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자전거의 뒷 드레일러가 갑자기 비뚤어져서 변속을 아무리 해도 소음이 나고 있었다. 알고보니 행어가 휘어있었다. 한참 언덕 오르는 일에 무슨 사활을 건 사람처럼
정비해주시는 분이 '도대체 얼마나 힘을 주고 타셨던 건가요'라고 했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십여년 전 이야기.
재미없고 흥미없다는 군 시절 이야기.
짐을 싣고 내리는 트럭 위에서 무거운 상자가 떨어져 그 모서리에 무릎을 맞았었다. 많이 붓고 아팠었는데 미련한 천성으로 그냥 대충 뭔가를 발라두고 낫기를 기다렸었다.
공교롭게도 그 후에 단단한 물건이라든지 쇠 같은 것에 하필 그 아픈 무릎이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며칠 후에는 금세 아물고 괜찮아져서 잊고 지냈다.
몇 년 전 부터 그 무릎이 이유없이 아팠다.
병원 가는 것을 아주 무서워한다는 핑계로 파스나 붙인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그 때 마다 그냥 넘겼었다. 조금만 운전을 오래 하거나 하면 점점 통증이 심해졌는데, 아내가 병원에 가지 않을테냐고 말할 것이 두려워 웬만하면 참았다.
부산 공연 전날, 한 두 시간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유유히 돌아와 집 앞에서 멈췄을 때에, 딱 신호가 왔다. 바르게 편 상태에서 조금만 무릎을 굽혀도 심하게 아팠다. 통증 참는 데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건 정말 심한 통증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엄살을 보태면 걸을 수 없이 아팠다.
더운물로 찜질을 했다. 구멍난 옷을 덧대어 꿰메듯 파스를 덕지 덕지 붙였다. 그 상태로 사흘 동안 공연을 하고 왔더니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발로 병원에 갔다.
이미 오래 전 부터 병원에 가자는 아내의 말을 못들은체 하며 지냈었기 때문에 칭찬도 못받고 특별히 위로도 못받는 상태이지만, 어쨌든 솔선(?)하여 병원으로...
방사선 촬영에는
역시 자전거 때문일까요, 라고 여쭸더니, '무슨 선수도 아니라면서... 그 정도로 갑자기 무릎이 아프지는 않아요'라고 하셨다. 약간 찔림.
하여간 뭐든지 적당한 정도로 하는 걸 아직도 못배웠다.
겨우 몇 십년 사용했다고 잔고장이 나는 사람의 몸이라니, 내구성 빵점이다...라며 투덜거리고 있는 중이다. 아직 많이 써야하니까, 치료를 잘 받고 관리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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