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일 목요일

대답을 못했다.

해가 지났다.

행복이 어쩌구 하면서 음반을 만들고 인터뷰를 하며 말을 했었다..
공연중에는 마이크에 대고 객쩍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야 좋았다고, 후회했었다.
마지막 날의 공연이 끝나고 나서 어떤 이들이 방송사의 카메라를 들이밀며 '지금 행복한가'라고 질문을 해왔다.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할'의 모습처럼, 내 코 앞에 시커먼 눈깔을 희번득거리며 대답을 종용하는 카메라 렌즈를 들여다 보는데, 마치 술이 깨듯,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차마 행복하다느니 어쩌느니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꿈, 희망, 행복, 아름다움, 희열의 단어들을 늘어놓을 수 있으려면 지독하게 무던해지던가 철저하게 이기적이 되던가 해야 하는 것인줄 알았었다.

그런 것일지도, 혹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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