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3일 토요일

주눅들었다.

저녁 일곱 시에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인터폰 너머로 근무하시는 분의 화가 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원래 목소리가 크신 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일을 마치고 조금 일찍 돌아왔었다.
이펙터들을 바닥에 늘어놓고 체크를 했을 뿐이었다. 15분 정도 베이스 소리를 내보았다. 겨우 30와트짜리 연습용 앰프였다.
그리고 플러그를 뽑으며 정리를 하고 있을 때에 경비실로부터 연락이 왔던 것이었다.
'지금 그 주변 집들로부터 항의가...'로 시작하여, '이런 식으로 하면 안된다.'고 하는 꾸지람도 듣고 말았다.

나는 죄송하다고 하고 책상 앞에 잠시 앉아 있었다.
나는 늘 윗층의 무분별한 기계소리를 새벽 내내 들으며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아침에는 청소기 소리와 누군가들의 고함소리,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문을 세게 닫은 후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견디며 살고 있었다.

아마 내 악기의 저음이 다른 소리들 보다 더 멀리 진동하기 때문에 이웃들에게 불편을 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당분간 악기를 메고 집을 나설때에 이웃의 눈치를 보며 지낼 것 같다.
주눅이 들어버렸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쯤 동경의 어느 이름모를 (얼굴도 모르는) 청년의 인터넷 상태가 궁금하다. 그 사람 자신은, 자기 집의 인터넷 모뎀 상태에 일본과 한국의 두 사람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