손이 시렵다니.

형과 서로 인사하고 헤어진 다음, 달을 바라보며 집으로 달렸다.
하루 동안 120km 정도.
몇 달 전이었다면 몹시 피곤해했을텐데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났더니 멀쩡해졌다. 아프던 무릎은 또 괜찮아졌다. 밤중에 동네에 찾아온 친구와 만나서 심지어 막걸리 몇 잔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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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보내 놓고는 방학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의 기분이 되어 음악을 틀어두고 누웠는데 꼬르륵 잠들어버렸다.

이제 탈것들은 닦아서 한쪽에 놓아두고 몇 주 동안은 음악에 전념해야할 시간이 왔다.

상반기 내내 속을 썩이던 손가락도 말끔히 나았고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체중도 많이 줄었다. 연주와 공연들이 기다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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